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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왕사신기] 드라마지만 한번 상상해 볼만하다 본문
얼마 전 집에 QOOK TV를 설치했다.
결합상품으로 인터넷+TV+전화에 통신비까지 할인해준다는 말에
여러 회사들과 비교하여 가족 모두가 내린 결정이었다.
설치하면서 좀 당혹스러운 것은,
다른 집에는 다 있는 인터넷 광케이블이 우리 집에만 없어서
지하 통신장치에서 광케이블을 연결해야했다.
평소에 TV를 잘 안 보던 나였지만,
요즘은 QOOK TV를 즐겨 보고 있다.
개인 차가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장점은
지나간 방송들을 다시 볼 수 있다는 것,
특히 공중파 방송사별로 종영된 몇몇 드라마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좋다.
그래서 명품드라마라고 소문난<태왕사신기>를 보았다.
하루에 2편 내지 3편을 보니 2주도 안되서 다 봤다.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도록 배워나가는 것이 사람이야." <1화 환웅 대사 中>
하느님의 아들 환웅이 운(雲)사, 우(雨)사, 풍(風)백와 함께
태백산 꼭대기에 있는 신단수로 내려와 신시(神市)를 세운다.
이때 불의 신녀 가진의 웅(熊)족과 새오의 호(虎)족 간에 싸움이 벌어지고,
환웅은 불의 신녀에게서 불의 능력을 빼앗아 새오에게 준다.
환웅과 새오는 서로 사랑하게 되어 아기를 낳지만,
이를 질투한 가진은 새오의 아이를 납치하고
격분한 새오는 흑주작이 되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세상을 파괴한다.
눈물로 새오를 죽인 환웅은 4개의 신물(神物)을 땅에 숨겨두고 하늘로 올라간다.
쥬신의 땅을 회복할 쥬신왕의 별이 뜨던 날.
고국양왕의 아들 담덕과 태대형 연가려의 아들 호개가 같이 태어난다.
양왕과 연가려는 자신의 아들을 왕으로 세우고자 대립하고,
담덕은 연가려와 화천회의 결탁으로 궁지에 몰리게 되지만,
하늘의 뜻으로 양왕의 뒤를 이어 고구려의 왕이 된다.
그러나 진정한 쥬신왕이 되기 위해서는 잃어버린 4개의 신물을 찾아야한다.
각자의 세력을 규합한 담덕과 호개는 서로 다른 뜻을 품고 4개의 신물을 찾아 나서고,
신물을 얻어 하늘의 힘을 얻으려는 화천회도 뒤를 따른다.
"그러니까 임금님이라면 말이죠.
음.. 그 어떤 아픔이든 하루만에 아물 수 있는 재주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다시 일어나서 나가야 할 길을 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나를 따라다오 난 임금이야 이러면서." <10회 수지니 대사 中>
<첫사랑>,<겨울연가>의 배용준은 환웅과 담덕역을 맡았다.
좀처럼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없는 배우지만,
어떤 배역이나 연기를 하든 비슷한 이미지와 연기가 느껴진다.
이미지 변화가 필요하지만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만큼 한 이미지에 완벽하다.
이 드라마에서도 이전과 같은 이미지와 연기를 보여줬다.
<겨울연가>의 후광이 너무 크다.
<모래시계>,<테러리스트>의 최민수는 단연 최고였다.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에서 최고의 배역과 연기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그의 연기와 평소 특이한 행동에 불만을 갖지만,
지금까지 본 최민수라는 배우는 항상 발전하고 노력하는 배우이다.
나이를 들어도 여전히 멋지다.
<바람난 가족>,<오아시스>의 문소리는 이 드라마가 드라마 첫 데뷔작이다.
몇몇 네티즌들은 가진, 기하역의 문소리에게
어색한 배역과 연기력 부족이라 비난했지만,
가장 한국적인 이미지를 가진 배우라 생각하고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
앞으로 드라마에 많이 출연해주었으면 좋겠다.
<베토벤 바이러스>의 이지아는 이 드라마가 발굴한 주옥같은 신인배우이다.
첫 데뷔작에서 주연으로 발탁된 그녀에 대해 언론과 네티즌들은 우려를 표했지만,
진지하고 차분한 새오역과 명랑하고 개성 있는 수지니역 둘다 멋지게 소화했다.
현재<아테나 : 전쟁의 여신>에 출연하여 방영을 앞두고 있는데 기대된다.
<왕초>의 윤태영은 호개역을 맡아 배용준과 연기대결을 선보였다.
처음에는 호개역으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드라마 후반으로 갈수록 배역에 몰입되어 연기한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영화나 드라마에 많이 출연했지만,
큰 인기를 누리지는 못했던 것 같아 아쉽다.
박상원, 박정학, 장항선, 독고영재, 신은정, 김미경, 오광록 등 명품급 조연들이 출연했고,
특히 박정학, 장항선, 오광록의 연기가 돋보였다.
박성민, 이필립, 박성웅, 이다희는 이 드라마로 명성을 얻은 배우들이다.
