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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생각들이 머문다

EAST-TIGER 2017. 1. 16. 05:33

올 겨울은 땅에 쌓이는 눈이 많이 오고 있다. 

오늘 오랜만에 그렇게 내리는 눈을 보았고, 

그것을 보면서 잠시 멈춰 있었다. 

그리고 화장실에 가보니 비스듬히 뚫려 있는 창문에서 눈이 내리는 소리를 들었다. 

나는 그 소리가 좋아서 변기에 앉아 가만히 듣고 있었다.

하루 종일 눈이 올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정오가 안 되어서 해가 떴고, 

햇빛들은 하얀 눈으로 덮인 세상을 다시 원래대로 돌려 놓았다. 

집 밖을 나가자 교회 종소리가 들렸고, 

나는 아무도 밟지 않은 눈 위를 걸어 교회를 갔다.


일주일 동안 쌓이는 눈이 두번 왔고, 

장마가 같은 비도 내렸다. 

그리고 이제 영하권의 날씨가 다시 찾아온다. 

이번 겨울은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마치 이전 겨울들의 따뜻함을 지우려는 듯,

"진짜 독일 서부의 겨울은 이런 것이다"를 느낄 수 있다. 

어떤 하루에는 눈과 비가 내리고 햇빛이 비추고,

두꺼운 구름들이 몰려와 강한 바람이 부는 날씨가 함께 있었고, 

여기에 우박이 내리면 완연한 4월의 날씨가 된다.

나는 그런 변화들을 바라보며 불안한 듯 따뜻함을 찾았다.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는 것에 있어서, 

어떤 감정을 갖고 생각하거나 고민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나는 요새 이 당연함을 가끔 생략하고 싶은,

아니면 그냥 아무렇지 않게 받아 들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은 마치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되는 것 같다. 

누군가 내 곁에 머물거나 떠나는 것이 이렇게 가벼운 것이었던가..?

예전에는 그 무거움을 스스로 견디며 살았던 것 같은데.

會者定離 去者必返

만나는 사람과는 반드시 헤어진다면,

헤어진 사람은 어디서 어떻게 만나게 되는 것일까..?

이제 나는 '나의 낭만'에서 어느 한 부분으로부터 벗어날 때가 온 것일지도 모른다.


논문 작성은 억지로라도 진행되고 있다.

문장과 문장 사이의 거리는 멀고 짧다. 

짧게 이어지는 문장들은 열심히 꼬리에 꼬리를 물지만, 

시작하거나 의미를 분석해야 하는 문장들은 무척 게으르다. 

한 파트를 끝내고 다음 파트를 하고 있지만,

1차 교정을 맡고 있는 Frau Freude는 이번 주 급작스러운 가슴 통증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그녀의 부재는 나를 조금 압박한다. 

언젠가 끝이 날 일이지만.. 성가신 일이다. 


몇주째 악기 연습을 못하고 있다. 

빅밴드 연습이 다시 시작되었지만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고, 

악기를 연습하고 싶은 마음이 크게 들지 않기에 더욱 그럴 것이다. 

개인적인 성격이기도 한데, 

뭔가 개인에게 중요한 것이라 느껴지는 일을 하고 있으면, 

그외 다른 일들 중에는 소홀해지거나 하지 않는다.

지금은 그 일이 악기 연습이고 그래서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디시 시작하면 금방 실력을 회복할 것 같은 느낌도 든다. 

대신 여러 장르의 음악들을 듣고 있다.  

 

인간과 자연은 본래 하나였다. 

인간이 한 곳에 정착하고 자연의 것들 중 일정 정도를 자신의 것으로 길들이면서  , 

인간의 몸은 더이상 자연 속에서 생존하는 것이 아닌, 

인간 속에서 생존하기 위한 목표를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국가는 그런 인간들을 더욱 선호하며 길들이고 있다. 

안경을 쓰거나 우리 주변에 병원이 많아지는 것은 그런 길들임에서 나온 결과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어차피 비슷한 나이로 인간은 죽게 되어 있다. 


잡다한 생각들이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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