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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 텐 하흐 감독에게 보내는 일말의 지지 본문
오랫동안 맨유 경기들을 보다 보면 현재 맨유에 어떤 문제들이 있는지 알 수 있다. 그 일부는 퍼거슨 감독이 은퇴하기 전부터 있었던 문제들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보드진이 맨유가 지금까지 어떤 축구를 해왔고, 앞으로 어떤 축구를 해야 하는 지를 모른다는 점이다. 지난 10년 간 보드진은 맨유 축구에 안 맞는 감독들을 선임했고, 3년도 안 돼서 대부분 경질했다.
누군가 내게 "맨유의 축구는 무엇이냐? 왜 맨유를 좋아하게 되었냐?"라고 묻는다면, 간단히 말할 수 있다.
"맨유의 축구는 공격 축구이고 그 공격 축구가 경이로워서 팬이 되었다."
그 공격 축구는 이런 전술로 되어 있었다. 중앙에 두 명의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들이 엄청난 활동량과 뛰어난 시야로 측면과 전방에 감각적인 패스들을 보냈고, 거친 태클과 압박으로 상대 팀의 역습을 끊으며 중원을 장악했다. 그 앞에는 윙어 2명과 만능형 공격수 1명, 득점에 특화된 포처형 공격수 1명이 서 있었고. 드리블과 킥이 좋은 윙어들의 크로스와 패스를 받아 공격수들이 득점했다. 매 시즌 윙어들과 공격수들은 많은 득점과 도움을 기록했고 개인 타이틀도 차지했다.
수비 라인은 높은 편이었고 시즌이 지날수록 점점 더 높아졌다. 빠른 템포로 경기를 풀어갔기에 전술의 무게 중심은 상대 진영 쪽으로 늘 쏠렸고, 수비 뒷공간으로 역습이 오면 두 명의 센터백과 골키퍼가 막았다. 수비는 매 시즌 불안했는데, 그에 대한 해답으로 빠른 주력과 강력한 체력, 뛰어난 기술을 가진 월드 클래스 센터백이나 그 급이 될만한 센터백들을 주로 영입했다. 그들은 세트피스 상황에서는 헤더나 깜짝 슈팅으로 득점하며 경기 분위기를 한순간에 바꿀 수도 있었다. 풀백들은 윙어들만큼 크로스와 드리블이 좋았는데, 다행스럽게도 이기적인 공격수들에 비해 매우 이타적이었다. 이 4명의 수비수들 뒤에는 리그를 대표하는 골키퍼가 있었고, 엄청난 선방 때문에 맨유는 종종 질 경기를 비기거나 이겼고, 비길 경기를 이다.
퍼거슨 감독은 자신의 훈육을 거부하거나 전술에 맞지 않은 선수들을 내보냈으나, 팀의 핵심 선수들은 편애하듯 신뢰했다. 매 시즌 팀 운영에서 좋은 판단과 선택들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선수들은 그와 맨유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대단한 전술은 아니었지만, 공격적이었고 임기응변에 뛰어났다. 그의 고집스러운 공격축구를 10년 정도 보다 보니 언제부턴가 그것이 근성으로 보였고, 가끔은 감동적이었다.
한 예로 지난 리그 6라운드 토트넘과의 홈경기를 보고 난 후, 문득 2009년 4월 25일에 있었던 리그 34라운드 토트넘과의 홈경기가 생각났다. 레드냅 감독이 이끌었던 토트넘을 상대로 맨유는 전반에 2 실점을 했지만 후반에 테베스, 루니, 호날두, 베르바토프를 1, 2선에 배치하고 3선에 있던 캐릭까지 올려서 5명이 서로 스위칭하며 공격을 했고, 이후 5 득점을 하며 역전승을 거뒀다.
이렇듯 퍼거슨 감독의 존재 자체가 맨유였고 맨유 축구였다.
