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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솔직한 예능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 본문
매주<나는 가수다>를 보고 있다. 본 방송을 볼 수 없으면 재방송이라도 꼭 본다. 어제(6월 12일)에 있었던 방송은 본 방송으로 보았고, 7명의 가수들의 2차 경연이 있었던 방송이었다. 매주 방송 후부터 다음 방송 하기 전까지 연예 기사 한 부분을 담당하며 논란과 질타를 받아오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나는 가수다>. 막되먹은 기자들과 그런 기자들이 쓴 스포일러와 음해 기사들에 놀아 나는 네티즌들을 보면서 포퓰리즘의 단적인 예를 흥미롭게 보고 있다. 그리고 이젠 익숙해졌다. '국민의 알권리' 적어도 연예 영역에서 만큼은 너무 존중되고 있다.
이번 경연에서 인상적인 것들을 몇 가지 꼽자면,
첫째로는 경연 1번으로 선택된 가수가 경연 결과에서 1위를 한 것이다. 그동안의 경연 특성상 2차 경연 맨 처음 노래를 부르는 가수는 상대적으로 불이익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임재범은 파격적인 무대로<빈잔>을 불렀지만, 결과는 4위였다. 물론 장르가 Rock이었고,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무대였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임재범의 무대는 전문가들의 호평을 받았고 개인적으로도 단연 최고였다. 그러나 500명의 청중들은 그런 모습의 임재범보다<여러분>의 임재범을 더욱 좋아했다.
둘째로는 공연 내외적으로 어수선했다. 별로 좋은 인상은 아니지만 옥주현의 공연에서 기타 소리가 나지 않았던 것에 정지찬 음악감독, 프로그램 제작진들에게 매우 실망했다. 예전에도 음향에 대한 질적 문제가 생겨서 음악감독까지 영입하며 새롭게 시작한<나는 가수다>가 아닌가? 게다가 프로 가수들의 무대에서 가수가 아닌 공연 관계자들의 실수는 공연 자체의 질이 떨어질 수 있는 충분한 근거가 된다. 결과적으로 옥주현이 다음 경연을 보장 받는 순위가 나와서 큰 논란이 되지 않았지만, 자칫 옥주현을 향한 네티즌의 어이없는 질타가 지금보다 더하게 쏟아지고, 옥주현 스스로에게도 큰 상처가 되었을 것이다.
한편, JK김동욱은 안타까운 무대를 보였다. 가끔 음악 프로그램에서 드물게 가수들이 가사를 잊어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 역시 좋은 모습이 아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흥미로웠다. 이미<오페라 스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누구보다 대중 앞에서의 긴장을 느끼지 않을 것 같았던 그가,<나는 가수다>에서는 긴장을 하다니! 이어진 재 공연에서는 JK김동욱의 진가를 보여 주었지만, 가수 개인이 스스로에게 느끼는 냉정함은 자진사퇴라는 결과를 낳았다.
셋째로 다양한 장르의 무대였으나, 다양한 평가는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나는 가수다>에 출연하고 있는 가수들이 그동안 활동했던 장르는 YB를 제외하면 거의 겹친다. 간혹 Dance 음악을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Soul, R&B, Pop, Ballad, Jazz 음악 등에서 활약했다. 이런 점에서 매 경연 때마다 출연 가수들의 새로운 변화와 변신은 각 가수의 팬들과 청중들, 시청자들에게 큰 기쁨이 되었다.
다만, 500명의 청중평가단의 평가에 의존되어 있는 평가 방식이 아쉽다. 그것이 프로그램의 룰(rule)이지만 장단점이 너무나 극명하다. 장점은 가수로서 500명의 불특정 취향들을 가진 청중들에게 '감동'이라는 하나의 목표로 최고의 무대를 만드는 노력은, 충분히 가치 있는 도전이다. 하지만 단점으로 500명의 청중들이 느끼는 '감동'에 대한 평가는 너무 상투적이다. 대표적인 예로 1,2차 경연에 대한 최종 결과로 이소라가 탈락 했는데, 그녀만의 뛰어난 감성과 곡 해석력에도 불구하고 최종적으로 청중평가단의 약 10%, 500명 중에 50명만이 그녀의 진가를 알아 보았다. 오래된 팬으로서 다른 가수들과 달리 이소라의 음악세계는 정말 독특하고 전문가들과 동료 가수들이 보기에는 대단한 가수이지만, 청중들이 보기에는 약점이 많은 가수일 것이다. 그렇다고 매번 이소라에게<No.1>과 같은 파격을 요구하기란 버거운 일이다. 이소라는 '이소라스러울' 때 가장 보기 좋고, 거의 매주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그녀가<나는 가수다>에서 지금까지 활약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그녀만의 관록이었다.
