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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약을 앞두고 지금 박지성에게 필요한 것은? 본문
박지성의 재계약에 대해서 퍼거슨 감독은 "그는 재계약에 대한 제의를 받을 것이다. 박지성은 우리에게 있어 환상적인 선수이며 가장 꾸준한 활약을 펼치는 선수들 중 한명" 이라고 말했다. 한국 언론들은 박지성의 재계약에 대해 불투명한 입장으로 몇 개의 기사를 썼지만 결국 퍼거슨의 말에 '뻥'이 됐다. 하긴 바람 잡는 기사를 쓰는 것은 기자의 잘못이 아니다. '국민의 알권리' 를 위한다는 목적으로 기자들은 지금도 어디선가 남의 집 앞에서 밤을 샐테니까. 그들의 노력없이는 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없다. 가끔은 남의 불행이나 기쁨이 나의 기쁨이자 좌절일 수도 있을테니까.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서 뛴 지도 꽤 됐나보다. 벌써 재계약을 받을 시기인가? 그가 맨유로 이적할 때부터 우리나라 국민들 대다수가 관심없던 EPL을 보게 만들고, 단숨에 한국축구의 희망의 상징됐지만 외국에서는 박지성에 대한 평가는 늘 냉정했다. 그가 PSV에 있을 때도 별다른 특이점 없어서 팀 동료인 반 봄멜이나 케즈만에 그늘에 있었다. 오히려 이영표는 수비에서 탁월한 능력과 뛰어난 오버래핑을 통한 크로스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EPL진출은 박지성이 먼저했고 그를 데려간 곳이 맨유라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었다. 같은 해에 이영표도 토튼햄에 입단했다. 하지만 PSV 때와 같이 이영표가 먼저 인정을 받았다. 한때 그의 체력을 염려할 정도로 마틴 욜의 토튼햄에서 많은 경기를 뛰었다. 그러나 현재 EPL에 이영표는 없다. 이와 달리 박지성은 현재 EPL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다. 물론 그는 EPL내에서 유명한 선수라고 보기엔 힘들다.
박지성은 많은 전문가들이 평가한 것처럼 호날두나 나니처럼 골 결정력이 뛰어난 선수는 아니다. 간혹 그가 국대경기에서 환상적은 골들을 넣었던 것을 기억하면 그들의 말이 우습지만 적어도 그가 리그라는 장기적인 일정에서는 골을 잘 넣지 못한다는 것은 확실하다. 아마도 퍼거슨 감독도 이 점에 대해서는 안타까울 것이다. 하다못해 비디치도 매 시즌 3골이상은 넣어주니까 말이다. 내가 생각하는 박지성의 강점은 의욕넘치는 플레이와 지칠줄 모르는 체력과 성실성이다. 어떻게 보면 평이한 강점이지만 그에게 있어서는 그것을 제외하면 축구를 할 수 없을정도다. 사실 박지성이 평점 7점이상 받은 경기는 그가 골을 넣었다는 것보다 얼마나 상대팀을 체력적으로 또는 투지 넘치게 괴롭혔는가에 있다. 그러나 이제 박지성의 나이도 30세를 바라보게 됐다. 라이언 긱스와 폴 스콜스도 한때 체력이라면 둘째가면 서러울 정도로 대단했지만 지금은 리그경기보다 FA나 칼링컵, 챔스에서나 간간히 보인다.
결론적으로 박지성의 강점들은 나이가 들면 서서히 사라지는 것들이다. 퍼거슨은 박지성의 재계약에 대해 '자신의 실수' 라고 말했지만 일 중독에 걸린 퍼거슨이 자신이 믿는 선수에게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간다. 만약 퍼거슨이 박지성의 재계약을 오퍼하여 계약하더라도 파격적인 액수의 장기계약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퍼거슨이 맨유의 감독으로 장기집권할 수 있는 것은 그의 냉철하고 정확한 판단이 결정적이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박지성은 07~08년 챔스에 4강전에서 맹활약했지만 정작 챔스 결승전에 뛰지 못했다. 다들 퍼거슨의 판단에 비판내지 안타까움을 표했지만 퍼거슨의 말은 의외로 단순했다. 자신이 생각하는 결승전 스쿼드에 박지성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간단한 입장이었다. 그리고 박지성 없이도 맨유는 우승했다.
박지성은 지금 자신이 좋아하는 맨유 유니폼을 벗게 될 날이 머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시아 선수가 맨유같은 거물클럽에서 뛸 수 있다는 자체가 상당히 놀랍고 역사에 남을 만한 일이다. 아마 한국에서 박지성의 앞날은 탄탄대로 일것이다. 만약 언젠가 박지성이 맨유 유니폼을 벗게 된다면 다른 유럽내 어떤 클럽을 가도 만만치 않는 주전경쟁을 펼쳐야 한다. 그때가 되면 그의 은퇴식은 K-리그에서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만큼 박지성의 맨유에서의 위치는 시한부적이다. 이미 그의 대체자들은 맨유 내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으니까. 인터뷰 상에서 의식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박지성이 당당해보이지만 측은한 것도 이때문이다.
박지성과 같이 재계약의 물망에 있는 네빌과 테베스는 무난히 재계약을 받을 것이다. 네빌은 이미 '맨유의 레전드' 라는 칭호가 있고 테베스는 탁월한 공격수이다. 사람들은 테베스의 키를 두고 공격수로 부적합하다고 말하지만 축구는 키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이미 많은 선수들이 보여줬다. 더욱이 테베스의 플레이를 보면 그가 왜 아르헨티나 국대에서 지속적으로 활약하는지 알 수 있다. 뜬 소문일지 몰라도 레알이 눈여겨본다는 것은 이미 그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레알은 선수보는 눈이 좋지만 안타깝게도 선수를 팀으로 데려오면 예상 외로 활약을 잘 못하는 전례가 많다. 그러므로 테베스는 재계약 내지 이적도 가능하다.
개인적으로 맨유팬으로서 박지성이 오랫동안 맨유에서 뛰기를 바란다. 차라리 맨유에서 은퇴 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골이 필요하긴하다. 그리고 박지성만이 가질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필요하다. 예를들어 컴퓨터 같은 크로스나 허를 찌르는 쓰루패스, 경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조커적 능력 등이 있다. 만약 이 세 가지 중에 한 가지만을 가질 수 있다면 박지성은 유럽 어디서나 통할 것이다. 이번 재계약이 성공된다면 박지성의 새로운 축구능력을 기대해 본다. 이제 박지성은 굳이 맨유가 아니더라도 한국축구와 국민들에게 있어서 영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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