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世紀 Enlightener

완전한 "정권교체"는 사실상 물 건너 간 상황 본문

內 世 上 /時代有感

완전한 "정권교체"는 사실상 물 건너 간 상황

EAST-TIGER 2012. 4. 13. 06:10


  4.11 총선은 새누리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야권 연대는 큰 효과를 보지 못했고, 군소 정당들은 해체 위기에 처했다. 퇴근 후 밤 11시부터 개표 결과를 실시간으로 지켜 보았는데, 개표 초기에 보았던 지상파 방송 3사의 출구 조사와는 다른 결과가 눈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내심 당선을 기대했던 후보들은 낙선의 위기에 처했고, 낙선을 원했던 후보들은 경합을 벌이거나 근소한 차이로 1위를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국토의 절반 이상이 빨간색으로 물들었다. 아주 재미없는 개표 결과였고, 야권 연대는 완패했다.


  다수의 정치 평론가들은 압도적이든 근소하든 야권의 승리를 예측했는데, 모두 빗나갔다. 그들은 정말 야권이 이길 수 있다고 믿고 그렇게 말했을까? 아니면 그렇게 믿고 싶었던 것일까? 개표 결과를 보면서 느낀 것은, 야권 연대의 한계와 대한민국 정치의 고루함이었다. 역시 보수 진영은 선거에 강하다. 그들의 응집력은 대단했고, 본능적으로 불법을 저질러도 "일단 이기고 보자!"라는 신념은 모든 것을 합리화 시킨다. 이것은 진보 진영이 밀릴 수 밖에 없는 대 전제이다.


  이번 총선에서 야권 연대의 패배는 향후 야권의 국정 행보에 있어서 꽤 큰 타격을 줄 것이라 예상한다. 


  첫째, 야권 연대 지도부의 무능한 리더십이 드러났다. 총선 준비 과정에서 나타난 민주 통합당의 무모한 자신감이 야권 연대 과정 중에 잡음으로 이어졌고, 국민들의 의지가 반영된 후보군들이 아닌 "보이지 않는 손"에 이루어진 공천은, 국민들의 실망을 유발했다. 이는 무슨 일이 생겨도 박근혜 1인 체제로 결집하는 새누리당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한편으로는 그만큼 현재 야권 연대에서 박근혜를 상대할 만한 걸출한 인물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문재인은 여전히 "잠룡"(潛龍)에 불과하다. 야권 연대가 기대했던 경상도에서의 "문재인 효과"는 없었다. 오히려 문재인이 연말 대선에 출마한다면, "6개월 국회의원"으로 낙인이 찍혀 야권에게 더욱 불리할 수도 있다. 아쉽게도 현재 야권은 국민에게 공감을 이끌어 낼만한 강력한 리더가 없다. 지도부를 개편하더라도 마땅한 대안은 없어 보인다.


  둘째, 충청도와 강원도에서의 패배가 뼈아팠다. 보수 성향이 우세한 충청도는 자유 선진당의 텃밭이었으나, 보수 지지자들은 새누리당을 선택했다. 이는 자유 선진당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또한 강원도의 표심도 예전 선거들과는 다르게 완전히 보수 진영으로 지지했다. 야권 연대에게 있어서 이 두 지역의 패배는 대선까지 극복해야 할 과제로 남았고, 쉽게 극복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어떻게 보면, 이제 야권은 경상도에서의 승리보다 이 두 지역에서의 승리가 앞으로의 선거에서 더 절실해지지 않을까? 호남과 서울, 수도권을 제외하면 야권의 경쟁력은 너무나 약하다. 


  세째, 4.11 총선에서 완패한 야권이 12월 대선에서의 승리하더라도 완전한 "정권 교체"를 의미하진 않는다. 국회를 점령한 새누리당이 건재한 이상, 야권에서 배출한 대통령은 임기 내내 야권의 불협 화음을 극복하며 새누리당과 치열한 싸움을 계속해야 한다. 오히려 12월 대선의 승리마저도 "박근혜 대세론" 때문에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그러므로 야권이 바라는 완전한 "정권교체"는 사실상 물 건너 간 상황이다. 야권 대세론에 따른 정권 심판론은 더이상 큰 의미가 없다. 이제는 오로지 근성과 집요함으로써 수동적인 정권 심판을 해야 할 것이다.


  "서울, 수도권 승리는 선거의 승리"의 공식은 깨졌다. FTA 재협상 내지 폐기는 없던 일이 될 것 같고, 민간인 사찰과 4대강 사업 의혹 등으로 곤혹을 치루고 있는 MB정권은 이제 박근혜의 새누리당과 거래를 시작 할 것이다. 국민들의 삶은 더욱 고단해질 가능성이 커졌고, 야권은 또 다시 용기를 잃었다. 보수 진영의 재집권이 시작된 것일까? 긍정적인 것은 투표율이 3~5%정도 더 나왔더라면 야권의 근소한 승리도 예상될 수 있었던 선거였다. 전체적으로 변화의 바람은 분명히 불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고 총선 다음 날인 오늘만큼은 암울하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