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世紀 Enlightener
'나'는 항상 '지금'만 있다 본문
예전에 영화<은교>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나이가 들면 정말 나이에 맞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 것일까?"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여자가 운명적인 느낌이 들더라도,
십수년 나는 나이 차이와 주위의 시선 때문에 그저 그 느낌을 지워야 하는 것일까?"
"언젠가 늙어버린 나의 몸과 얼굴을 거울에 비추어 볼 때 나는 무슨 생각이 들까?"
"아.. 계단 오르기가 힘들고 손에 짐 들기가 버겁다면 나는 정말 살아있는 시체겠구나!"
언제부턴가 '나이'가 무척 싫어졌다.
그리고 내 나이를 잊고 싶었다.
단지 나는 이 세상에 1983년 9월 30일에 태어났을 뿐이다.
그게 왜 나이로 환산되어 나를 제한하고 구속하려 드는 것일까?
그래서 누군가 내게 나이를 물었을 때 나이 대신 태어난 년도를 말했다.
뜨거운 여름 날 나는 논문을 쓰며 스스로에게 물었다.
"도대체 이 뜨거운 방구석 책상에 앉아,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이 힘과 청춘을 왜 불살라야 하는거지?"
나는 정말 아무도 지켜보지 않는 방에서 난리를 쳤다.
하루 하루가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이 되고 그 앞에 누구도 무력하다.
왠지 모르게 억울했다.
어디서부터 나는 늙어가고 고장나고 있는 것일까?
지금 이렇게 심장이 뛰고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힘과 열정이 있으며,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능력이 내게 있는 것 같은데,
이 모든 것이 그 언젠가 사라지거나 감퇴되고
결국은 누구도 고칠 수 없는 것들이 되는 것인가?
그때는 내가 아직 살아 있음에 감사해야 할까?
아니면 아직도 죽지 않았음에 나와 누군가가 괴로워 할까?
앞날을 알 수 없으니 결국 '나이'를 먹을 수 밖에 없다.
'나이'를 알 수 없는 땅을 밟고 저녁 바람과 함께 노을을 보았다.
그것들은 내가 태어나기 이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으며 앞으로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나'는 항상 '지금'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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