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世紀 Enlightener
단지.. "귀찮은" 것 뿐이다 본문
방학도 거의 끝이 났다.
무척 빠르게 지나간 방학이었고,
늘 그랬듯이 치열하게 글을 썼다.
피곤하면 대책없이 잠을 자거나 게으름을 피우기도 했고,
아무 생각 없이 창 밖을 보거나
하루 종일 음악, 또는 영화를 보기도 했고,
악기 연습으로 다른 일을 못할 때도 있었다.
하루는 나에게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허락하지만,
단지 딱 '하루'만이다.
석사 논문을 작성하기 위한 준비 작업이 시작되었다.
동문이자 강사로 두 학기 동안 내게 Kant와 Schelling을 가르쳐 준
Martin Bunte를 오랜만에 만나 대화를 했다.
우연히 그의 아내도 만날 수 있었는데,
그의 큰 체격에 비해 아담하고 귀여운 여자였다.
1시간 정도 대화를 했고 논문 지도 교수 추천에 대한 질문에 대한 응답으로,
그의 박사과정 지도교수였던 Walter Mesch 교수를 추천헀다.
지난번에 Tobias도 내게 같은 교수를 추천했는데,
결국 그 교수를 만나야 할 것 같다.
하면 좋고 안해도 상관 없지만 신경 쓰이는 일들이 있다.
나는 그 일들을 '귀찮은 일'들이라고 생각하는데,
예를 들면 통장 유지비가 없는 은행으로 바꾸거나,
포인트 카드를 등록하는 것,
그리고 어지럽게 널부러져 있는 서류들의 정리 같은 일들이다.
하루 반 정도의 시간을 투자해서 그동안 그 귀찮은 일들을 해결했고,
"정말 좋아진 건가?" 라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마치 아무리 크든 작든 삼각형의 내각의 합은 180도라는 것처럼.
비자를 연장해야 할 시기라 오랜만에 외국인 비자 발급청에 갔다.
오전 8시에 업무가 시작되어 정각에 도착했지만,
언제나 나보다 더 빨리 와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
다행히도 여기는 Bochum보다 그런 사람들의 수가 적다.
그래도 기다리는 시간만 대략 2시간 넘게 걸린다.
2년 전에 만났던 사람을 다시 만났는데,
조금 친절해졌지만 여전히 냉정하고
한번에 장기 비자를 내주지 않는 사람이었다.
물론 당연한 태도이자 결정이었기 때문에 불만을 갖지 않는다.
단지.. "귀찮은" 것 뿐이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약 4년 전 주독 대사관에서 받았던
재정 보증서의 유효기간이 만료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새롭게 재정 보증서를 받거나 다른 방식으로 재정 안정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어머니께 이 사실을 알려 드렸고 주말에 다시 대화하기로 했다.
벌써 독일에서 공부하고 사는 것도 4년이 되어가는 건가..?
어느 덧 30대 중반에 근접했고
처음 한국을 떠나올 때와는 다른 나를 보면서 스스로 묻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 여기에 있는가?"
일차적으로 나 자신을 위한 것이라 답하더라도,
부차적으로 떠오로는 대답들은 나를 고민하게 만든다.
이전과는 다른 생각과 행동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살아간다'는 것이 아직 내게는 완전한 '동사'로서 적용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들이 끝에 다다르고,
하고 싶어하는 것들이 실현된다면,
지금 나는 '살아간다'는 동사의 완전함으로의 '길' 어딘가에 있는 것이다.
예전과 달리 나의 번뜩이는 지적 능력이 점차 약화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이것을 처음 느꼈을 때는 어학 과정을 할 때 였는데,
나는 그때 순간적으로 두려움을 느꼈다.
그리고 점차 약화되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마다 스스로 안타까워 했다.
그러나 인정해야 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고 스스로 말한다.
나의 몸은 점차 10대나 20대의 그것이 아니고,
이제 복잡하고 다양한 일들에 관심을 갖기 보다는,
내가 지금까지 하고 있었던 일들에 집중하고 그것들의 다양함을 연구해야 한다.
지금의 내가 그나마 다행스럽다고 생각한다.
만약 지금 상태로 유학을 시작하고 어학 과정을 하고 있었다면,
나는 매일 밤 더 괴로워 했을 것이다.
근래에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자연'적인 음식들을 섭취하면서,
건강에 대한 의식을 강화하고 있다.
특별히 아픈 곳은 없지만 갑자기 느껴지는 통증과 어지러움에 스스로 근신한다.
그래서 더욱 내 몸의 반응과 움직임에 주의를 기울인다.
딱히 오래 살려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의미 없이 그리고 하고 싶은 것들의 실현 없이 죽는 것은 싫다.
그래서 신께 늘 기도한다.
"당신의 계획에 제가 없다면 언제라도 저를 죽이세요"
종교는 결국 신과의 끝없는 싸움과 화해이다.
날씨가 점점 따뜻해지고 낮도 길어지고 있다.
이제 Sommerzeit는 끝날 것이고
한국과의 시차는 8시간에서 7시간 차이로 가까워(?) 진다.
그리고 곧 치열한 글쓰기가 시작될 것이고,
무엇인가 알기 위한 몸부림도 나를 숨막히게 할 것이다.
이번 학기부터 라틴어를 공부할 생각이다.
점점.. 나 역시 인문학을 공부한 여느 사람들과 같은 과정을 밟고 있다.
그러나 그 과정 너머에 '나'는 늘 내가 상상하고 원했던 그것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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