아마도 08/09 시즌 퍼거슨 감독은 챔스 결승에서 만난 과르디올라 감독에게 강한 인상을 받은 것 같고, 은퇴를 앞둔 시점에서 과르디올라에게 맨유 감독직을 제안했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과르디올라는 바이에른 뮌헨 감독이 되었다. 이 당시 나는 맨유 차기 감독으로 광저우 헝다에 있었던 마르첼로 리피 감독을 1순위로 생각했었다. 유벤투스와 이탈리아 국가대표팀에서 보여준 그의 전술과 팀 운영은 퍼거슨 감독과 비슷했고, 그의 커리어를 봐도 맨유 감독이 될 자격이 충분했다. 2순위는 당시 PSG에 있었던 안첼로티 감독, 3순위는 레알 마드리드에서 사임한 무리뉴 감독이었다.
그러나 퍼거슨 감독의 후임은 에버튼의 모예스 감독이었고, 이후 맨유는 텐 하흐 감독을 선임할 때까지 정식 감독을 4번 경질했으며, 1명의 임시 감독과 2명의 감독 대행이 팀을 맡았다. 퍼거슨 감독 이후 3년 이상 팀을 맡은 정식 감독은 없었고, 맨유 보드진은 무려 10년 가까이 맨유가 그동안 어떤 축구를 해왔고, 앞으로 어떤 축구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식 없이, 감독을 선임했고 선수들을 영입했다. 새로운 보드진은 이제 시즌 전 재계약과 재신임을 한 텐 하흐 감독을 경질할지 고민하고 있다.
누군가 내게 "텐 하흐가 좋은 감독이냐?"라고 묻는다면, "좋은 감독이다."라고 말할 것이다. 그는 2년 동안 EFL 컵과 FA 컵을 각각 들어 올렸고, 첫 시즌에 리그 3위를 하면서 챔스 진출권을 따냈다. 최근 리그 수준을 고려할 때 쉽지 않은 성과였다. "그럼 맨유 감독을 맡기에 적합하냐?"라고 묻는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지금은 아니지만 시간이 좀 더 주어진다면 적합할 수도 있다."
모예스 감독은 빅클럽을 맡기에 역량이 부족했고, 판 할 감독과 무리뉴 감독은 전술과 팀 운영에 있어서 맨유에 어울리는 감독들이 아니고 아니었다. 만약 무리뉴 감독이 퍼거슨 감독 은퇴 직후에 팀을 맡았다면, 팀을 새롭게 개편하여 뭔가 다른 맨유를 만들 수도 있었겠지만, 그는 너무 늦게 맨유에 부임했고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솔샤르 감독은 맨유의 축구가 무엇인지 분명 알고 있었고 우승컵을 들었다면 좋았겠지만, 정식 감독이 된 이후 맨유 감독이라는 중압감에 힘겨워했다.
텐 하흐 감독은 판 할과 무리뉴보다 유연한 전술들을 구사하지만 경험이 부족하고 때론 무모하다. 그래서 노련하고 영리한 상대 팀 감독들은 그의 전술을 잘 간파하고 대응한다. 특히 경기가 안 풀리면 전술 자체를 바꾸려 하는데, 지더라도 준비한 전술로 지는 게 비평가들과 팬들로부터 욕은 먹더라도, 팀과 감독 자신에게 좋다. 승패에 상관없이 선수들은 감독의 전술을 이해하며 익숙해질 수 있고, 감독도 경기 후 전술의 어느 부분들을 수정해야 할지, 다음 이적 시장에 어떤 선수들을 팔고 살 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전에 과르디올라와 클롭, 아르테타 감독들이 그랬고, 현재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그러고 있다.
빅클럽들이 이적 시장에서 소속 감독을 지원하고 성과를 내기 위해 과다한 이적료를 지출하는 것은 익숙한 광경이지만, 텐 하흐 감독은 아약스 선수들 외에 다른 팀 선수들에 대한 관심과 정보들이 없어 보였고, 그 결과 투자한 비용에 비해 선수단의 양과 질은 빅클럽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만약 첫 시즌에 우승컵을 들지 못했거나 챔스 진출권을 얻지 못했다면, 지난 시즌에 텐 하흐 감독은 분명 경질되고, 새로운 감독이 올 시즌 맨유를 맡았을 거라 확신한다.
