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世紀 Enlightener

현실은 다시 꿈을 꾸게 한다. 본문

Section 日記/Hello- Yesterday

현실은 다시 꿈을 꾸게 한다.

EAST-TIGER 2021. 4. 18. 09:48

꿈이 현실이 되고 그 현실이 다시 꿈이 되었다가 그 꿈이 현실이 되었다.

꿈과 현실이 지속적으로 교차됨으로써 인간의 삶이 구성된다.

꿈은 현실이 되어야 의미를 갖고,  

현실은 다시 꿈을 꾸게 한다.   

 

두 사람이 한 공간에 있게 되니 몸이 제일 낯설었다. 

늘 한 사람을 위해 움직였던 몸이었다. 

두 사람을 위한 움직임은 생각한 대로가 아니었다. 

자꾸 흘리고 한 번에 할 일을 두어 번 했다. 

엉성하고 어색한 움직임들이 익숙함으로 나아가고 있을 때, 

한 공간에는 다시 한 사람만 있었다.

 

지난 2월 말에 일찍 봄 날씨가 찾아와서

반팔 티셔츠를 입고 달리기를 했는데,  

지난 3월 말에 일찍 여름 날씨가 찾아와서

선글라스에 반바지를 입고 근처 공원을 찾았다.

예전에 Big Band 멤버였던 Rainer 집을 갈 때마다 지나쳤던 공원이다. 

도로명을 보고 공원에 호수가 있다는 것은 알았다. 

직접 가보니 생각보다 큰 호수였고, 

더운 날씨였지만 계절은 겨울이라서, 

사람들의 옷차림들에서 사계절을 볼 수 있었다. 

코로나 시대에 살기에 사람들이 모인 곳이면 마스크는 필수다. 

청둥오리들과 이름 모를 새들이 사람들의 움직임에 상관없이 공원을 돌아다녔다. 

노을이 지는 오후 6시가 되자 집으로 돌아가려고 공원을 나오는데,

청소년들이 공원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공원의 밤은 그런가 보다. 

 

대학생이었을 때 최 교수님 수업 시간에 "사이버 교회"에 대해 발제했었다. 

언젠가 건물로서 교회가 사라지고 사이버 공간에 교회가 생겨나서,

신자들이 고유 ID로 교회에 접속하게 될 것이다. 

헌금은 계좌이체나 사이버 머니로 할 것이고, 

사는 곳에 상관없이 신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예배를 선택해서 어디서든 드릴 수 있을 것이다.

그 당시 최 교수님은 내 발제에 큰 흥미를 보였었다. 

코로나 때문에 매주 온라인으로 실시간 예배를 드리면서 "사이버 교회"에 대해 실감한다. 

이제 목회자들은 YouTuber들처럼 활동할 것이다. 

  

독일은 부활절 전후로 2주간 방학이 있는데, 

대개 학생들은 "봄 방학"으로 생각하며 개인 시간을 보낸다.

독일에 온 이후 어느 방학이든 상관없이 해야 할 일들을 했었는데,

올해 "봄 방학"은 해야 할 일들과 압박감, 불안감 없이 지냈다. 

처음으로 Düsseldorf에 가서 Rhein 강변을 걸었고,

그 주변을 걸으며 도시 구경을 했다.  

늘 먹던 음식들 뿐만 아니라 가끔 먹었던 음식들도 먹었다. 

망고를 처음으로 먹었는데 맛있어서 장을 볼 때 구입하고 있다. 

밤늦게까지 영화나 예능 프로그램들을 보았고, 

다음날 오후에 잠에서 깼다.  

정말 잘 먹고 잘 쉬고 잘 잤다. 

 

오랜만에 봄눈이 내렸다.

햇빛 속에 내리는 눈은 쌓일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주차된 차들 위로 눈이 쌓이더니 도로 위에 쌓이기 시작했다. 

기온이 조금 오르니 눈은 비로 바뀌었고, 

기온이 조금 내리니 비는 다시 눈으로 바뀌었다. 

쌓인 눈 위에 비가 내렸고 다시 눈이 내리기를 반복했다. 

추운 날씨가 되었다. 

 

봄눈이 내리던 날 Düsseldorf 공항에 갔다. 

멀리서 온 사람은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코로나 시대에 평일 이른 오후 공항은 한산하고 때로는 적막감이 있다. 

봄눈 속에 비행기는 하늘로 날아올랐다. 

보내고 만나는 장소에 있다 보면 괜히 옛 기억들이 떠오른다. 

그 기억들 위로 또 새로운 기억들이 내려앉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소포를 붙이고 장을 보았다. 

저녁 식사를 하고 나서 무사히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고맙고 감사하다.  

 

서울과 부산 시장 보궐선거의 결과는, 

시민들이 정치적 지향이나 소신보다,

개인의 실리와 합리에 따라 투표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보수든 진보든 정권을 잡으면 그 행보들이 비슷해진다.

양 쪽 모두 비슷한 정치 언어들을 쓰기 때문이다. 

한쪽이 장기 집권하지 않는 것이 한국에서는 오히려 유익이다. 