이번에는 이소라가 탈락했지만, 그동안의 평가에 비추어 볼 때 기복이 심한 평가를 받은 YB도 사실 불안하다. YB역시 Heavy Metal을 제외하고 다양한 Rock을 매 공연 때마다 선보였지만 평가는 냉정했다. 아마도 이번에 경연에서 평가된 순위가 가수들의 인지도와는 별개로 예능 프로그램과 청중들의 반응에 비추어 볼 때 가장 정직한 것 같다. 청중들은 화려하게 보여 지고, 확실하게 느껴지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
마지막으로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나는 가수다>는 매우 솔직한 예능 프로그램이다. 다소 인위적인 요소가 있더라도 출연 가수들의 사생활, 음악, 무대, 동료 가수들에 대한 조명과 생각들은 꾸밈이 없어 보이고, 제작진은 프로그램 자체가 가진 결점들과 불안 요소들을 숨기기 보다는 오히려 개방하고 있다. 매주 방송 후 인터넷 뉴스 연예기사란을 뜨겁게 달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존에, 다른 예능 프로그램들과 달리<나는 가수다>는 엄청난 논란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논란을 피하기 보다는 정면으로 돌파하는 우직함을 보이고 있다. 매주 방송에서 시청자들이 보기에 크고 작게 실망스러운 면을 보였지만, 그것 역시<나는 가수다>만이 가진 예능 프로그램의 생존 방식이다. 부디 강한 의지를 가지고 매주 생길 논란들을 이겨내길 바란다.
이번 경연에 대한 개인적인 평가를 하고 글을 마치려 한다. 경연 순서대로 평가했고 순위는 매기지 않았다.
1. 김범수 - James Brown과 Earth, Wind&Fire의 무대를 동시에 보는 것 같았다.
남진의<님과 함께>가 히트 할 당시도 그들이 절정으로 활동하던 때였고,
돈 스파이크 역시 그런 느낌을 잘 살렸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최고의 남자 가수인 김범수는<나는 가수다>로 확실히 떴다.
그는 모든 장르가 가능하다.
2. 박정현 - Panic의 명곡인<내 낡은 서랍 속의 바다>를 Modern Rock으로 해석했다.
지난 주 방송을 보면서 다수의 코러스와 함께 하는 Black Gospel로 편곡될 줄 알았는데,
박정현이 가진 장점이 드러나도록 편곡이 된 것 같다.
덕분에 원곡이 가진 몽환적인 분위기는 줄었지만 Rock적인 강렬함이 돋보였다.
난해한 원곡을 이렇게 해석하여 부를 수 있다는 것도 능력이다.
3. BMK - 부활의<비와 당신의 이야기>가 워낙 대곡이라서 시간상 편집될 수밖에 없었다.
웅장한 Brass와 BMK의 묵직한 목소리 외에는 원곡과 비슷했다.
BMK는 힘 있게 불러야 할 노래들에서 자신의 장점들이 드러나는데,
스스로는 힘을 빼면서 불러야 할 노래들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4. 옥주현 - 김건모의<사랑이 떠나가네>를 Tango에 맞추어 한편의 뮤지컬을 선보였다.
어떻게 보면 옥주현은 아이돌 출신의 가수들 중에 가장 자신의 장점을 잘 아는 가수이다.
같은 그룹인 이효리는 가수보다는 만능 엔터테이너라 할 수 있는데,
그나마 옥주현은 뮤지컬을 하면서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소화함으로써 가수의 끈을 놓지 않았다.
게다가 뮤지컬을 통해 청중들과 감동을 소통하는 방법을 배운 것 같다.
곡 후반에 있었던 전조는 가사와 더 잘 어울렸다.
5. YB - 다섯 손가락의<새벽 기차>를 부른 YB는 원곡을 거의 편곡하지 않았다.
곡 후반부에 잠시 Alternative Rock으로 편곡했지만 그리 큰 변화는 아니었다.
윤도현의 말대로 "좋은 노래는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것은 틀린 말이 아닌데,
<나는 가수다>에서는 '좋은 노래를 청중들에게 어떻게 감동시킬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YB는 Rock으로만 주어진 미션 곡을 해석하고 있으니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6. 이소라 - Acoustic한 느낌을 잘 살리면서 R&B Ballad를 적절히 조합했다.
해바라기의<행복을 주는 사람>은 이미 여러 가수들로부터 리메이크가 많이 된 곡인데,
그것이 어떻게 보면 약점이 된 것 같다.
이소라의 느낌과 감성이 돋보였지만 강렬한 감동보다는 잔잔한 감동이 느껴졌다.
아쉽게도 이번 경연을 끝으로 볼 수 없게 되었지만,
여유로운 시간을 가지면서 지쳐 있던 몸과 마음의 회복 했으면 좋겠다.
내가 활동하고 있는 밴드에서 지금을 기준으로 볼 때 가장 필요한 보컬 음색이다.
7. JK김동욱 - 한영애의<조율>은 내가 아주 좋아하는 노래들 중 하나이다.
원곡이 국악적인 느낌이었다면 JK김동욱이 부른 편곡은 세련된 느낌이었다.
비록 가사를 잃어버리는 최악의 실수가 있었지만 JK김동욱의 목소리와 잘 어울렸다.
지금 우리 시대에 가장 어울리고 필요한 노래가 아닐까?
반값 등록금을 요구하는 촛불집회와 노사 갈등의 파업현장, 부정부패의 정치계에
한영애와 JK김동욱의<조율>을 크게 들려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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