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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이나 Jazz스러웠다

EAST-TIGER 2015. 4. 6. 18:53

많은 철학자들의 문제 의식은 '인간'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된다.

철학을 공부하면서 유익한 부분이기도 한데,

신학보다는 좀 더 다양하고 흥미로운 '인간관'들을 접하게 된다.

그리고 각각의 관점들을 곰곰이 생각하면,

어느 정도 그 관점들이 인간의 어떤 부분들을 향하고 있는 지 알게 된다.

철학자들은 인간의 본성이 악한 지 선한 지에 대한 고민보다,

인간이 왜 그렇게 행동하고 그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 지를 고민한다.

나도 어느새 그렇게 '인간'을 보게 된다.


사람은 자기가 남에게 당한 것이나,

기분 나쁜 감정을 갖게 된 것에 집중하지,

자신의 말과 행동들이 남에게 어떤 영향과 피해를 주고 주었는 지는 잘 알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것까지 생각하기에는 자기 안에 너무나 많은 '나'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 '나'들은 '너'가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서 입버릇처럼 말하는,

"남에게 피해주지 않고 살고 싶다"는 너무나 허무한 말이다.

사람들은 서로서로 '이미' 피해를 주며 살아가고 있다.

그들은 '피해자'이자 '가해자'인 것이다.

그래도 사람들 간에 빈번하게(?) 싸움이 발생하지 않는 것은,

그 '피해'를 감당하거나 알고도 참고 이해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바로 이 시대의 '의인'들이다.

그러나 그 사람들이 언제까지나 감당하고 참고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인간의 최대의 적은 결국 인간"이라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생각하고 고민할수록 흥미롭고 우울하다.


금요일 늦은 밤에 메신저를 통해 온 문자들. 

그 문자들에 대답을 했더니 "내일 이야기 할게요"라고 끝나버렸다.

그리고 나는 주고 받은 문자들을 다시 읽고 다시 읽었다.

뭔가.. 기분이 좋지 않았다.

반복해서 읽었던 문자들은 왠지 나를 비웃고 있는 듯 했고,

천천히 기분 나쁜 감정들과 생각들이 밀려왔다.

나는 기분 전환을 하기 위해 읽던 책을 놓고,

인터넷에 공개되어 있는 영화 한 편을 보았다.

뭔가 영화를 보고 나면 잠이 쉽게 올 줄 알았나 보다.

그러나 나는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몇 번이나 잠에서 깨어 핸드폰 액정을 켜고 끄기를 반복했다.


아침이 되어 어쩔 수 없이 잠자리에서 일어났고,

먹먹해진 가슴과 머리를 깨우기 위해 나도 모르게 오디오를 틀었다.

흘러나오는 음악에 몸을 흔들고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었다.

10분 정도 그렇게 하다보니 온 몸에 '전원'이 들어온 듯 했다.

갱블리는 그런 내가 무척이나 낯설었나 보다.

"너 오늘 이상해.."

나는 그 말을 듣고 겉으로는 부정했지만 속으로는 인정했다.

"맞아, 나 정말 이상해.."

낮잠을 잘 때도 나도 모르게 한 손에 핸드폰을 쥐고 있었다.

그러나 핸드폰에는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이런 '지랄' 같은 마음들을 떨쳐내고자 열심히 책을 읽었다.

열심히 책을 읽고 생각하고 있을 때,

춘하 누나로부터 안부 문자가 왔다.


"잘 지내니?"

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 대답했다.

"뭐.. 별일은 없어요"

사소한 안부 문자에 잠시동안 평안했다.

아버지와 오랜만에 통화를 했다.

지난 주에 어머니와 민감한 주제로 많은 말들을 들어서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아버지와의 대화에서

최근 고민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나의 생각들을 말할 수 있었다.

아버지는 '아버지 세대' 답게 말을 했고,

나는 집요하게 그 세대를 포함한,

어리석을 정도로 '착한' 사람들의 행동들에 유감을 표했다.

"가까운 사람들이나 모르는 남들에게 사기를 당하거나 물질적 피해를 받으면,

죽일 듯이 화를 내고 법적 소송을 걸면서 난리를 피우는데,

왜 국가가 국민들의 세금을 가지고, 또 기업가들이 회사돈을 횡령, 배임하면,

국민들은 마치 그럴 수 있다는 듯,

아니면 별다른 반응이나 항의없이 지켜보는거죠?"

공직에 계셨던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점점 좋아질 거니까, 공부에 정진해라"

내 생각들이 쉴새없이 쏟아지려고 할 때 나는 스스로 멈추었다.


요새는 생각한 것들이 이런 '기회'를 타고 입으로 뛰쳐 나오려 한다.

카짐과 그의 아내 그리고 어느새 걷고 있는 그의 아들이 왔다.

작년에는 분명 갓난 아기였는데 제법 머리도 많이 자랐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알 수 없는 소리를 질렀다.

밤에는 갑자기 우는 듯한 소리를 질렀다.

마치 새끼 고양이가 우는 듯한 소리였다.

나는 그 소리에 이유없이 민감하게 반응했고,

그 소리가 들리지 않자,

무엇을 하고 싶다는 의욕도 같이 사라졌다.

나도 모르게 소리질렀다.

"이 개자식들아-"


그리고 다시 밤이 찾아왔지만,

예고했던 '이야기'는 메신저에 도착하지 않았다.

너무 오랜만에 그리고 익숙한 듯 느껴지는 불길한 감정들.

그리고 그 감정들 때문에 순식간에 기분이 더러워졌다.

그 기분들은 나에게 말했다.

