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世紀 Enlightener
추석연휴가 끝났다. 본문
예전에 드라마<그들이 사는 세상>을 보다가 공감했던 회가 있었다.
아마 8회, 제목이 "그들이 외로울 때 우리는 무엇을 했나" 였다.
보는 내내 "진짜 나도 저랬는데.." 하면서 허탈한 웃음을 지었고,
왠지 누군가에게 비밀스런 사생활이 들킨 것 같아 부끄러웠다.
드라마의 인물들처럼 불쑥 외로움이 찾아올 때,
나는 정말 모든 게 곤란해진다.
그건 마치 강의 들으러 열심히 학교에 갔는데
휴강이라고 적혀있는 칠판의 공허함처럼,
알 수 없는 무력감과 허탈감을 동반한다.
추석연휴가 끝났다.
비가 급작스럽게 내려 인천으로 가는 모든 대중교통이 마비되자,
나는 명절을 집에서 맞이했다.
부모님은 차로 먼저 출발했기에 다행이었지만,
내리는 비는 그칠 줄 몰랐다.
비를 좋아하는 나는,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음악을 들으며 잠을 잤다.
그리고 가끔씩 짧은 꿈을 꾸었고 깨면 사라져 기억조차 없었다.
연휴 전에는 해야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있어서 계획까지 세워놨는데,
지금 돌아보니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책상에 한 무더기 주변에 또 한 무더기, 이리저리 흩어진 종이들과 필기도구 등등..
그것들은 살아있는 듯 "언제 할거야?" 말하면서 나를 노려보는 것 같다.
그래도 어쩌랴, 나는 지금 하고 싶지 않는데.. 아.. 그래도 해야 된다.
너무 집중이 안 되서 발랄한 음악들을 선곡 해놓고 크게 틀어놨다.
연휴 중에 오늘이 되어서야 간신히 책 10p정도만 읽었다.
다른 때는 하루에 100~200p도 너끈히 읽어내고 정리할 수 있었는데,
불청객인 외로움은 내 곁에서 떠나지 않는다.
속으로 "나 지금 좀 해야 된다고!!" 말했지만,
몸은 가을바람을 맞으며 가을을 타고 있다.
나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 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친한 친구들도 아니고 가족도 아닌 정말 나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
잘 모르니까.. 조금 나의 기분과 말을 객관적으로 이해해주지 않을까?
나는 외로움을 느낄 때 늘 이런 생각을 했었다.
더구나 지금은 연휴라 누구를 만나기 어려운 시기이고,
몇몇 사람에게 용기를 내어 말했지만 결과는 예상했던 대로였다.
결국 나는 스스로 이것을 해결해야 했다.
미친듯이 런닝머신 위를 달렸다.
격렬하게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다.
참 신기하게도 평소에는 별 감흥이 없었던 소녀시대 노래들이
오늘은 왜 이렇게 마음에 와닿는지,
클럽 내에 나오는 'Gee', 'Kissing You' 를 나도 모르게 따라 부르고 있었다.
온라인 클전에서는 부동의 실력으로 불꽃 5승을 해버렸다.
조 1위로 2라운드 진출이 확정적이다.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쓸데없는 말을 널부렸다.
드디어,
지금에서야 외로움은 떠나갔다.
이번에도 내게 많은 생각들을 남겨두고 떠나갔다.
어제 기회는 사라졌고 나의 의식은 분명해졌다.
나는 가야할 길을 가야한다.
아쉬울 것이 없다.
다만 내가 했던 일들은 부정할 수 없다.
평생 기억에 남겠지만,
나쁜 기억만은 아니니 다행이다.
보름달을 이제서야 봤다.
세가지 소원을 빌었다.
거참 이상하지..?
나이를 먹어도,
종교를 가지고 있어도,
성탄절에는 산타클로스를 기다리는 설레임이 아직 내게 남아 있고,
명절날 보름달을 보면서 부끄러운 소원을 빈다.
근래에 Stevie Wonder의 음악을 들으며 가사를 외우고 있다.
그래.. 난 아직도 내가 가진 순수함을 지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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