이러한 단점들이 있음에도 텐 하흐 감독에게 일말의 지지를 보내고 희망을 갖는 것은 두 가지 이유들이 있다.
첫째는 그가 아약스 감독 출신으로 구단 유스 시스템에 관심이 많고, 이전 감독들에 비해 유스 선수들을 발탁하여 1군으로 데뷔시킨다는 점이다. 가르나초와 마이누는 맨유의 미래이고, 고어와 휘틀리도 착실히 성장하고 있다. 애머스는 장차 루크 쇼의 후계자가 될 수 있는 재목이고, 콜리어도 눈여겨볼 유망주다. 맨유 감독이 유스 선수들에게 이런 관심을 주는 것은 정말 오래간만이다. 이전에는 백업 또는 어쩔 수 없이 유스 출신 선수들을 쓰는 면이 많았고, 적당한 금액이면 이적을 허용하여 재능 있는 유스 선수들이 다른 팀에서 성장하여 활약하고 있다.
둘째는 텐 하흐 감독의 맨유 전술이다. 두 시즌 넘게 텐 하흐 감독이 보여준 전술들을 보며 무슨 축구를 하고 싶어 하는지는 알 것 같다.
그는 좌우 폭을 넓히고 수비라인을 높게 설정하여, 선수들의 왕성한 활동량으로 압박에 기반한 속공 축구를 하고 싶어 한다.
나는 그의 축구가 맨유 축구에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어디까지나 그의 생각대로 된다면.
그는 3선 미드필더들에게 하프 스페이스 공략과 페널티 박스 안 침투, 후방 빌드업, 역습 차단 등 많은 역할들을 요구한다. 4-2-3-1로 시작하지만 미드필더들의 움직임과, 양 풀백들이 중앙으로 들어와 빌드업을 돕고 전후방 지원 역할을 한다면, 포메이션은 경기 중 다양하게 변한다.
물론 미드필더들의 능력치와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주변 선수들 간의 활발한 위치 이동이 없으면, 상대 팀 선수들의 압박에 공략 당해 중원을 내주고 경기를 망치는 경우가 생긴다. 실제로 텐 하흐 감독은 이럴 때 롱볼에 기반한 역습 축구로 전환하여 상대 팀에게 공 소유권을 쉽게 내주고 자멸하기도 한다.
첫 시즌에는 프레드와 카세미루를 중심으로 중원을 운영했지만, 프레드 이적 이후 텐 하흐 감독은 마운트를 영입하여 카세미루 옆에 세웠다. 전후방 빌드업 과정에 마운트가 기여한다면, 카세미루는 수비적인 임무에 더 집중할 수 있고, 브루노 페르난데스의 부담도 줄일 수 있었을 테지만, 잦은 부상과 기량 저하로 인하여 현실에서 보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조합이 되었다.
현재는 마이누와 에릭센이 이 자리에서 뛰는데, 마이누의 기량은 더 발전해야 하고, 에릭센의 현재 몸 상태로는 3선보다 2선에서 뛰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운트는 페르난데스의 백업 또는 공격 지역 유틸리티로 기용되면서, 텐 하흐 감독의 의도에 절반만 충족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양쪽 윙들은 사이드 라인까지 공간을 활용하여 상대 풀백들을 끌어당겨서, 풀백과 중미들이 하프 스페이스 공략을 할 수 있게 돕거나, 역습 시 수비 뒷공간을 노린다. 그러나 최근에는 래시포드와 가르나초, 안토니가 끌려 나온 수비수들을 돌파하지 못해 턴오버가 되는 경우가 많고, 때로는 상대 팀 역습의 시발점이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특히 래시포드는 데뷔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의 플레이들을 보면 기복이 너무 심하고, 활동량은 두 배 이상 줄었다. 드리블도 단순하고 축구 지능은 여전히 맨유에 걸맞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텐 하흐 감독은 래시포드를 계속 기용하는 것일까?
