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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밤이 낮을 삼키고 있다

EAST-TIGER 2014. 8. 26. 18:28

음악에 관심이 있어서 

악기를 배우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되어, 

처음 악기를 구입할 때, 

그리고 악기가 내 손에 닿았을 때,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어릴 때는 피아노를 배웠던 것 같은데, 

재미와 흥미에 따라 배우기보다는,

그냥 어머니가 가라고 해서 가서 배웠다. 

꽤 오랫동안 배웠는데 나는 정말 코드도 제대로 모른 채,

악보에 나오는 음계에 맞춰서 칠 수 있을 뿐이다. 

그조차 오랫동안 치지 않았기에, 

누군가 내가 피아노 치는 것을 본다면,

경우에 따라 어색해 보일 수도 있다. 


내가 처음 악기에 매력을 느끼고,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든 것은 색소폰이었다. 

색소폰의 소리는 내 감성을 무척 자극했고,

내가 즐겨 들었던 노래들에는 항상 멋진 색소폰 솔로 연주가 있었다. 

결국 나는 군 전역 후 곧 바로 가지고 있는 돈을 모아,

인천 부평시장에 있는 부흥로터리 근처 BSK음악학원에서, 

김병수 선생님으로부터 Selmer Mark 7을 구입했다. 

처음 본 악기의 모습과 분위기는 아직도 기억한다. 

오래된 악기 케이스만큼이나 오래된 악기였지만, 

전혀 오래되어 보이지 않고 밝게 빛났던 색소폰. 

나는 지금 그 악기를 팔지 않고 계속 연주하고 있다. 


나는 얼마 전에 기타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는 색소폰 때문이었다. 

색소폰은 단음으로 코드톤을 연주할 수는 있지만,

피아노와 기타처럼 한번에 코드를 연주할 수 없다.

그래서 어느 날 문득 스스로 음악적 상상력과 

능력이 결핍 되어 있다는 것을 느꼈다.

뭔가 화성 악기를 배워야겠다는 동기가 밀려온 것이다. 


일반 피아노는 일단 부피가 크고 살 돈도 없고,

키보드는 부피는 작지만 연습으로 인해 전기세가 많이 들 것 같았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기타였고 가장 가격대비 효율성이 높은 기타를 ebay에서 찾았다.

그리고 결국 벨기에 Stagg사의 SW206CE-BK 기타를 구입했다.

가격은 80유로이고 우리나라 돈으로 치면 한 10만원 조금 넘는 가격이다. 

그 가격에 앰프 연결이 가능한 것과 기스 없이 깨끗한 기타라는 것만 빼고는, 

아주 평범한 기타이다.

핸드 메이드 기타라고 하는데 진짜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나는 이 기타를 Triosdorf에서 구입했는데, 

내가 사는 뮌스터에서 여기까지 편도만 약 3시간 40분이 걸린다. 

결국 오고 가는 데 반나절 이상을 기차에서 보내야 했다. 

판매자가 사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화장실에 갔었고,

그는 그 사이에 기타를 꺼내어 팔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기타를 전혀 연주하지 못하기에, 

판매자에게 부탁을 했고 소리는 그냥 좋게 들었다. 

처음 기타를 배운다고 하니 온라인 무료 강좌 사이트를 알려 주었다.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아무 생각없이 차장 너머를 바라보았다. 

역을 지날 때마다 날씨가 점점 흐리고 비가 왔다가 햇빛이 나타나는 것이 반복되었다.

집에 도착하니 밤이 되어 컴컴했다. 

잠시 기타를 꺼내어 만져 보았고 코드를 찾아 연주해보았다. 

손가락 끝이 아직 여리기 때문에 아팠다. 

그날 밤 나는 내가 전기 코드를 콘센트에 꽂으니 바깥 변압기가 터지는 꿈을 꾸었다. 

분명 내 방인 것 같은데 변압기가 터진 소리가 나 밖을 보니 밖은 다른 곳이었다.

이것 역시 오랫동안 기억할 만한 경험이 될 것이다. 


오늘 에세이 한편을 다 쓰고 내일 집주인에게 교정 받는다.

갑자기 방학 중후반에 쏟아내는 내 글들에 집주인은 흥미롭게 읽고 평을 해준다. 

사실 지금만큼 독일에서 게을렀던 적도 없는데, 

어쨌든 집에서 거의 많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글을 써내려 가고 있다. 

이제 내일부터 나머지 논문 한편을 마무리해야 한다. 

신께 방학 한 달 정도만 나를 위한 시간을 달라고 기도했다. 

그러나 그 기도 응답은 내게 달려 있다. 

난 단지 신께 내 게으름을 줄여 달라고 기도한 것과 같다. 


내 게으름의 가장 큰 원인은 이번 해에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작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스케일과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게다가 신학과 철학을 배우는 내게 이러한 혼란스러운 시기는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Facebook에는 짤막하게 내 생각들을 적어내고 있지만, 

서로가 어떤 글이나 말, 행동에 대한 반응이 민감한 시기라는 것을 알고 있다. 


내가 근래에 일기에 많이 적는 단어 중 하나가 '인간'이다. 

왜 나는 '인간' 이 단어를 많이 썼을까? 

뭔가 '사람'보다는 근사하지만 그만큼 어려운 표현을 담고 있는 이 단어. 

나는 지금 이 '단어'가 정말 그 의미를 잃고 있음에 두려워 하는 것 같다. 

이것 말고는 생각하는 '동물'인 존재를 독립적으로 표현할 수가 없다. 


점점 밤이 낮을 삼키고 있다. 

그리고 추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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