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世紀 Enlightener
참된 진화는 창조적인 파괴에서 시작된다 본문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없는 시간 속에 살고 있다.
COVID-19로 한 달 넘게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되고 있고,
한창 쓰다가 다시 쓰기를 반복하는 논문도 잰걸음질이다.
익숙한 스트레스들이 밀려오기에 낯설지 않지만 이상하게 힘겹다.
날씨가 무척 좋아져서 가끔 밖에 나가면 일부러 햇빛 아래에서 걷는다.
창문 너머로 부는 봄바람을 보면서,
내가 봄바람을 보는 것인지,
봄바람이 나를 보는 것인지 생각했다.
자연은 그대로인 듯 변하고,
인간은 변한 것 같으나 그대로이다.
매주 월요일마다 읽고 있는 성경 말씀을 묵상하고 독일어로 그 내용을 적어,
교사들과 학생들에게 메신저로 나누어 주고 있다.
한 달만 하면 끝날 줄 알았으나 몇 달은 더해야 할 것 같다.
담임 목사님과 다른 교역자들은 Youtube를 통해 예배를 드리고 있으니,
내가 하는 것들은 지극히 작은 것이다.
부활절 전후로 Donald와 Ingrid로부터 편지가 왔고,
편지 속에는 Gemeindebrief der Evangelischen Kirchengemeinde Querenburg가 동봉되었다.
오랜만에 본 Gemeindebrief에는 반가운 얼굴들이 보였고 편지를 읽은 후 메일로 답장을 보냈다.
Corinne와 Christian에게도 메일 보내어 부활절 인사를 전했고 답장을 받았다.
Freude 부부에게는 전화도 메일도 하지 않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면 직접 만나러 갈 것이다.
부모님은 유럽 소식을 들을 때마다 걱정이 되시는지 자주 연락을 주셨고,
나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는 것을 씩씩한 목소리로 표현했다.
남동생의 결혼 준비로 인하여 홀로 남겨진 장미는 위로가 필요했다.
김 권사님과 가정 문제로 인하여 전화로 대화를 나눴다.
Christian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나를 찾아와서 함께 대화하고 차를 마신다.
선거권이 주어진 이후 처음으로 참여하지 않은 총선이었다.
총선 전후로 몇 편의 관련 글을 쓰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다.
현재 야당 전체가 너무 불리한 선거였고,
선거 이후 현재 여당은 예상보다 많은 의석을 가져갔으나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보수를 보수라고 부르는 순간부터 보수가 아니고,
진보를 진보라고 부르는 순간부터 진보가 아니다.
21세기 정치와 정당에는 실용과 상식에 근거한 역동성이 있어야 한다.
결핍이 느껴지는 시기이다.
나의 선택들로 비롯된 결과이기에 스스로 감당해야 할 일이고,
꼭 이성이나 타자로부터 그 결핍이 충족되는 것은 아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느껴지는 어떤 부재들.
나는 바닷속을 알지 못한다.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이는 것들 뒤에 있으니,
결핍은 보이지 않는 것들이 내게 보내는 신호이다.
여러 날들이 겹쳐져서 어떤 한 날이 될 것이고,
그날에 거의 모든 결핍에서 살아남은 한 사람이 서 있을게다.
학기가 시작되었지만 한국과 마찬가지로 수업은 온라인 강의로 진행된다.
논문에 집중하는 시기라서 개인적으로 좋다.
"Zoom"이라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화상 회의하듯이 한 Kolloquium은 흥미로웠지만 여전히 지루했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들은 5월 27일까지 자동으로 연기되었다.
학교 갈 때마다 한 달에 한 번 한 달 생활비를 인출하여 Sparkasse에 입금했는데,
학교에 갈 일이 없으니 지금 사는 지역에서 입금할 수밖에 없었다.
무려 5유로의 수수료를 받는 Sparkasse에게 시스템적인 고객 우대는 기대할 수 없다.
현장에서 만난 친절한 직원들의 도움만이 내가 고객임을 느끼게 한다.
Youtube에서 거의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Youtuber"가 되었다.
보는 Youtube 채널들마다 광고들이 늘어난 것도 누군가에게는 수익이고,
Youtube에게는 엄청난 수익이다.
스스로 "아니"라고 말하더라도 정말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유명해지고 싶어 하는 것 같다.
하루 두 세끼의 식사와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외식을 포함한 문화생활을 하고,
기념일마다 적당한 선물을 하면서 가족과 친구들을 돌볼 수 있는 돈벌이를 한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요즘 같은 시대에 이런 돈벌이를 상상하는 것도 누군가에게는 어떤 "꿈"이라 불린다.
꼬박꼬박 월급 받고 퇴직 후 연금 받는 삶이 "안정적인" 삶이라고 불린다.
지금 이대로 내가 한국에 있다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일단 Youtube에서 돈 벌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다.
나의 카메라와 나의 눈은 내가 아닌 그대들을 보고 싶어 한다.
주 정부는 다음 주 월요일부터 주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들이 상점과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의무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결정했다.
지금까지 마스크 없이 살았지만 어쩔 수 없이 마스크를 써야 한다.
내게 있는 마스크는 지난달 교회에서 받았던 한 장뿐이다.
또 몇 달을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통제와 제재로 얼룩진 2020년이 누군가에게는,
자유와 평안을 그리워했던 해로 기억될 것이다.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책상에 앉아 글을 썼던 해로 기억될 것이다.
어떤 부재를 느끼며 괴로워했던 해로 기억될 것이다.
참된 진화는 창조적인 파괴에서 시작된다.
'Section 日記 > Hello- Yesterd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척 더딘 걸음이다 (0) | 2020.05.14 |
---|---|
이제는 이곳도 자유롭지 않다 (0) | 2020.05.04 |
신을 사랑하고 인간을 사랑한다 (0) | 2020.03.27 |
기한 없는 불안감과 기회 얻은 게으름 (0) | 2020.03.11 |
별처럼 살 수는 없는 것인가 (0) | 2020.0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