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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번 월드컵을 기대하는 이유

EAST-TIGER 2010. 6. 11. 11:24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이 다가왔다. 4년마다 있는 대회지만 축구를 좋아하는 나에게 있어서는 4년이란 기간은 정말 길게 느껴진다. 내가 처음 월드컵을 보았던 때는 1994년 미국 월드컵이었다. 당시 나는 초등학교 5학년이었는데 교실에서 스페인전을 친구들과 함께 생중계로 보았다. 2점차로 지고 있던 상황에서 홍명보의 프리킥 골과 종료직전 서정원의 동점골은 보는 것 자체만으로 어린 나에게 큰 감동이었다. 그러나 이길 것 같았던 볼리비아전에서 무승부를 했고 독일전에서 아깝게 졌다. 


  중3때였던 1998년 프랑스월드컵은 우리나라 국민들이 그 어느 때보다 16강을 염원했던 월드컵이었다. 차범근 감독의 한국은 최종예선에서 일본과의 명승부를 선보이며 여유 있게 본선에 진출했다. 한국은 멕시코를 이기고 네덜란드는 패하더라도 벨기에와 무승부 이상의 성적을 거둬 늘 그랬듯이 1승 1무 1패를 목표로 16강 진출을 노렸다. 첫 경기였던 멕시코전에서 월드컵 사상 첫 선취골을 프리킥으로 하석주가 넣었을 때만 해도 멕시코를 이기는 줄 알았다. 나도 밤늦게 집에서 생중계를 보면서 환호의 탄성을 질렀는데 불과 10분도 지나지 않아서 골을 넣었던 하석주가 어이없는 백태클로 퇴장 당했고, 전반 초반이었기에 후반전에서 멕시코의 공세를 이기지 못하면서 결국 멕시코에게 역전패를 당했다. 정말 최악이었다. 이후 네덜란드전에서 한국은 5:0 대패를 당했고 벨기에와 무승부로 허무하게 끝났다.


  대학을 자퇴하고 재수하던 시절인 2002년 한일월드컵은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화려했던 월드컵이었다. 히딩크 감독의 한국은 믿을 수 없는 경기력으로 4강에 올랐고 4위로 월드컵을 마무리했다. 도저히 잊을 수 없기에 이런 감격스런 날이 내 생애 다시 오기를 바랄 뿐이다. 


  군복무 중이었던 2006년 독일월드컵은 무척이나 아쉬운 월드컵이었다. 아드보카트 감독의 한국은 토고를 이기고 프랑스와 비겨 원정 16강 진출이 눈앞이었는데 주심의 석연치 않는 판정으로 스위스에게 져서 좌절되었다. 원정 월드컵 최고의 성적인 1승 1무 1패를 하고도 16강 진출을 못한 것은 새벽에 일어나 몰래보던 TV를 보던 나와 전우들을 흥분시키기 충분했다. 그리고 나의 5번째 월드컵인 2010년 남아공월드컵이 드디어 오늘 개막한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의 조 편성은 좋다고 본다. 그리스,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세 팀 모두 한국이 이길 수 있는 상대들이다. 이러한 판단이 나올 수 있는 근거는 2002년을 기점으로 한국축구가 급속도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강팀들과의 경기에서 쉽게 패배하지 않는 경기력을 가졌고, 해외파 선수들의 활약과 경기의 흐름을 잘 읽는 선수들이 많아졌다. 그만큼 지금의 한국축구는 많은 부분에서 강해졌고 실제로 여러 평가전에서도 드러났다. 수비가 불안하다는 지적이 많은데, 국가대표급 경기에서 무실점으로 경기를 끝내는 것은 확률 상으로도 어려운 일이다. 결국 수비는 어느 팀이든 불안하고 남의 팀이 더 잘 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니 너무 질책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다만 열심히 응원하면서 허정무 감독과 선수들의 능력을 믿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한다. 어차피 경기는 해봐야 아는 것이다.


  글을 쓰다가 느낀 것인데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나라지만, 올림픽에서 10위 안에 드는 것에 익숙하고 6·25전쟁 이후 불굴의 의지와 근성으로 경제발전을 이룩하여 지금은 G20에 속해있다. 또한 평소에는 국민들의 애국심이란 찾기 힘들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불타는 애국심을 발휘하여 민주의식 넘치는 선거와 국가의 경조사에 열의 있게 참여하는 등 단합된 모습을 보여 왔다. 그리고 다른 나라 사람들이 보기에 우리나라는 무엇이든 최악의 조건과 상황이라 혹평했지만 그 혹평을 비웃으며 여기까지 왔다. 마지막으로 태극기는 어느 나라 국기보다 세련되고 멋있다. 


  월드컵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비록 해외 유명 스포츠 사이트들과 도박사들은 우리나라의 16강 진출을 낮게 보지만, 02년 월드컵 4강신화도 이런 상황과 조건 속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노력과 열정은 우리나라와 잘 어울리는 단어이고 행운은 우리의 친구였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일을 한국 스포츠계는 하나, 둘씩 이룩해나가고 있다. 이기고 지는 것은 스포츠 세계에서 당연한 일이지만 한국 국가대표팀은 세계 스포츠계에 기적을 선보이며 국민들을 감동의 도가니에 빠뜨렸다. 기대되지 않는가? 이것이 내가 이번 월드컵을 기대하는 이유이다. 


  Again 2002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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