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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문명전] 자연과의 조화와 공존 속에서 탄생한 이집트 문명 본문
이번 주 수요일에 계절학기를 듣는 대학원생들과 함께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이집트 문명전을 다녀왔다. 20명이 넘는 인원으로 인해, 도슨트(Docent)의 안내를 받아가며 관람을 했다. 평일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은 많지 않아서 조금 더 자세히 관람할 수 있었다.
세계 4대 문명 중 하나인 이집트 문명은 거대하고 비밀스러운 문명이다. 이집트 문명을 떠오르면 첫번째로 광활한 사막과 스핑크스와 함께 있는 피라미드를 떠오르는데, 가장 익숙하고 친근한 이미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난 학기 '구약 배경사' 수업을 들으면서 소논문으로 연구한 이집트 문명은 상당히 흥미롭고, 인상적이었다. 이집트 문명에 대한 나의 간단한 결론을 내리면, 이집트 문명은 자연과의 조화와 공존에서 비롯되었다.
1. 나일강은 이집트을 위한 신의 축복이다.
이집트는 상 이집트와 하 이집트로 나뉘어지는데, 이집트인들의 생업의 근간이 되었던 나일강은 남쪽부터 북쪽의 지중해로 흐른다. 이 나일강은 에디오피아 고원에서부터 시작되는데, 이집트 문명의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해마다 이집트는 나일강의 범람으로 인하여 약 4개월 간 생업인 농업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래서 물이 빠져나간 11월~2월은 농번기, 3월~7월은 추수기로 나일강은 이집트의 근간을 좌지우지하는 주체였다. 상식적으로 보면, 이러한 나일강의 범람이 이집트인들에게 큰 피해를 주었을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것은 이집트에게 있어서 신이 내린 큰 축복이었다. 나일강의 주기적인 범람은 이집트인들에게 인간은 영원불멸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믿음을 주었고, 해마다 나일강을 따라 내려오는 유기물들은 범람을 통하여 이집트 땅에 적시며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어주었다. 이로인해 이집트의 농업은 해마다 풍작이었고, 이것을 노리는 주변국가들의 야심 때문에 이집트는 강력한 군사력을 갖추게 되었다. 또한 수학과 천문학의 발전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므로 그리스의 역사학자 헤로도토스는 '이집트는 나일강의 선물이다.' 라고 이집트를 표현했듯이, 나일강은 이집트 문명의 주체이자 본원이었다. 얼마 전 소논문을 쓰기 위해서 NHK에서 제작한 이집트 문명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았는데, 나일강 주변 마을에는 나일강의 수위를 측정하기 위한 흔적들이 많이 있는데, 제방을 쌓거나 강의 흐름을 막으려는 인위적인 건축물을 없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는 이집트인들은 자연과의 조화와 공존을 통해 자신들의 문명이 발전 될 수 있었다는 의식이 지배적이었다. 전시물들 중에서도 이러한 이집트인들의 의식은 많이 찾아볼 수 있다.
2. 이집트인들의 종교는 곧 생활이다.
이번에 전시된 유물들 중에 가장 많은 유물은 이집트의 종교와 관련된 것들이었다. 도슨트 역시 전시물을 설명 하면서 이집트 종교에 대해서 상세하게 설명해주었는데, 대체적으로 윗부분이 둥근 앵크십자가와 미라, 가짜문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가짜문' 을 보면서 현재 흥행 영화인<트랜스 포머 : 패자의 역습>이 생각났다. 그 영화의 주 배경이 이집트 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감독의 상상력이 대단했다. 영화에서 지구에 먼저 온 옵티머스 프라임의 조상들이 이집트 피라미드에 잠들었는데 그들의 무덤 입구가 바로 '가짜문' 이었다. 그래서 영화 주인공 샘이 가짜문을 바라보면서 "대체 어디로 들어가야 하는거야?" 말하며 당황하고 있을 때, 그 가짜문을 인위적으로 부셔버리는 순간 문 안쪽의 옵티머스 프라임의 조상들을 만날 수 있었다. 무덤의 예배소에 있던 가짜문의 실제적 의미는 현세와 내세를 이어주는 통로로, 죽은 영혼을 위해 제사를 드리면 그 영혼이 봉헌물을 취하러 온다는 상징적인 문이다. 전시회를 통해서 영화에서 보았던 가짜문의 의미를 알게 되니 유익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집트인들의 종교는 나일강의 범람과 관련이 있다. 나일강의 주기적인 범람은 이집트인들의 종교와 사상에도 영향을 주었는데,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강의 범람은 '신의 저주와 노여움' 이라는 부정적 인식과 달리, 이집트인들은 '신의 축복' 이라고 생각했으니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에 대한 근거로, 나일강의 범람은 매년 추수 후 떨어진 땅의 기운을 되살리는 역할을 하였고, 죽음에서 생명을 옮겨지는 부활의 상징이었다. 이를 통해 이집트인들은 사후세계를 믿음과 동시에 인간의 영원불멸을 꿈꾸었다. 즉,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시작이었다. 전시된 유물들 중에서 이러한 사실들을 확인할 수 있는데, 대표적인 예로 '사자의 서' 이다. 이 서에 의하면 저승의 통치자 오시리스가 죽은 자들을 심판하는데, 저울에 깃털과 죽은자의 심장을 재어 깃털보다 무거우면 이승에서 많은 죄를 저지른 것으로 판단하고 부활의 자격이 없는 '영원한 지옥' 으로 보내진다. 반면에 깃털보다 심장이 가벼우면 '부활의 자격' 이 주어진다. 이런 의미에서 '미라' 는 부활한 영혼들을 위해 제작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덧붙여서 이번 전시회에 미라의 제작과정이 단계별로 설명되어져 있었는데, 심장을 제외한 뇌와 내장기관들은 모두 제거하여 따로 용기에 보관 해놓고, 시체가 썩지 않기 위해 특별한 약을 발라서 건조시키는 장면들은 흥미로웠다.
