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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tion 日記/One Sweet Day

이미 오래 전부터 찾고 있지만 찾지 못했다

EAST-TIGER 2014. 7. 31. 18:46


공부가 전업인 내게 매일 매일 아쉬운 하루이다. 

대충 읽으면 기억에 오래 남지 않고 천천히 개념을 파악하며 읽으면 

하루에 읽을 수 있는 페이지 수가 민망할 정도로 적다.

그렇다고 하루 종일 책만 붙잡고 있을 수는 없으니, 

지금 느껴지는 두통과 피곤함, 그리고 불현듯 찾아오는 게으름이 

혼자 있는 나를 무척이나 힘들게 한다. 

옆에 누가 있었다면 친하다는 이유로 심술을 부렸을 것 같다. 


일주일이 속절없이 가고 한달이 무섭게 찾아온다. 

그러나 이것도 하나의 '배움'이다. 

새들의 울음소리와 바람, 그 바람이 가져다 준 바깥 향기, 저녁 노을, 

기르고 있는 화초들 그리고 달팽이들이 내 휴식시간에 친구들이다. 

그들과 함께 놀며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늘 고민한다.

마음의 소원은 있으나 아직은 그 소원에 비해 내가 너무 작다. 

그리고 언제 어떻게 삶이 움직일 것인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기도하고 고민한다. 


2014년도 상반기는 몇 년에 걸쳐서 벌어질 일들이 

6개월만에 다 벌어진 것 같다. 

세월호가 침몰했고,

선장과 선원들로 인해 많은 학생들과 사람들이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다. 

마지못해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했다. 

여당 정치인들은 대놓고 자신들이 '친박'을 자처하고, 

야당 정치인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려 하고, 하고 싶어 하는 지 알 수가 없다.

유명 목회자들과 대학 교수들은 불필요한 말들을 발설하여, 

'가미가제'식으로 여러 사람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며 스스로를 망치고 있다. 

몇몇 언론들은 윗선 지침에 따른 보도들에 대하여 양심선언을 하고 있다. 

현직 교원들은 시국선언을, 

청년들과 시민들은 시국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유병언과 그의 가족들 및 조력자들이 잡혀서 뭔가 종결의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 

이제 점점 안정되어 가고 있는 현실은 이 모든 것을 삼키려 든다.


10년 또는 20년 뒤에 저 어딘가에 나와 내 친구들, 

그리고 내 스승님들 내지 안면이 있는 교수님들 또는 선배들이 있을 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들 중에 일부는 

서로 함께 뜻을 모으는 친구가 될 수도 있고, 

다른 일부는 서로 비난하고 탄핵해야 할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과연 우리는 어디에서 어떻게 만나게 될 것인가? 

스스로 근신하고 '지금'을 기억해야 한다.


7.30 재보궐 선거 결과를 보면서 다시 고민에 빠졌다. 

결국 '자본'과 '힘'의 논리로 사람들은 휩쓸린다. 

다들 부자와 대박에 꿈을 꾸며 '욕망'에 사로잡혀, 

그럴듯한 말들과 감정에 이끌린다. 

어떻게 거기서 사람들이 살 수 있을까? 

그리고 나는 어떻게 거기서 살 수 있을까? 

지금 한국은 나 같은 사람은 그저 사회적 '잉여'산물에 불과하고, 

지금 내 위치에서는 어디서 있든지 비웃음의 대상이 될 뿐이다.

나는 이게 가장 슬프고 두렵다. 


더 이상 '사람'이 '사람'이 아닌 세상. 

실제로 그 증거들이 사회 내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독일 철학부에서도 도덕적 책임에 대해 말들이 많다. 

이번 학기에 Tobias와 함께 많은 대화를 나눴는데, 

그가 주장하면 나는 그 주장에 대답을 했다. 

돈과 힘의 논리대로 돌아가는 세상에서,

그리고 그것이 당연하고 어쩔 수 없이 받아 들여지는 현실에서, 

'생각의 힘'으로 '물질의 힘'을 이길 수 있을 것인가? 

저마다 무엇이 의로운 것인지를 알고 있지만, 

사회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다수가 그렇게 살지 않고 행동하지 않는다. 


혼자 있다 보니 분명 한국에 있었던 '나'와 다르다. 

그래서 누굴 만나도 예전과 다른 눈으로 본다. 

가끔 가족의 빈자리도 느낀다. 

특히 음식을 만들 때 그 빈자리는 늘 크다. 

오늘도 멸치조림과 여러가지 볶음을 하면서 느꼈다. 


어머니의 압박스러운 잔소리, 

아버지의 침묵의 메시지. 

동생의 철없는 말과 행동. 

이상스럽게도 '나'와 그럭저럭 조화를 이루었다. 

어쩌면 정말 나는 이제 또 하나의 '가족'을 이루고 싶어하는 지 모르겠다. 

아니면 정말 마음에 드는 어떤 이상적 '대상'을 찾고 싶어하는 것일까? 

이미 오래 전부터 찾고 있지만 찾지 못했다. 


밤 안개가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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