"난 그 하늘과 싸울 생각이예요.
더 이상 하늘이 땅의 사람들을 간섭하지 못하게 그렇게 할 거예요."
"그렇게 하면 우리에게 무엇이 남지?
하늘이 떠나고 나면, 사람만 남은 이 땅은 그대로 지옥이 될지도 몰라.
난 사람을 믿지 않아.
내 자신을 보면 알 수 있거든, 어디까지 추하고 잔인해 질 수 있는지."
"지옥이라도 좋아요.
적어도 내 운명은 내가 만들어 갈 수 있을테니까." <22회 기하와 호개의 대사 中>
<여명의 눈동자>,<모래시계>의 김종학, 송지나 콤비는 이번에도 명품드라마를 만들었다.
판타지 서사드라마가 낯설게 느껴지지만 둘의 능력은 충분히 빛났다.
무엇보다 상상력이 기발했다.
환웅과 광개토대왕을 연결하는 동기가 설득력 있었고,
우리나라의 건국신화를 적절히 사용하여
판타지적인 요소와 역사적 요소를 잘 조합했다.
많은 CG를 사용했는데 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나라 CG의 발전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후반부에 갈수록 제작비를 줄이기 위해 겹치는 장면들이 더러 보였는데,
순간의 아쉬움이지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배경음악을 히사이시 조가 맡았는데 역시 명품이었다.
드라마가 끝난 후 OST를 구해서 듣고 있는데 정말 좋다.
개인적으로 격구대회와 백호의 신물이 깨어날 때를 명장면으로 꼽는다.
처음으로 담덕과 호개가 대결을 펼치는 격구대회는
짧은 컷을 사용해서 역동적이고 타격감이 느껴지는 연출을 보여줬고,
이전의 사극 드라마에서 찾을 수 없던 긴장감과 재미가 있었다.
다음으로 거란의 추격을 물리치고 담덕과 호개가 지친 몸으로 처절하게 싸우는 장면은,
둘의 야망이 느껴질 정도로 박진감이 넘쳤다.
이미 거란의 추격대와의 싸움에서 어느 정도 눈이 즐거웠는데,
담덕과 호개의 싸움은 비장했으며 백호의 신물이 멋지게 깨어난다.
"사람은 누구나 잘못할 수 있는거야.
하늘에 그 말을 해야겠어, 이게 사람이라고.
잘못한 것이 있으면 뉘우치고, 모르는 게 있으면 배워가는게 사람이라고.
하늘이 우리에게 묻고 있는거야.
너희들 스스로 설 수 있겠냐고, 아니면 하늘의 힘으로 다스려줘야겠냐고.
그 질문에 답을 하는 게 쥬신왕이었어, 그게 쥬신왕으로서 해야할 일이었다고.
이게 내 대답이야.
난 사람을 믿어.
결국에는 쥬신의 나라가 이길 거라고 믿어.
내가 못한 것, 내 후세에 누군가가 해 줄 거라고 믿어.
하늘의 힘을 하늘로 돌려보내겠어, 그러니 이제 넌 괜찮아." <24회 담덕의 대사 中>
명품드라마는 이름 있는 배우들이 나오기 때문에 되는 것이 아니다.
명품드라마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스토리가 있어야 가능하다.
판타지 서사드라마를 표방한<태왕사신기>는 분명 우리나라 드라마와는 이질적이다.
그러나 개성있는 등장인물들과 섬세한 감정묘사, 현란한 액션과 사극만의 긴장감을 토대로,
우리나라의 건국신화와 광개토대왕의 업적을 연결하여 재조명한 것은,
시청자들에게 민족적 자긍심과 역사의식, 즐거움을 동시에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좋다고 본다.
역사적으로 외적(外敵)에게 침략만 당하던 우리 민족이,
하느님 아들 환웅의 피를 이어받아 쥬신제국을 세우고,
훗날 광개토대왕이 잊혀졌던 쥬신제국을 회복하여 거대한 영토를 얻은 것은,
허구성이 짙고 사실감은 떨어지나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자랑스런 일이다.
광활한 만주 벌판이 한때 우리 땅이었다는 것이 믿어지는가?
비록 지금은 중국 땅이지만 한때는 분명 우리 땅이었다.
중국이 우리를 막지 못했고, 북방의 오랑캐들이 우리에게 굴복했다.
그리고 종교와 이념을 떠나 한 민족으로 화합하며 살았던 때가 있었다.
드라마지만 한번 상상해 볼만하다.
지나간 역사를 되돌릴 수는 없겠지만,
우리 민족의 위대성만을 고집할 수는 없겠지만,
드라마를 통해 과거의 영광을 되새긴다면,
앞으로 다가올 영광도 빛나지 않을까?
이러한 정신이 있다면 어떤 민족적 고난도 이겨낼 수 있다.
우리의 조상들도 이것을 믿으며 수많은 고난을 이겨냈을 것이다.
짧은 드라마였지만 시사 하는 바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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