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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내 삶은 기다리는 중이다 본문
5월 있었던 공연 사진을 최근에 받았다.
분명 어딘가에 붙어 있다가 다른 행사에서 찍은 사진들을 붙여야 하거나,
오래 전시되어 '신선도'가 떨어져 이제서야 내 손에 쥐어진 것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 날의 기억을 다시 할 수있게 사진도 받았고,
Thomas는 그때 촬영된 영상들도 전체 메일을 통해 링크로 보내주었다.
공연이 있던 그 날은 하루 종일 흐린 날이었고 비가 오고 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정오 이후부터 여러 팀들이 무대에 올랐고,
우리 밴드 역시 그 중 한 팀으로 공연을 했다.
이 날 오후 내내 MÜnster의 명소 Prinzipal Markt 앞은 흥겨웠다.
이 공연 외에도 5월에는 집에서 멀지 않은 Mecklenbeck에서 한번 더 공연이 있었다.
그 날도 비가 왔고 흐렸다.
벌써 Big Band 'No Surrender'의 단원으로 활동한 지도 1년이 넘었다.
집 근처에 Big Band가 있다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지만,
이런 Big Band들이 MÜnster에만 5개가 넘는 것은 더 흥미롭고 놀라운 사실이다.
이 사실은 가능성 있는 결론과 확신을 갖게 한다.
"독일은 음악하기 편하구나"
한국에서 처음 Band를 만들어 음악을 하고 싶었을 때,
내가 가장 걱정했던 것은 "과연 사람들이 모집 포스터를 보고 올 것인가?"였다.
다행스럽게도 사람들이 모이고 시간이 갈수록 합주할 장소와 장비들이 생겼지만,
각 악기 파트에 필요한 플레이어들이 늘 부족했고,
다 채워져 있을 때도 언제 결원이 생길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결원이 생겨 새로운 사람들을 모집하는 것은 귀찮은 일이었고,
그 모집 기간이 길어질수록 기존의 멤버들의 의욕도 저하되었다.
그 당시 나는 음악 활동 이외에도 바쁜 일상들을 보내었지만,
이상하게 내 주변의 멤버들은 나 이상으로 바쁜 듯 했고 늘 "돈이 없다"고 말했으며,
결국에는 Band 활동을 그만두거나 자기만의 독단으로 나를 힘들게 했다.
무엇보다 베이스 기타 플레이어나 드럼, 관악기,
그리고 '어느 정도' 치는 피아노 플레이어를 찾기 무척 힘들었다.
이 외에도 한국에서는 나이와 성별 그리고 생활 수준에 따라 Band 성격과 활동도 달라진다.
이런 이유들로 한국에서는 취미로 음악 활동하기에는
무척 어렵다는 것이 내 느낌이자 결론이었다.
독일에서는 일단 나이와 직업에 상관없이 같은 Band에서 활동을 할 수 있다.
지금 내가 활동하는 Band도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되어 있고
나는 그 중에서도 아주 어린 편이다.
그리고 저마다 어릴 때부터 배운 악기들이 다르고 흥미를 느끼는 부분도 다른 편이다.
피아노나 기타 계열의 악기 플레이어들이 많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저마다 흥미와 관심에 따라 연주에 있어서 실력 차이는 나겠지만,
Big Band에서의 연주는 일단 악보가 쉽고.
곡마다 각 파트가 일정 부분 나누어 연주되기에 어렵지 않다.
그리고 어려운 부분들은 그것을 연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더 맡으면 된다.
개인적으로는 Big Band 보다는 소규모 Band를 선호하지만,
Big Band의 장점은 리듬과 초견 연습을 할 수 있고,
화음을 맞추어 리듬과 함께 조화되는 과정을 배울 수 있다.
무엇보다 곡을 해석하고 읽어내는 능력이
귀에서 시작되어 머리를 기점으로 각 사지로 전달됨으로써 생겨난다.
이 지식과 경험은 내가 음악 활동을 그만두지 않는 한,
어디서든 적용될 수 있고 개인적인 발전을 계속 할 수 있게 도울 것이다.
색소폰을 구입하여 취미로 연주한 지 벌써 7년이 넘었다.
2007년 1월에 구입한 악기는 여전히 내 손에 머물러 있고,
여전히 좋은 음색과 소리를 들려준다.
취미로 연주하는 것이지만,
나는 늘 더 좋은 연주를 하기 위해 고민했고,
많은 돈을 그것을 위해 투자했고,
지금도 투자하고 있고 앞으로도 투자할 것이다.
또한 나는 좋은 연주를 위해 여러 번 좌절하기도 했으며,
지금도 좌절하고 앞으로도 좌절할 것이다.
이쯤되면 내가 취미로 연주를 하는 것인지,
취미 이상으로 그 무엇인가가 되고 싶은 것인지,
구분이 안 가기도 한다.
실제로 그 고민을 했었고 결론도 어느 정도 내렸다.
그래서 지금 나는 '시기'를 옅보며 기다리고 있다.
힘겹고 아쉬운 나날들과,
의미있고 즐거운 나날들이 조화를 이루는 요즘.
나는 여전히 다음 공연과 다음 연주를 기다린다.
'기다리다'는 동사에 나의 삶은 잘 어울린다.
나와 내 삶은 기다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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