현재 맨유 윙어들 중에 시즌 10골 이상을 기대할만한 선수는 래시포드가 유일하다.
다르게 말하면, 그의 골 결정력 문제가 곧 맨유의 골 결정력 문제와 동일하다. 그가 득점하지 못하면, 감독의 전술이 아무리 좋아도 맨유는 어려운 경기를 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미드필더들이 후방 빌드업을 제대로 할 수 없으니 톱과 2선에 있는 선수들이 이전보다 더 낮은 위치로 내려와 공을 받게 되는데, 이럴 경우 역습보다는 지공에 가까운 상황들이 자주 생긴다. 어쩔 수 없이 브루노 페르난데스가 매 경기에서 빌드업 과정과 세트 피스 상황에서 중요한 역할들을 맡을 수밖에 없다.
마치 고전적인 10번 플레이메이커가 다시 살아난 것처럼, 페르난데스의 그날 컨디션과 경기력에 따라 경기에서 팀의 승패가 갈리게 된다.
전술적으로 래시포드와 페르난데스에게 의존하는 상황에서, 텐 하흐 감독은 공 소유권을 잃을 시 선수들에게 역 압박을 지시하는데, 주변 선수들과의 약속된 플레이가 아닌 개인 판단에 의한 역 압박으로 실행되고 있다. 더구나 몇몇 선수들은 압박 자체에 소극적이라, 팀 압박 조직력이 매우 좋지 않다. 이런 무질서한 전방 압박으로 선수들의 체력은 빠르게 소모되고, 후반 초반부터 경기력이 떨어진다.
두 시즌 동안 팀 압박도 제대로 조직하지 못한 텐 하흐 감독은 분명 비판받아 마땅하다.
텐 하흐 감독이 이런 문제점들을 모를 리 없다고 생각한다. 첫 시즌에는 전방 압박과 수비 재정비를 적절히 혼합하며 경기 운영을 잘했기 때문이다. 빌드업 문제는 적당한 선수들을 찾거나 패턴들을 발전시키면 해결될 것 같은데, 팀 압박 조직력 향상을 위해선 시간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
결국 압박 수비 시 선수들의 위치 선정과 적극성 여부, 그에 따른 전술 친숙도가 올 시즌 맨유 성적과 텐 하흐 감독의 운명을 결정지을 것이다.
다가오는 겨울 이적 시장에서 새로운 선수들을 영입하고 싶어도 FFP 규정 때문에 기존 1군 자원들을 팔지 않는 이상, 빅네임 영입은 쉽지 않아 보인다. 아마 보드진도 텐 하흐 감독을 경질하고 싶었겠지만, 새 감독에게 시즌 중 맨유를 맡기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생각한 것 같다.
어떤 감독이 와도 스쿼드 개편을 위해 1억 파운드 이상의 이적 자금을 투자해 달라고 보드진에게 요청할 것이다. 얼마나 더 선수들을 영입해야 할까? 현재 맨유 선수들을 영입할 타 클럽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이전 보드진과 달리 새로운 보드진은 실리적이고 현명한 판단들을 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리그와 챔스 우승을 원하는 맨유 팬들은 또 몇 년간 불안과 불만을 가진 채 경기를 봐야 한다.
드와이트 요크, 판 니스텔로이, 호날두, 베르바토프, 판 페르시 이후 맨유에서 리그 득점 왕이 나오지 않았던 지난 10년은, 맨유가 리그 우승을 하지 못한 10년이었다. 어느 시즌이든 맨유에서 득점 왕이 나오면, 그 시즌이 다시 리그 우승을 할 기회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그때가 되면 맨유의 암흑기가 끝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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