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世紀 Enlightener
이제 방학은 끝났다 본문
오늘 아침에 일어났을 때 느꼈다.
오른쪽 눈에 통증이 많이 사라졌다는 것을.
거의 회복하여 다시 책상 앞에 앉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을.
거의 2주 동안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쓸 수 없었다.
잠시 통증이 사라졌을 때
책상 앞에 앉아 남은 논문 한 편을 기어이 마무리 지으려 했지만,
1-2시간 후 통증이 찾아와 무리하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책상 주변에서 방황했고,
밤에는 전기 불빛으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해
선글라스를 쓰고 있어야 했다.
어떻게 보면 2주 동안 통증과 함께 쉬고 놀았다.
덕분에 마음대로 게을러졌다.
내일부터는 다시 책상 앞에 앉을 수 있을 것 같다.
독일에 온 이후로 가장 짧은 머리를 하고 있다.
짧은 머리를 원하기도 했었는데,
단순히 미용사의 실수에서 비롯된 것이라 의도한 것이 아니었다.
평소에 가던 미용실이 아닌 다른 곳에 가서 머리를 맡겼더니,
바로 잘못된 선택이었음을 알려 주었다.
처음으로 독일에서 머리카락을 자른 후,
다시 찾아가 다시 머리카락을 잘랐다.
시간이 갈수록 나아지고 있고,
이보다 더 짧았던 적도 있기에 낯설지 않다.
추석은 특별하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Bochum에서 여러 사람들과 함께 음식을 나누어 먹었지만,
올해는 어김없이 혼자였고 아는 한국 사람들도 없다.
그냥 가볍게 음식을 만들어서 먹었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음식을 만들 때,
그리고 설거지를 할 때, 무슨 생각을 할까?"
나는 음식을 만들고 설거지를 할 때 가장 생각이 왕성해진다.
뮌스터에서 한국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근래에는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교감 해야 할 사람들이
주변에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결국 배운 것과 생각한 것은 공개되고 공유되어야 한다.
그저 가지고 있고 그것을 이해할 수 없는 말과 행동으로 풀어 내더라도,
그것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물고 늘어지는 사람들이 없다면,
아무 쓸모가 없다.
스코틀랜드의 독립에 대한 찬반 투표의 결과를 들으며
새로운 '식민지' 유형이 탄생했다고 생각했다.
경제적인 이유로 사실상 무산된 것인데,
나는 이러한 이유 때문에 연방에 속하여 이름 뿐이었던 나라가
진정한 나라로서 새롭게 시작하는 것을 포기하는 것이 놀라웠다.
만약 20세기 초에 일본이 한국을 무단으로 점거하고 강압으로 통치 않고,
그냥 한국의 나라 이름을 유지한 채 온건한 통치와 자치를 인정하는 정도에서,
일본의 경제적 식민지로만 만들었다면, 그것이 계속 유지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정말 아찔하다.
오랜만에 Tobias를 만나 학생 식당 옆 카페에서 함께
도르트문트와 아스날의 챔스 경기를 보았다.
눈이 아파서 거절하려 했지만,
핸드폰도 없는 그가 직접 내게 전화를 걸어 만나기를 원해서,
어쩔 수 없이 만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외로 싱겁게 경기가 끝나서 크게 재미있지는 않았다.
경기 후 함께 중앙역까지 걸어갔고 버스 정류장에서 헤어졌다.
아마 다가오는 학기에 자주 만나 대화할 것 같다.
Christian은 근래에 내가 좋아하는 피자를 자주 사준다.
예전에는 주로 내가 계산했는데,
그가 계산하는 것을 보니 처음에는 낯설었다.
Christian은 내가 방학 동안 무리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가 내 논문을 교정해주기 때문에,
내 글들이 오랜 시간이 걸렸음을 예상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가 해주는 날카로운 교정으로 인해 가끔 기분이 안 좋다.
재미있는 것은 그도 그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길거리에서 술 취한 듯 웃었다.
민지가 베를린으로 학교를 옮긴다고 한다.
같은 대학을 다녔지만 이사 올 때 한번 보고,
이후 단 한번도 뮌스터에서 본 적이 없었다.
오히려 에센에 있는 교회에서 더 많이 만났다.
우리는 그것을 서로 의아하게 이상하게 여겼지만,
이제는 정말 그 가능성마저도 없어졌다.
베를린에서 사역하고 있는 김한수 목사님을 소개해주었다.
토요일에 오랜만에 사진을 찍었다.
얼마 전에 알게 된 사진 촬영 모임에서 함께 교외로 나갔고,
나는 몇 장을 찍고 대부분은 그저 돌아다녔다.
사실 찍을 것이 별로 없었다.
같이 온 회원들은 여러 장을 찍는 것 같던데..
예전 같았으면 그렇게 나도 보이는 대로 찍었겠지만,
그렇게 찍으면 반 이상은 찍은 수고에 비해 그냥 삭제한다.
그래서 이제는 정말 찍고 싶고 싶은 것만,
뭔가 의미가 있는 것만 찍는다.
이제 방학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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