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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발견한 사람만이..

EAST-TIGER 2018. 1. 8. 09:01

아름답지 않은 날들이다. 

나는 반 이상 미쳐있고 어떤 말들과 행동들도 의미없게 느껴진다. 

그래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 때 힘겹다. 

스스로 계속 자제하고 조심하지만 쉽지 않다. 

누군가 나를 멀리서 본다면 아무렇지 않게 보일 것이다. 

그와 가벼운 대화를 나누거나 도움 주는 것도 괜찮다. 

하지만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없고 친해질 수 없다. 

나는 "나"를 더 자세히 보기 위해, 

"나"와 싸우고 있다.

그 싸움은 격하기에 누군가 느낄 수 있다. 

"나"의 괴팍함을. 


2년 연속으로 1월 1일이 되는 밤이 요란하다. 

비가 왔지만 여기저기 폭죽이 터졌다. 

나는 늘 그랬듯이 성경을 읽었고 기도를 했다. 

그러나 마음에 큰 기쁨은 없었다. 

지난 한 해는 내 생애 아주 빠른 한 해였고, 

나는 그 속도에 지쳐 피곤했다. 

다행히 회복하고 있지만 여전히 피곤함은 남아있다. 

그리고 이 회복기에 찾아온 내적인 고통. 

일주일 동안 터지는 폭죽 소리들과 광선들은 내 마음 속 비명 같았다. 


스마트폰은 필요 이상의 일들을 감당하는 것 같다. 

예전 핸드폰은 그저 전화 또는 문자 메시지 송, 수신 정도로 그 역할이 분명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스마트 폰은 매순간 확인해야 하는, 

아니면 확인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어떤 "젠장맞을" 것이 되었다. 

무엇을 확인하고 싶은 것일까? 

왜 이렇게 편리해져서 불필요하게 게을러졌을까? 

이제 스마트폰에서 멀어질 것을 스스로에게 부탁했다. 

쉽지는 않겠지만. 


부모님께 죄송했고 죄스러웠다. 

한국에 다녀온 후 두 달간 나는 힘겨운 시간들을 보냈다. 

원인을 알 것 같으면서도 확실하지 않아 "이렇다"고 말할 수 없었다. 

새해 인사를 드리고 대화를 나눴지만, 

나는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래도 부모님은 괜찮다고 응원한다. 

아... 나는 "죄인" 맞다. 


왜 나를 귀찮게 하는 지 모르겠다. 

나는 그만 연락해주길 원했다. 

하지만 내게 메시지를 보냈고 나는 어쩔 수 없이 응답했다. 

그리고 다시 놀리듯 나에게 말을 걸어, 

나의 말들을 듣고 싶어 했다. 

내가 모를 것 같았을까? 

더이상 허무한 짓은 하지 않기로 했다. 

 

처음에는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힘들었지만, 

다음에는 "파리"처럼 이리저리 내 주변을 맴돌아서 귀찮았다.

변덕스럽고 너무나 가벼운 말과 행동에 나는 그만 지쳤다. 

그래서 조용히 내쫓아 버렸다.  

역시 더이상 허무한 짓은 하지 않기로 했다.


Herr Freude와 함께 장을 보고, 

Freude 부부와 새해 첫 식사를 했다. 

그들은 나의 "괴팍함"을 느낄 수 없다. 

나는 늘 그들에게 친절하고 만족스러운 세입자일 뿐이다. 

물론 4년 가까이 함께 살고 있기에 좋은 "이웃"이자 "친구"이다. 

나는 스페인 산 와인을 마시고 조금 취기를 느꼈다. 

덕분에 조금 고통스러움에서 벗어났다. 

 

겨울 장마가 심하더니 급기야 홍수가 발생했다. 

내가 사는 지역은 아니지만 뉴스에서 피해 소식을 들었다. 

오랜만에 시내에 나갔더니 도서관 앞 수로는 물이 넘칠듯 했고 물살도 빨랐다. 

밤에는 깊고 진한 바람 소리들이 들렸다. 

금요일이 지나서야 날씨는 조금 안정되었다.   

그러나 추워졌다. 


연말과 연초에는 한인 교회를 가서 예배를 드리는 날이 많다. 

그리고 오늘 예배를 마치고 느꼈다. 

"이제 잠시 이 교회를 그만 다녀야겠다."

어떤 때가 된 것이고 나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집에 가기 위해 교회를 나온 후 내 입에서는 욕설이 나왔다. 

집에 가는 동안 그리고 집에 도착해서도, 

나는 고민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이제 잠시 이 교회를 그만 다녀야겠다."


이제 다시 시작할 것들이 있다. 

책상 앞에는 이미 여러 날들 동안 나의 눈과 손을 기다리는 것들이 있다. 

규칙적인 삶을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평균적인 수면 시간이 있을 뿐, 

그 수면 시간이 최고의 몸 상태를 보장하지 않는다. 

한기가 느껴지는 어두운 겨울 아침은 일찍 눈이 떠져도 더 자고 싶고, 

해가 일찍 뜨는 여름 아침은 피할 수 없는 햇빛에 어쨌든 일어나야 한다.  

앞으로 이것들에 필요 이상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이유가 없다. 

나는 내 방식대로 움직일 것이다. 


"외로움"이 짙게 느껴지는 날이 오랜만에 찾아왔다. 

평소에도 "외로움"은 늘 느껴졌다. 

그것은 한국에 있을 때나 독일에 있을 때도 그랬고, 

옆에 누군가 있을 때나 없을 때도 그랬다. 

근래에 나는 일년에 한번 정도 한국에 갈 생각을 했고, 

만약에 그렇게 된다면 조용히 다녀올 것이다. 

이 "외로움"은 평생 나와 함께 할 것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나는 나를 더 자세히 알게 될 것이다. 


누군가 내게 말했다. 

"왠지.. 가까이 있으면 좋았겠다."

나는 말했다. 

"좋았을지도 아니면 힘들었을지도." 

그가 내게 물었다.

"원하는 것이 있어요? 그게 무엇이든.."

나는 말했다. 

"흐릿하고 애매하며 희미한 것들이 뚜렷해지고 명확해져서,

그것들이 나를 자유롭게 하여 부끄럽지 않고 부족하지 않게 했으면 해."


아직 누구도 나를 발견하지 못했다. 

나는 드러나있지만 도리어 숨겨져 있다. 

왜냐하면 보이는 것이 감추어진 것들보다 적고, 

보이는 것마저도 제대로 보지 못하면 그것 역시 감추어진 것이 된다. 


결국 나를 발견한 사람만이, 

내가 만나게 될 그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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