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世紀 Enlightener
표류하지 않기 위해 노력 중이다. 본문
절정인 듯 아닌 듯 겨울과 코로나 사태는 한 접점에서 만나려는 듯 그 강도가 심해진다.
매서운 추위만큼이나 코로나 확산 속도도 빠르다.
1월에 예배 후 다니엘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려고 식당에 들어갔는데,
백신 접종과 함께 이틀 내에 받았던 신속 코로나 테스트 결과를 요구했다.
어쩔 수 없이 음식들을 포장하여 교회에서 먹었다.
기온은 낮고 바람의 파고듬은 날카로운데,
눈이 아닌 비가 내린다.
땅은 자주 축축하고 창백하다.
2022년 새해가 되었으나 달라진 것들은 많지 않다.
어제와 오늘, 내일은 선선한 바람처럼 나를 통과한다.
그 선선함이 너무 싫어서 화가 날 때가 있다.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질문 하나가 떠오르면 여러 갈래로 흩어지며 또 다른 질문들이 생겨난다.
그 질문들은 나를 붙잡고 바닥 없는 공간으로 떨어진다.
어둠과 함께 소득 없는 피곤이 몰려온다.
요새는 그렇게 잔다.
2월들어 주일 예배 이후 중고등부 공동체 내에 코로나 확진자들이 발생했다.
가족단위로 확진되었고 집단감염으로 확산되지는 않았다.
나는 매번 밀접접촉자였지만 코로나 테스트 결과는 매번 음성이었다.
이제 매주 토요일에 코로나 테스트를 받고 교회에 간다.
격리 후 완치된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다시 교회에 나왔다.
앞으로 자주 보게 될 일이다.
음력 설날 직후 어머니 생신이라 오랜만에 길게 대화를 했다.
듣는 것 외에 별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높은 자부심과 자존감이 담긴 말들이 귀에 닿을 때마다,
나도 모르게 시선을 어디론가 돌렸다.
어머니가 하는 말들을 틀린 것이 없다.
치열한 경쟁들 속에서 매번 살아남은 사람들이 틀린 말을 하던가?
나는 다른 생각들을 가졌기에 말을 적게 할 수밖에 없다.
자아가 비대해질 때마다 찾아오는 우울과 외로움은 유익하다.
부르지 않아도 찾아오기에 무방비하고 무기력한 나를 본다.
긴 유학 생활 동안 나는 나와 더 친해졌다.
나는 나의 절망과 희망을 보았다.
내가 나를 이해하는 것.
앞으로도 계속해야 할 "공부"다.
마음속 공동묘지에서 갑자기 무덤을 뚫고 죽은 사람이 일어섰다.
그 사람은 곧장 내게로 달려오며 소리를 질렀다.
순간 추모의 마음을 버리고 그 사람을 죽였다.
들썩거리던 관에 이미 여러 번 못을 박았는데,
좀비가 되어버린 그를 더 이상 묘지에 둘 수 없다.
죽은 사람들은 죽어 있어야 추모할 수 있다.
여전히 지혜롭지 못하다.
효성이와 통화를 했다.
수진이는 미술학원을 개원했다.
안 선생님과 함께 형준이와 성일이가 활동하는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았다.
최근 아버지와 대화를 많이 했다.
동생과 짧게 대화를 했다.
언제 부도가 나도 이상하지 않을 부실기업처럼,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흔들리는 다리처럼,
나와 내 주변은 조용한 위험 속에 있다.
지금 내 안의 평안을 내 밖에서는 찾을 수 없다.
표류하지 않기 위해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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