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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과 감성의 대결” 에서 승리한 박원순 본문
박원순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되었다. 선거 전부터 안철수 교수의 지지에 따른, 야권 단일화와 선거운동의 직·간접적인 영향은 큰 효과를 보았고, 변화를 꿈꾸는 서울시민들의 염원에서 비롯된 개표결과였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박원순 후보가 야권 단일화를 이룰 때부터 어느 정도 당선을 예감할 수 있었다. 오세훈 前시장은 불명예스럽게 퇴진했고, 한나라당은 마땅한 후보군 없이 서울시장 후보를 내야했다. 그래서 서울 중구의 국회의원이자, 지식인 여성, 이슈메이커 등 브랜드 파워를 가진 나경원 후보를 선택했고, 급박한 상황치고는 괜찮은 후보였다. 반면에 야권은 이미 몇몇 후보들이 후보군을 형성했고, 특히 안철수 교수의 출사의사에 언론과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박원순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안철수 교수의 출마포기와 함께 박원순 후보를 지지했고, 이에 민주당은 유리한 조건으로 경선을 치렀지만, 박원순 후보의 대세론을 이길 수 없었다. 어떻게 보면 후보도 내지 못한 민주당은 한나라당에 비해 무능했다고 볼 수 있다.
선거운동기간에 아쉬웠던 것은 나경원 후보의 행보였다. 선거운동 전부터 박원순 후보의 약점들을 공략하여 표심을 얻으려는 전략을 세웠기에, 선거운동 때 그녀의 이미지는 무척이나 날카롭고 차가웠다. 그래서 토론회와 언론 및 미디어에서 뛰어난 언변과 현실적인 분석 및 대안으로 박원순 후보를 압박했지만, 대중들은 오히려 그녀의 그런 모습을 비난했고 분노했다. 왜냐하면 대중들은 그녀가 보여준 필요이상의 당당한 모습이, 마치 지금의 현 정권과 한나라당의 이미지와 겹쳐졌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선거운동 시작부터 그녀는 자신이 처한 불리한 상황과, 국민들의 질타를 받고 있는 현 정권과 당의 이미지를 회복하는 일에 더욱 집중해야했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도 드러났듯이 민심은 현 집권세력에게 신뢰를 보내지 않고 있다. 그러나 나경원 후보는 불리한 상황들을 자신의 힘과 능력으로 극복하려했고, 결국 낙선했다.
사실, 상대 후보였던 박원순 후보는 언변이 뛰어난 인물이 아니다. 그가 쓴 책들은 읽어볼만하지만, 그가 생각하는 것들과 쓴 글들을 언변으로 풀어내는 일은 탁월하지 못하다. 또한 그가 내세운 공약들은 나경원 후보의 공약들과 비교할 때, 현실적으로 실현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런데도 선거운동기간 내내 지지율면에서 박원순 후보가 나경원 후보를 계속해서 앞지를 수 있었고 끝내 당선된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나경원 후보와는 반대되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나경원 후보가 자신의 이미지를 진하게 드러낼수록 박원순 후보에게는 더욱 이득이었다. 노력에 비해 큰 효과를 얻은 것이다.
항간에 이번 선거를 “보수와 진보의 대결”이라 평했지만, 나는 “이성과 감성의 대결”로 본다. 소통이 부재한 시대에서 이성을 앞세워 대중의 지지를 받는 일은 쉽지 않다. 게다가 표리부동이 난무한 정치권에서는 더욱 그렇다. 실리와 국익을 우선시하며 국민들의 의지와는 다른 한미FTA와 용산 철거민 참사, 감세정책은 다분히 이성적 판단이었다. 그 결과 현 정권에서 아무리 좋은 정책과 제도가 생기고 그에 따른 효과가 나와도, 상처받은 국민들의 마음을 치료할 수 없었다. 한나라당이 최근에 치러진 선거에서 패배가 돋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래서 국민들은 이런 불합리적인 “이성”에서 벗어나, 이상적이지만 따뜻한 “감성”에 손을 뻗은 것이다. 그 결과 “시민세력”이라는 또 다른 정치세력을 만들었고, 이 세력은 기존 정당들을 단숨에 제압할 정도로 강해졌다. 이런 점에서 박원순 후보의 당선을 놓고 진보 세력의 승리라고 말하기에는 어렵다.
지금 국민들은 보수와 진보의 두 이념이 아닌, 분배에 근거한 복지와 너도나도 인정받고 잘사는 이상적인 사회를 바라고 있다. 서울시민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대한 자신이 내세운 공약들을 최대한 지켜야 한다. 아마 이 공약들의 달성 여부가 내년 총선과 대선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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