 

불평등과 불균형이 만든 차이와 차별을 방지하기 위해서 규제는 필요하다.

규제가 다수에게 불평등과 불균형을 가속화한다면 폐지해야 한다.

폐지된 규제는 새로운 규제로 갱신되어야 한다.

부의 양극화가 지속되고 상속 자본주의가 시작된 이상, 

규제가 없으면 평등, 공정, 정의는 사회 내에서 실현 불가능하다. 

 

청소는 여러 면에서 유익하다. 

지나간 날들을 생각하게 하고 그 흔적들을 지운다. 

책상 앞에서는 생각할 수 없었던 영역에 들어갈 때도 있고, 

바닥이 깨끗해지고 윤이 날 때면 기분이 좋아진다. 

완전히 정리될 수 없고 깨끗해질 수 없다. 

어느 정도 정리되고 깨끗해졌을 때부터 점점 어질러지고 더러워진다. 

이런 비슷한 상황들을 삶의 여러 곳들에서 볼 수 있다. 

 

Essen역에서 Gelsenkirchen으로 가는 기차를 기다리고 있을 때, 

동전을 요구하는 청소년이 다가왔다. 

노숙을 할 것 같지는 않은데 생필품이나 담배 또는 술을 사고 싶었나 보다. 

몇 번 거절을 했지만 간절한 눈으로 나를 보았다. 

어쩔 수 없이 2€ 동전을 그에게 주었다. 

"너무 많이 준 거 같은데?" 

나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에게는 큰돈일지도 모른다.

100번 중에 한두 번 준다.  

오랜 부끄러움이다.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었다. 

몇 번의 학기를 더해야 끝이 나는 것일까? 

개강 후 첫 Kolloquium에서 새로운 얼굴들이 나타났고, 

원래 있던 사람들은 이번 학기에도 있다. 

이번 학기에는 형이상학적 "원인(Ursache)"들에 대한 텍스트를 읽는다. 

논문에 관한 발제는 6월 10일에 할 예정이다. 

덕분에 시차 없는 세계로 들어갈 것 같다. 

 

오랜만에 이 목사님을 만났다. 

아침 9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조금 일찍 만났다. 

이 목사님은 식사를 위해 빵과 케이크를 가져왔고, 

나는 곁들여 먹을 것들과 차를 준비했다. 

예전 기억들과 지금의 고민들이 둘 사이를 부유한다.  

오후 1시가 다 돼서 헤어졌다. 

여러 면에서 유익했다. 

 

삼은이가 생일이라서 축하 인사를 했다. 

성준이 형이 생일이라서 축하 인사를 했다. 

다니엘이 생일이라서 축하 인사를 했다. 

수연이는 이름을 개명했고 이직을 했다.

혜리는 가끔 질문을 하고 나는 되도록 짧고 분명하게 대답하려 한다. 

오랜만에 중고등부 학생회 임원들과 회의를 했다. 

석 목사님께 안부를 물었다.

석원이 형이 득남을 했다. 

효성이와 오랜만에 통화했다.  

인터넷으로 예약한 책들을 찾으러 대학 도서관에 갔다.

동생과 문자로 대화했다. 

부모님과는 매주 토요일 오후에 음성으로 대화한다.

 

7년. 

정권이 바뀌어도 변한 것은 없는 느낌이다. 

그 사이에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도 여럿이다. 

세월호 안과 밖은 큰 차이가 없었다. 

구조와 도움을 원하는 소리들을 들으며, 

많은 사람들이 침묵했고 책임질 사람들은 얼굴을 숨겼다.

누군가 죽어야 이름 달린 법안들이 국회에 제출되었다. 

분명 민주 정권에 여당 의원 수가 많은데, 

법안 하나 통과하기가 왜 이렇게 힘든가? 

이상한 일들이 익숙해지니 무감각해진다. 

추모는 깊은 묵상으로 대신했다.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가볍기도 하고 무겁기도 하다. 

모든 말과 행동들은 사랑의 언어들. 

알아줄 수도 못 알아줄 수도 있다. 

서로 모난 곳들에 부딪히거나 찔린다. 

설렘의 뒷면에는 냉정함이 있고, 

따뜻한 온기가 있던 자리들은 차가워졌다. 

지루해지면 지겨워질 것을 알면서도, 

아무에게나 줄 수 없는 것들을 너무 쉽게 나눈다. 

쓸쓸한 기분이 설핏 피어오를 때, 

침묵은 그 어느 때보다 달콤하다. 

순간 찾아오는 감정들에 몸을 내주는 것보다,

익숙한 고민들이 더 깊어져 조용해진다. 

 

몸이 굳어지지 않게 운동을 하고, 

영양제와 건강보조식품들을 적당히 섭취한다. 

굳이 나이를 속이지 않고 함부로 힘을 쓰지 않는다. 

경험과 묵상에서 얻은 지혜들이 안정적인 삶으로 이끌고, 

신의 은혜와 도움이 아직 가보지 못한 길로 나를 이끈다. 

부끄럽지 않고 부족하지 않는 삶을 원한다. 

스스로 삶을 망치지 않게 늘 근신한다. 

허무한 것들은 싫다. 

매일 기도한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