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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 "이것만은 알아둬, 내 마음 한편에 너는 항상 있을 거야."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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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 "이것만은 알아둬, 내 마음 한편에 너는 항상 있을 거야."

EAST-TIGER 2020. 2. 12. 14:59

 

인간이 세상에 나온 모든 책들을 평생 다 볼 수 없듯이 100년이 조금 넘는 역사를 가진 영화도 그렇다. "고전"이라 불리는 책들처럼 꼭 봐야 할 영화들이 있고, 한 편의 영화가 다른 여러 편의 영화들의 내용적, 표현적 근거가 되는 경우들도 많다. 그래서 특별한 경우들을 제외하면 나는 주로 꼭 봐야 할 책과 영화들을 선정하여 보는 편이다. 책과 영화는 "보기 전의 나"와 "보고 난 후의 나"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끔 누군가와 대화하다가 "혹시 그 영화 보셨어요? 거기서 본 장면들이 생각났어요."라고 말하면 내가 본 영화들과 아직 보지 않은 영화들이 확실히 구분된다. 내 주변 사람들은 다 본 것 같은데 나는 아직 안 본 것 같은 책과 영화들은 기억 속에 오래 남아있다. 이 영화도 그렇게 기억 속에 남아 있어서 보게 되었다. 또한 최근 본 Todd Phillips 감독의 영화 <JOKER>에 출연하고 그 영화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Joaquin Phoenix의 연기를 또 보고 싶었다.    

 

 

"마음을 정리하는 중이야."

 

설정이 낯설지 않지만 통속적일 정도로 익숙하진 않다. 알지도 보지도 못한 대상과 대화를 나누는 것은 "채팅"으로 충분히 경험할 수 있고, 그런 상태를 지속하며 만날 수 없는 연애를 하는 것도 아주 이상한 일은 아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꼭 눈에 보이고 감각할 수 있는 대상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그랬다면 종교는 그 의미를 진작에 잃었다. 이 영화는 지극히 남자 입장에서 사랑했던 여자들과 그 순간들이 어떻게 기억되어야 하고 의미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한다.

 

"우리는 어떻게 사랑했던 사람과 이별을 해야 할까?" 깨진 사랑 위에 새로운 사랑이 덮여야 하는 인간의 사랑이 누군가에게는 쉽고 가볍게, 다른 누군가에게는 어렵고 무겁게 느껴질 수 있다. 또 몇 번의 사랑이 가져다준 것들이 사람에 대한 경계와 두려움 또는 무관심이라면, "문득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들을 이미 다 느낀 것 같아."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래서 남들이 하는 사랑과 그들이 갖는 감정들에 내가 겪은 경험들을 대입해서, 불필요한 참견과 조언들을 알게 모르게 하고 있다.          

 

 

"이것만은 알아둬, 내 마음 한편에 너는 항상 있을 거야."

 

지금의 "나"는 어제까지의 "나"들이 모여서 하나를 이룬 것과 같다. 또 누군가를 만나게 될 것이고 헤어질 것이며 다시 또 누군가를 만나게 될 것이고 또 헤어질 것이다. 함께 살다가도 헤어질 것이고, 헤어졌지만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이 모든 과정들 속에서 "나"는 계속 성장하고 뭔가를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가끔 중얼거리거나 떠올릴 수 있다. "지금 내 모습이 참 싫다." 아직 살아있다면 또 살아가야만 한다. 그게 인간이다. 의사소통이 가능한 어디서든 사랑은 가능하다. 어떠한 형태의 사랑이라도 이상할 것은 없다. 사랑과 이별이 교차됨으로써 인간은 더욱 인간다워진다.

 

영화를 보면서 Luc Besson 감독의 영화 <루시>에서 "루시"였던 Scarlett Johansson이 "사만다"가 되어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실제로 누군가에게 두 영화를 연이어 보여주고 그 반응을 보고 싶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도 그녀는 또 어디론가 사라진다. 어디로 가는지, 왜 사라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Spike Jonze 감독의 영화를 처음으로 보았고 "독창적인 면이 있다."는 것이 첫인상이다. 오랜만에 영화에서 Amy Adams를 보았고 여전히 귀여운 얼굴이다. Joaquin Phoenix가 아카데미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아야 했다면, 먼저 이 영화로 받았어야 했다. 귀에 들리는 음악들이 좋았다. 

 

서로 사랑했다가 헤어진 후 다시 만나게 된 테오도르와 에이미는 다시 사랑을 했을까? 인간에게 변하지 않는 모습들이 분명히 있기에 마지막 장면이 그렇게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영화를 본 후 사랑했던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어 졌다. "네가 어떻게 변하든, 이 세상 어디에 있든지, 내 사랑을 보낸다." 그들 때문에 지금과 앞으로의 "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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