정리하자면, 이집트인들은 인간의 죽음을 육체와 영혼의 분리 현상으로 생각했고, 죽음이란 영혼이 오시리스의 심판을 받은 후 결정되어진다고 보았다. 그 심판의 판결에 따라 영원한 지옥과 부활이 결정된다. 이러한 이유에서 ‘사자의 서’ 에는 미라가 된 인간의 보존과 심판을 받은 후 부활을 바라는 주술과 문구 등으로 작성 되어 있다. 전시된 유물들 중에서도 사후세계에 받게 될 오시리스의 심판에서 부활의 자격을 얻기 위해, 오시리스를 속이거나 환심을 사기 위한 유물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러므로 '사자의 서' 는 죽은 자의 영혼이 만나게 될 사후세계와 오시리스의 심판을 받는 동안의 영혼의 안전을 위해 만들어진 일종의 부적(符籍)과도 같다. 이외에도 오시리스의 아내 이시스와 아들 호루스 등 친족으로 이루어진 신 공동체를 통해서 이집트인들의 가족의 의미를 엿볼 수 있었고, 다양한 동물신들은 토테미즘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 이집트에는 여러가지 신들이 있었는데, 이러한 신들은 이집트인들에게 있어서 그들의 생활이 곧 종교였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이것으로 보아 알 수 있는 것은, 인간의 문명이 발생된 지역들이 각각 다르지만, 인간이 가지고 있던 생각은 크게 차이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종교는 인간을 인간 되게 만드는 일에 도움을 주었고, 자연이 인간을 위협하는 존재나 정복 해야할 대상이 아닌, 인간의 생명유지와 삶의 터전이었다는 것을 고대인들의 문화를 통해서 발견 할 수 있다. 이집트인들은 이것에 대해서 철저히 인식했고, 이러한 인식에서 나온 그들의 위대한 문명은, 오늘날 이집트 문명의 우수성을 알려주는 근거가 된다.
3. 파라오와 피라미드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이집트에는 여러가지 신들이 있었으나, 현세의 진정한 신은 왕, 즉 파라오였다. 파라오는 태양신의 화신으로 이집트를 다스리면서 정치와 종교의 최고 집행자였다. 이러한 면은 고대 사회에서 많이 발견할 수 있는데, 왕이 정치와 종교의식을 겸하는 것은, 왕의 권위가 신과 같고 그의 통치가 신의 의지에서 비롯되었다는 인식을 백성들에게 부여하는 상징적인 의미가 내포 되어 있다. 그러므로 파라오는 태어날 때부터 강력한 권력을 가지고 있었고, 사회 내에 신분제도 역시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이것에 대한 단적인 예로 피라미드를 들 수 있다.
