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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의 단독중계가 우려되는 이유.. 본문
SBS가 벤쿠버 동계올림픽에 이어 남아공 월드컵도 단독중계하기로 결정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권고로 KBS와 MBC가 지속적인 협상했으나 SBS가 높은 중계권료를 포함한 기회비용에 따른 보상요구와 한국, 북한 등 국민적 관심이 높은 경기를 제외한 나머지 경기만 공동중계 하겠다는 제안을 했으니 애당초 협상은 어려운 일이었다. 이로써 SBS는 남아공 월드컵의 전 경기인 64경기를 단독으로 생중계하며 이 중 35경기는 프라임타임인 오후 8~10시에 방송하기로 결정했다.
왜 KBS와 MBC는 중계권을 얻지 못했을까? 상업방송인 SBS는 FIFA와의 중계권료 협상에서 두 방송국보다 100억 이상의 웃돈을 제시하여 중계권을 단독으로 획득했다. 두 방송국이 보기에는 땅을 칠 일이지만, 자본주의 시장논리에서는 방법의 질을 떠나 SBS가 경쟁에서 승리한 것이다. 언론과 두 방송국은 SBS의 스포츠 독점 중계행보에 연일 비판을 가하겠지만, 일부 국민들을 제외한 대다수 국민들은 이 문제에 큰 의문을 던지지 않을 것이다. 생각해보라. 월드컵 기간이라고 해서 모든 국민들이 월드컵을 보는 것이 아니다. 즉 어떤 사람들은 월드컵을 볼 것이고, 어떤 사람들은 다른 프로그램을 볼 것이다. 이런 점에서 방송 3사가 같은 스포츠를 동시간대에 중계하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불필요한 경쟁일 수도 있다. 그러나 SBS의 단독 중계는 다른 면에서 문제가 있다. 바로 상도(常道)를 무너뜨리는 행위이다. “그게 무슨 상관이냐? 능력 있으면 그렇게 하는 거지!” 라고 말하면 수사학적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전체적인 논리로 볼 때는 생각해 봐야할 일이다.
시장경제에서 독과점과 경쟁과열은 시장경제의 악으로 작용한다. SBS가 동계올림픽, 월드컵 중계권을 연이어 독과점한 것은 시장의 다양성을 죽이는 것이고 국내 중계권료를 일방적으로 조절할 수 있어서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당연히 앞으로 국제적 방송들의 중계권에 대한 방송 3사의 경쟁은 과열될 것이고, 중계권료가 지속적으로 상승함으로 타 방송사들과 소비자들은 엄청난 부담을 갖게 된다. 특히 방송사들은 막대한 중계권료를 들였기에 중계권료 이상의 이익을 내려할 것이니 소비자들의 부담은 배로 커질 것이다. 더구나 SBS가 월드컵 경기에 대한 전시권(Public Exhibition Right)을 행사하면서 영세 상점을 제외한 대형 상점이나 호텔, 시내 멀티비전 등에 중계료를 받겠다고 나섰으니 앞으로 방송 저작권에 대한 시비도 무수히 발생할 것이다.
이런 독과점의 폐해를 막기 위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SBS에게 중계권 재판매 및 분배 협상을 권고했지만, 협상이 결렬되었으니 정부가 나서야 한다. 시장경제는 더 이상 아담 스미스(A. Smith)의 ‘보이지 않는 손’ 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시장경제는 인간의 탐욕 속에 질서를 잃었고 무한경쟁 속에 법과 상도마저 무시한 암흑지대가 되었다. 그러므로 정부는 시장경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고 조절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서 시장경제를 감독하며 공정거래를 활성화시키고, 시장의 다양성을 유지하여 소비자들의 부담을 경감시켜야 한다.
SBS가 KBS, MBC에 비해 많은 돈을 IOC와 FIFA에 제시하여 중계권을 획득한 것은 경쟁에서 승리한 것이 분명하다. SBS는 스스로 정당하다고 대응하겠지만, 건전한 방송시장을 형성하기 위해서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물론 올림픽이나 월드컵으로 인해 방송 3사가 동시간대에 모두 방송하는 것과 기존 프로그램이 결방하는 것은 보기 좋은 것이 아니다. 그러나 4년마다 돌아오는 전 세계적인 축제에 모든 국민들이 한마음으로 부담 없이 즐기고, 각 방송사와 언론기관들이 앞 다투어 다양한 중계와 취재를 하는 게 더 좋은 것이 아닌가? 한 방송사의 방송독점은 방송시장을 과열시키는 일이고 TV가 바보상자라는 것을 재확인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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