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世紀 Enlightener
4월도 그렇게 이렇게.. 본문
잠시 여름이 다녀간 한 주와,
다시 봄이 머무는 한 주였다.
햇빛의 뜨거움으로 증발된 세상의 물들은,
때에 따라 요란하게 또는 소리없이 내렸다.
이 자연의 섭리를 지켜보는 것은 즐겁고 흥미롭다.
비는 어떤 변화를 의미한다.
그리고 어느새 부는 바람은 내 마음의 소리.
나는 귀를 기울이며 듣는다.
6월에 있을 예정이었던 No Surrender의 시내 공연은 테러로 인하여 취소되었다.
사고 현장 근처에 있었다던 Thomas는 그 소식을 무겁게 전했고,
무거운 마음을 가진 우리도 당연한 듯 들었다.
그러나 연습은 그것과 상관없이 생기있게 진행되었다.
Birdland와 Down to The Night Club을 주로 연습하는데,
둘 다 쉽지 않는 곡이고 파트별로 개인 연습이 필요하다.
공휴일로 인하여 다음 연습은 2주 뒤에 있다.
<헤겔의 정신현상학> 수업은 지루한 면이 있다.
지도 교수님의 수업 특징은 학생들이 일정 본문을 읽고 그에 따른 토론으로 진행된다.
Martin이 가장 적극적으로 토론에 임하고 나는 주로 듣는다.
사실 별로 아는 것이 없기 때문에 들을 수 밖에 없다.
서른이 넘은 듯 보이는 동양인 여학생이 수업을 듣는다.
이로써 세명의 동양인들을 철학부 수업에서 보았다.
목요일 Kolloquium에서는 Leibniz의 글들을 읽고 있다.
주로 우주론에 관련된 것들이고 읽으면 읽을수록 플라톤의 <티마이오스>가 생각난다.
그리고 Schelling이 어느 부분에 동의하고 비판했을 지 고민하며 읽는다.
일단 Leibniz도 신과 영혼의 존재를 인정하고 신의 완전성을 전제한다.
나는 그가 현재까지는 이신론을 기반으로 자신의 논리를 전개하는 것처럼 보인다.
지난 주 Kolloquium이 끝나고 난 후 집에 잠시 들렀다가,
스카록밴드 Skartoffel 멤버들을 만났다.
첫 만남이었고 중앙역에서 만나서 함께 Dulmen으로 기차를 타고 이동했다.
무슨 일이 난 것인지 모르겠지만 기차는 30분 넘게 연착되었다.
Dulmen 역에 도착해서 드러머 Michi의 개인 차를 타고 창고 같은 건물에 내렸고,
거기서 또 다른 멤버들을 만났다.
모두 야외에서 의자에 앉아서 소시지와 빵 그리고 맥주를 먹고 마시며 대화를 나눴고,
나를 제외하고는 전부 상의를 벗고 일광욕을 했다.
노을이 질 때 벌판과 하늘, 달, 별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나는 그것을 한동안 보았고 경이로움을 느꼈다.
밴드 합주실은 작았고 여느 Rock 밴드 합주실과 비슷했다.
트럼본을 부는 Olli는 내게 자신의 악보를 보여줬고,
악보가 없는 곡은 그가 부는 소리를 듣고 연주해야 했다.
연습 후 빠른 적응을 위해 Olli는 내게 PDF로 악보를 보내줬고,
Yannic은 그동안 밴드에서 녹음했던 곡들을 주었다.
두번째 연습부터는 조금 더 곡들에 적응된 상태에서 연주를 했다.
지난 주에는 반팔 차림으로 처음 만났지만,
이번 주에는 저마다 긴팔 옷을 입거나 준비한 상태에서 만났다.
그러나 합주 전 서로 맥주 한 병 이상씩 마시는 것과,
나를 제외한 멤버들이 흡연을 한다.
보컬 Yannic이 일로 인하여 합주에 참여하지 못했고,
기타를 치는 서브 보컬들이 노래를 불렀다.
점점 이 밴드의 리듬에 익숙해진다.
박경리의 <토지>는 3인칭 전지적 작가시점을 충분히 활용한다.
작가는 내용이 전개될수록 상황들과 인물들의 심리를 친절히 설명하고 그에 따른 복선도 알려주어,
소설 내에 어느 하나 의미없는 것들이 없도록 "조물주"로서의 역할을 다한다.
다소 지루한 면이 있지만 작가의 의도들은 분명하게 전달된다.
무엇보다 작가의 문체와 묘사들이 이 소설의 가치를 느끼게 한다.
어느덧 5권을 읽고 있다.
애니메이션 <은하영웅전설> 본편을 모두 보았다.
