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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유리치 감독은 왜 경질되었을까?

EAST-TIGER 2024. 11. 17. 02:21

 

지난 11월 10일 볼로냐와의 리그 12 라운드 홈경기에서 3:2로 패한 직후 이반 유리치 감독은 AS 로마에서 경질되었다. 중도 부임이었지만 리그 8 경기에서 3승 1무 4패, 유로파 4 경기에서 1승 2무 1패는 팬들과 보드진의 기대에 반하는 성적이었다. 최소 유럽 대항전 진출을 원했던 로마 보드진은, A 매치 휴식기를 앞두고 새로운 감독을 선임하는 것이 좋다는 판단을 내렸다. 

 

유리치 감독에게 경질은 낯선 일이 아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선수 생활을 했던 제노아 CFC에 세 번 감독으로 부임하여 세 번 모두 경질되었다. 이후 엘라스 베로나 FC와 토리노 FC에서 성공적인 감독 경력을 쌓으며, 제노아 때와 달리 세리에 A에서 팀을 한 시즌 동안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유리치 감독은 스승 가스페리니 감독처럼 3-4-2-1 포메이션을 주로 사용하는데, 제노아와 베로나 첫 시즌 때까지는 수비와 역습에 중점을 두었고, 두 번째 시즌과 토리노에서는 강한 전방 압박과 점유율을 중시했다.

 

주로 오프 더 볼과 득점력이 뛰어난 포처형 공격수가 최전방에 서고, 2선은 순수 공격형 미드필더보다, 2선도 가능한 중앙 미드필더, 또는 3선도 가능한 공격형 미드필더들을 주로 배치한다. 예를 들면 암라바트, 자카니, 베레, 페시나, 포베라, 만드라고라 같은 유형의 미드필더들을 유리치 감독은 선호한다.  

 

상대 팀의 압박 집중도를 분산시키는 미드필더들의 움직임과 패스를, 윙백들이 활용하고 최전방 공격수가 마무리하는 방식이다. 

 

수비진은 윙백을 포함하여 백 5를 주력과 피지컬이 좋은 선수들로 구성하고, 백 3 양 스토퍼들은 공격 시 오버래핑을 자주 하기 때문에, 윙백과 비슷한 수준의 크로스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또한 3선 미드필더들 또는 윙백들 중 한 명을 내려서 백 3를 백 4처럼 변형하여 후방 빌드업을 하는 편이다.   

 

대인 방어를 위해 수비 라인을 높여서 전방부터 강하게 상대 선수들을 압박하고, 공격 시에는 센터백 한 명만 남기고 스토퍼들이 상대 팀 진영으로 올라가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이 전술의 가장 큰 문제는 공을 후방에서 전방으로 길게 차는 역습에 무척 취약하다.

 

높은 수비라인이 공격 시에는 점점 더 상대 진영 쪽으로 쏠리게 되는데, 상위권 팀들을 상대로는 과감한 공격과 득점 이후 내려앉는 수비 전술로 강한 면을 보일 수 있지만, 중하위권 팀들의 선 수비 후 역습 전술에 쉽게 당할 수 있다. 또한 맨투맨으로 수비하기 때문에 스위칭 플레이가 잦은 팀들에게 약하다. 

 

그래도 팀 유망주들을 핵심 선수들로 성장시키고, 리그 하위권 팀들을 중위권에 올려놓는 능력으로, AS 로마 부임 전까지 일부 사람들은, "스쿼드의 질과 재정이 좋은 팀으로 간다면 어떨까?" 궁금했었다. 또한 현재 로마 스쿼드에는 기량이 뛰어난 2선과 3선 미드필더들이 있고, 백 3에 어울리는 수비수들도 있기에, 중도 부임만 제외하면 유리치 감독이 자신의 전술을 구현하는 데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

 

 

유리치 감독의 경질에는 세 가지 이유들을 꼽을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로 전술적 유연성이 전혀 없었다. 현재 로마 핵심 선수들은 무리뉴 감독 때처럼 세트 피스에 의한 득점과, 미들 블록으로 압박하고 지역 방어를 하면서, 루카쿠 같은 타깃형 공격수를 중심으로 포스트 플레이와 빠른 역습에 익숙하다.

 

전임 데 로시 감독 역시 전방 압박을 시도했지만, 공수 간격이 벌어지는 역 효과만 있었다. 그런데 유리치 감독도 같은 실수를 범했고, 수비 시 위험지역에서 한 선수가 상대 선수를 놓쳤을 때 실점에 가까운 상황으로 이어졌다.

 

그렇다면 베로나 때 칼리니치, 토리노 때 포베가처럼, 도우비크를 타깃맨으로 활용하는 Plan B 전술도 병행했어야 했는데, 빌드업에 집중하다 보니 점유율만 높아졌고, 역습보다 지공으로 상횡이 많아서, 도우비크가 전방에 고립되는 경우가 많았다.

 

유리치 감독은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토리노와의 경기에서 디발라를 폴스 나인으로 기용했지만 일회성에 가까웠다. 그러다가 실점하면 이전 팀들에서처럼, 공격 템포를 올리고 윙백들의 측면 크로스 또는 컷백 전술로 만회하려 했다.

 

다음으로 역습에 매우 취약했다. 페널티 박스 근처에서 턴오버가 발생하면 상대 팀은 빠르게 역습으로 전환하여, 소수의 공격 자원들로 로마의 수비진을 뚫고 득점했다. 양 스토퍼들은 오버래핑으로 수비 복귀가 종종 늦었고, 집중력과 기술도 부족했다. 게다가 팀 전체적으로 세트피스 수비까지 좋지 않아서 너무 쉽게 실점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유리치 감독은 선수들과 팬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했다. 부임 한 달 만에 선수들과의 불화설이 기사화될 정도로 불같은 성격은 여전했고, 선수 기용에 있어서 편협한 면을 보였다. 성적 부진으로 팬들은 보드진과 감독, 선수들을 비난하는 현수막들을 경기장 내외에 걸었다.  

 

세리에 A는 감독들의 경질이 잦은 리그이기 때문에, 유리치 감독은 곧 새로운 팀을 찾겠지만, 당분간 이전처럼 하위권 팀들을 주로 맡지 않을까 싶다. 

 

 AS 로마 보드진은 11월 14일 전임 감독이자 은퇴한 클라우디오 라니에리를 감독으로 선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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