피라미드는 이집트를 상징하는 건축물이지만, 이집트 문명아 응축된 결정체라고도 말할 수 있다. 항간에 피라미드는 이집트의 노예들이 만들어 낸 건축물이라고 해석되었고, 헤로도토스도 쿠푸왕이 피라미드를 짓기 위해 10만명의 일꾼이 매년 3개월씩 일해서 20년에 걸쳐서 만들었다고 기록함으로써 그렇게 믿어왔다. 그러나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피라미드는 노예가 아닌 이집트의 평민들이 주체가 되어 만들었다는 사실이 발표되었다. 실제로 피라미드 세워진 근처에서 피라미드를 짓기 위해 동원 된 노역자들의 마을 유적이 발견 되었는데, 거기에는 남자들 뿐만 아니라 임신한 여자들의 유해도 발견되었고, 최근에 발견한 쿠푸왕의 사제묘비에는, 쿠푸왕이 피라미드를 짓기 위해 동원된 노역자들의 생계를 책임졌고, 노역자들은 그것으로 인하여 행복했다는 문구가 발견되었다. 덧붙여서 피라미드를 건축하기 위해 평민들이 동원된 시기는, 나일강이 범람했던 약 4개월 간으로, 그 기간 동안에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마냥 쉬기에는 비생산적이라고 생각했고, 그러한 생각이 피라미드를 만들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피라미드는 노예가 주체가 되어서 지어진 건축물이 아니라, 이집트 시민들이 주체가 되어 지어진 건축물이라고 해석할 수 있고, 나아가 국가적인 차원에서 상 이집트인들과 하 이집트인들의 단결을 위한 거대한 프로젝트였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렇게 건축된 피라미드에는 왕의 시신을 안장하는 장소와 죽은 이집트인들의 이름이 적혀 묘비가 함께 있는데, 그들이 생전 좋아했던 음식들이나 취미생활, 특이점들이 파피루스와 석판에 기록 되어 있다. 전시된 유물 중에 이러한 것을 볼 수 있었는데, 놀라운 것은 어떻게 단단한 석판에 상형문자나 그림을 정교하게 조각 할 수 있었는지 눈으로 보고 있어도 믿겨지지 않을 정도다. 또한 스핑크스나 왕과 대신들의 흉상들은 이집트의 예술의 극치를 보여준다. 이런 근거에서 이집트의 예술은 현대 예술도 따라할 수 없는 신적인 능력에 있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 능력의 원동력의 하나는 파라오에 대한 경외심에 있었고, 다른 하나는 나일강을 이집트인들에게 허락한 신에 대한 감사였다.
이집트 문명전을 관람 하면서 들었던 개인적인 생각들을 적어보았다. 도슨트는 이번 전시회에 이집트 문명의 유물들이 230여점 전시되었고, 총 4부에 걸쳐서 주제별로 전시되었다고 설명했는데, 느낌상 많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 그리고 대부분의 조형물들의 코가 심하게 훼손 되었는데, 이것은 다분히 종교적인 의도에서 나온 인간들의 탐욕이다. 마치 제주도 돌하르방의 코를 갈아 먹으면 태기가 있는 여자가 아들을 낳는다는 속설처럼, 이집트 조형물들의 코는 신비한 능력과 기운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에 의해서 무참히 박살나 있다. 또한 전시회 내에 계속 상영 되는 영상물은 너무나 짧아서 앉아서 봐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문명전을 통해서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이집트 문명의 위대함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다면, 전시를 주최한 사람들에게는 의미 있는 일이자, 큰 수확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것은 국립중앙박물관 내 은하문화학교 프로그램으로 이번 이집트 문명전을 기념하여, 세계적인 석학들이 직접 이집트 문명에 대해 설명해 주는 세미나가 매주 수요일마다 있었는데, 그것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평소에 세계 종교와 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내가, 그런 기회를 놓친 것은 너무나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다. 또한 사진 촬영이 금지라서 전시된 유물들의 실물사진을 개인적으로 보관할 수 없어서 아쉬웠지만, 나의 이익 때문에 앞으로 두고두고 볼 유물들이 훼손 된다면, 후세 사람들에게 크나큰 죄가 될 것이다.
모처럼 방문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이집트 문명전을 관람할 수 있어서 뜻 깊은 시간이 되었고, 관람 후 국립중앙박물관을 모두 둘러보면서 오랜만에 우리나라와 아시아 문화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어서 좋았다. 과거의 역사와 문화가 소중한 것은, 그것을 통해 현재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범하는 오류를 깨닫게 해주는 것에 있다. 얼마 전에 보았던 이집트 문명에 관한 다큐멘터리에서도 확인 할 수 있었는데, 이집트의 도시화와 나일강의 범람을 막고자 강에 인위적으로 댐을 세운 뒤부터, 이집트인들의 농업 수확량이 크게 줄었고, 논과 밭에 인위적인 화학비료를 뿌려줘야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인류의 문명은 단숨에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잘못된 판단과 생각으로 하루 아침에 사라질 수도 있다. 이런 의미에서 자연과의 조화와 공존이 인간에게 큰 유익이 된다는 고대 이집트인들의 생각은, 지금 시대를 살고 있는 인류에게 필요한 실질적 교훈이 될 것이다.
전시회는 8월 30일까지로 관람료는 성인기준 10000원이고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단, 국립중앙박물관 입장료는 고맙게도 무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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