오스카 폰 로이엔탈의 반란은 어느 정도 이해는 되지만,
지와 용에서 뛰어난 그가 황제에게 저항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는 것도 스스로 자각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반란을 하지 않고 살아있었더라도 황제 사후 충분히 위협적인 인물이 될 가능성은 높았다.
그래도 그의 죽음은 은하제국 입장에서는 분명 손해였다.
시바 성역 회전에서 율리안 민츠는 월권을 행사하여
은하제국 황제 라인하르트 폰 로헨그람과 강화 조약을 구두로 맺었다.
그 과정에서 발터 폰 쇤코프와 빌리바르트 요하힘 본 메르카츠, 마싱고가 전사했다.
그리고 페잔으로 귀환 후 황제 로헨그람은 불치병으로 죽는다.
양 웬리 죽음 이후 전체적으로 전개가 빠르게 진행되어 이전만큼의 긴장과 재미는 덜했다.
라인하르트의 죽음은 알렉산더 대왕의 죽음과 비슷한 느낌이었고 큰 감흥은 없었다.
가장 납득할 수 있는 죽음은 군무상서인 파울 폰 오베른슈타인의 죽음이었다.
그는 죽을 때까지 제국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 지 알고 있었다.
사실 그 같은 인물은 남들이 보기에 상대하기 어렵고 기분 나쁘며 차갑게 느낄 수 있지만,
반드시 곁에 두어야 할 참모형 인물이다.
로헨그람 왕조는 파울 폰 오베른 슈타인과 볼프강 미터마이어, 오스카 폰 로이엔탈 같은 참모들만으로도,
우주를 제패할 수 있는 충분한 이유를 가졌다.
외전을 보려 했지만 나중에 보기로 했고,
현재 일본 현지에서 리마스터된 애니메이션을 방영하고 있는데,
성우들도 다르고 그림체가 마음에 들지 않아 볼 마음이 들지 않는다.
음악방에 추천 음악들을 3-4개로 줄인 이후부터는,
나 역시도 그 음악들을 여러번 들으며 음미한다.
근래에는 주로 전자음악들과 트리오나 듀오 같은 단출한 구성의 음악들을 즐겨 듣는다.
개인 악기 연습에 있어서는 Real Book의 곡들을 위주로 위대한 뮤지션들의 곡들을 카피하고 있고,
Bebop에 조금 더 관심을 갖고 진지하게 접근 중이다.
내가 사는 곳에서 한국 사람을 만나서 그 사람과 1시간 이상 대화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 일이 금요일에 한인 도서관에서 반장을 맡고 있는 사람과의 만남에서 일어났다.
같은 대학에서 음악학과 철학을 공부했고 현재는 다른 대학에서 음악학을 석사로 공부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꽤 흥미로운 이력이었고 서로 알고 있는 교수님들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책과 사회 그리고 유학 생활에 대한 이야기들은 무심코 시계를 보기 전까지 무려 3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그 사람은 자전거를 타고 나는 버스를 타고 헤어졌다.
나의 여러 잡다한 생각들은,
설거지를 하면서 정리되기도 하고,
달리기를 하면서 정리되기도 한다.
창문에서 서로 눈을 마주친 옆집 얼룩 고양이와 마당에서 마주쳤다.
나는 달리기를 마치고 서 있었고 고양이는 내게 다가왔지만 거리를 유지했다.
우리는 한동안 서로 바라보았다.
고양이는 갑자기 내게 배를 보이며 드러누었고 이리저리 뒤척였다.
나는 그저 보았다.
그러더니 내가 서 있는 곳으로 와서 꼬리를 세우고 자신의 몸을 내 다리에 대었다.
따뜻한 기온이 느껴졌으나 잠시였다.
고양이는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피곤함을 많이 느껴서 어쩔 수 없이 에너지드링크를 몇개 구입했다.
확실히 도움이 되는 것 같으나 100ml 정도만 마신다.
글을 쓰는 것이 귀찮은 것인지 두려운 것인지 아니면 지금은 쓰고 싶지 않은 것인지 스스로 물어본다.
그러는 동안에 시간은 계속 가고 나의 몸은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평소보다 꿈을 자주 꾸고 있다.
효성이와 대화를 했다.
시간을 돌릴 수 있는 방법은 없기에 지금의 상황들을 인정해야 한다.
나는 중요한 말들을 하지 못한 적이 있었고,
너무 늦게 깨닫게 되어 놓친 기회들도 있었다.
10번 정도 물을 주면 되는 꽃에,
100번을 준다고 해서 더 큰 꽃이 피지는 않는다.
남북정상이 만났고 그에 따른 기대감도 크다.
무엇보다 평양에서 진짜 평양냉면을 먹는 것이,
지금 많은 남한 사람들의 소원일지도.
4월도 그렇게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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