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世紀 Enlightener

작게 달라질 것들이 있기에.. 본문

Section 日記/Hello- Yesterday

작게 달라질 것들이 있기에..

EAST-TIGER 2016. 1. 6. 10:15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걸친 짧은 방학이 끝나간다. 


다음 주면 다시 학기가 시작되고 몇 주 후 그대로 끝이 날 것이다. 


이 짧은 방학 동안 무엇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던 것 같은데..


마음 먹은 대로 되지 않는 것이 당연할 정도로 나는 행동했고,


시간도 그 행동에 따라 정확히 자기 갈 길을 갔다. 


예전과 달리 나는 더 이상 이러한 상황에 힘들어 하지 않는다.


나는 정말.. 다른 사람이 되고 있다. 




근래에 영화를 많이 보고 있다. 


Youtube에 정말 많은 영화들이 업로드 되어 있는데, 


우연히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제공하는 한국 영화들의 목록을 보았고, 


그 중에서 몇 편을 잠깐 쉴 때마다 보았다. 


주로 60-90년 대 초반에 제작된 영화들이고, 


어디선가 영화 제목은 들었고 누가 출연하고 감독했는 지도 알고 있었지만,


제대로 보지 못했던 영화들과,


이미 어릴 때 보았는데 다시 보고 싶은 영화라서 또 보게 된 영화들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정지영 감독의 <남부군>, 이만희 감독의 <돌아오지 않는 해병>, 


배창호 감독의 <고래사냥>, 임권택 감독의 <태백산맥> 같은 영화이고, 


장선우 감독의 <경마장 가는 길>을 보면서 줄곧 홍상수 감독을 떠올렸다.


그렇다.


현대 영화 역시 태초적 창조보다는 누군가의 흐름 속에 합류하여 흘러간다. 


나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다시 보거나 제대로 보기 시작했다. 




나는 먼저 그의 데뷔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을 보았고, 


<강원도의 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북촌방향>, <옥희의 영화>들을 차례대로 보았다. 


내 기억으로 <잘 알지도 못하면서>를 기점으로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어떤 변화가 있었다. 


일단은 관객들이 보기에 불편하지 않은 연출을 했고, 


제작에서의 즉흥성은 더욱 심화된 것 같으며,  


무엇보다 자기의 이야기를 좀 더 많이 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경험인지 상상에 근거한 허구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는 분명 그것들을 자기의 일처럼 영화에서 풀어냈다. 


아마 그의 영화는 그의 자서전이고 관객들은 그것을 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서 빠지지 않는 소품이자 장면이 있다면, 


술 마시는 것과 담배 피는 것 그리고 섹스 또는 섹스를 암시하는 장면이다. 


이 세 장면들은 그의 어느 영화에서나 볼 수 있고 너무 흔하기에 지루함을 주기도 한다. 


당연히 각 영화마다 그 각각의 장면들이 가진 의미들은 약간 다르다.


하지만 큰 틀에서는 같고 그것은 마치 너무나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또한 등장하는 남자들의 거의 공통된 직업은 영화 감독이거나 교수이며, 


그들은 가르치는 학생과의 연애를 하거나 했었고 섹스를 하거나 했었다. 


등장하는 여자들은 저 남자들의 '광기'나 '나약함'을 받아 들여야 한다.


이런 점에서 홍상수와 김기덕,


이 두 감독은 닮아있다. 




이전 같으면 본 영화들을 대부분 리뷰로 적어 기록으로 남겼을 텐데, 


올해부터는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다. 


사실 보고 나서 리뷰를 쓰고 싶지 않은 영화들이 간혹 있었는데, 


억지로 '기록'을 위해 글을 쓰고 뭔가 의미를 부여했는데, 


이제는 지겨워졌다. 


그리고 그런 글들에 애정을 더이상 줄 수 없을 것 같다. 


내가 쓴 글에 애정을 줄 수 없다면.. 그냥 쓰지 않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그래서 이제부터 영화를 보고 쓰고 싶으면 글을 쓰려고 한다. 


아쉽게도 마지막 리뷰 이후 지금까지 본 영화들을이 많고,


몇 편은 실제로 글을 어느 정도써놓기도 했는데..


그냥 쓰지 않으려고 한다. 




이상하게 요새 밤에 자는 시간과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이 일정해졌으나, 


하루는 오히려 더 짧아진 느낌이다. 


하루는 어김없이 나를 찾아오지만, 


가끔은 내가 하루를 찾아가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하루가 짧아졌다는 느낌은 나를 무척이나 무기력하게 만든다. 


겨울이라 어둠은 너무 일찍 찾아오고, 


어둠은 사람의 본능을 자극하여 굳은 의지를 무너뜨린다. 


정말 귀찮다. 




2016년이 왔지만 달라진 것은 많지 않다. 


단지 숫자들만이 바뀌었을 뿐,


1월 1일은 여러 날들 중에 한 날에 불과하고, 


그것 역시 숫자이기에 별 다른 의미가 없다.


올해는 한국에 잠시라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갈 수 있을 지 없을 지는 나에게 달려있지만,


지금으로서는 나를 위해서라도 가야 할 것 같다. 


가봤자.. 크게 달라질 것 같진 않지만,


작게 달라질 것들이 있기에..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