"너의 '진심'과 '노력'은 그렇게 '거절' 당하고 '배신' 받았다.."

나는 정말 잠을 원했지만 잠은 나를 피해갔다.

"도대체 내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나는 불 꺼진 방에서 신음했다.

그리고 먼저 문자를 보냈다.

'아마 읽지 않을 것이다'

생각대로 그렇게 됐다.

나는 벽쪽으로 몸을 돌렸고 잠이 오는 가 싶었지만,

자주 깨어 핸드폰 액정을 다시 켰다 껐다.

그리고 그런 나에게 찾아온 '나쁜 기억'들.

순간적으로 그 '나쁜 기억'들의 출처가 되는

'범죄자'들의 얼굴들과 모습들이 떠올랐다.

나는 그들을 여러 번 죽였다.


부활절 아침.

H주는 늘 그렇듯이 제일 먼저 안부를 물었다.

"잘 잤어요?"

뭐라고 대답해야 할 지 몰랐다.

교회를 가고 있는 누나에게 괜히 어려운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침대에 누운 채로 '자동 응답기' 같은 대답을 했다.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나는 빵 두 개를 꺼내어 오븐에 구웠고,

우유와 과일들을 준비했다.

그때 다시 메신저를 통해 대화가 이루어졌고,

나의 긴 말과 알고 싶은 질문들에 대하여,

너무나 성의없고 짧은 대답들만이 대화창에 나타났다.

나도 모르게 메신저 대화상대 목록에서 지워버렸다.

지웠지만 저쪽에서 말을 걸면 액정 화면에 다시 문자들이 나타났다.

그러자 전화가 걸려왔다.

차분하게 말하고 싶었지만 나의 말들은 매섭게 상대를 밀쳤다.

이해할 수 없는 듯한 반응들과 뭔가 안타깝다는 반응들..

그러나 내 '자리'는 전혀 없는 듯 느껴졌다.

전화를 끊고 멍하니 창문을 밖을 바라보면서,

빵을 한 입 물었다.


차갑다.

식어버린 내 마음처럼.

사라져버린 내 감정들처럼.

빵은 그렇게 식어 있었고 식음과 동시에 맛도 없었다.

이건 '시체'를 먹는 기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나는 두 개 중에 한 개만 먹었고 나머지는 다시 봉지에 넣었다.

나의 부활절 아침 식사는 그렇게 처참했지만,

Freude 부부와 그들의 자녀와 손녀 간의 아침 식사는 무척이나 화기애애했다.

그들의 웃음소리는 내 방까지 무단 침입하여 점거했다.

나는 그릇과 식기구들을 빠르게 치웠다.


그냥 샤워가 하고 싶었고,

샤워를 하고 난 후에는 기분에 따라 고른 가장 좋은 옷을 입고 치장을 했다.

갑자기 클래지 콰이의 'We live in Oz'가 듣고 싶었고,

오랜만에 들으니 맑아진 날씨처럼 청량하게 들렸다.

은해로부터 전화가 왔고 거의 한 달 반만에 대화를 했다.

별로 달라진 것은 없었다.

여전히 은해는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듯 했다.

배고프다는 은해에게 말했다.

"그만 좀 먹어-"

오랜만에 한 대화는 재미있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은해는 그냥 들었다.

무척 고마웠다.


한인 교회를 가기 위해 Roxel 역으로 출발했다.

포터블 플레이어에서 나오는 음악들에,

고개를 끄덕거리며 걸었다.

걸으면서 계속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생각했다.

기차를 타고 자리에 앉았을 때,

신이 내게 묻는 듯 했다.

"너 또 괴로워 하는구나, 그런데 너도 잘 몰랐잖아?"

나는 대답했다.

"그래도 마치 저를 잘 알고 이해하는 것처럼 말하고 행동했잖아요?"

신은 다시 대답하는 듯 했다.

"그렇다고 사람들을 다 '확인'하고 만날 수는 없잖아?"

나는 다시 대답했다.

"그렇다면 이 찢겨진 내 '진심'과 '노력'들,

그것들의 근윈인 이 '마음'들은 도대체 어디로 간 것입니까?"

그러자 내 눈에 차창 너머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어떤 것으로부터 찢겨진 듯 떠 있는 구름들..

내 마음들은 그렇게 구름들이 되어 너무나 파란 하늘에 떠 있었다.

"젠장.. 모두 저기 있었어.."

나는 계속 지나가는 풍경들 속에 고정되어 있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나는 주일 예배가 빨리 끝나기를 원했고,

하품을 남발했지만 졸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그리고 예배가 끝난 후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과 안부를 주고 받았다.

사모님은 내게 김치가 들어 있는 반찬통을 내밀었고,

나는 감사를 표하고 그것을 받아 가방에 넣었다.

사모님께 물었다.

"어떻게 제가 오늘 올 줄 알고 이렇게 준비하셨어요?"

사모님은 말씀하셨다.

"목사님이 올 것 같다고 해서요."

너무 당연한 듯 말씀하셔서 나는 별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

식사 후 교회 청년들이 같이 농구를 하자고 말했다.

그러나 Christian을 만나야 하기 때문에 불가능했고,

그 약속이 없더라도 나는 이틀 동안의 불면으로 인해,

농구까지 하게 된다면 머리가 뒤죽박죽 될 것 같아서 하기 싫었다.

당연히 거절했다.


Christian은 늘 만나던 장소에서 서 있었고,

우리는 격하게 안으며 인사했다.

"잘 지냈어- 브라더?"

나는 그의 차를 타고 Gelsenkirchen 중앙역 근처까지 이동했고,

우리는 차에서 내려 길을 걸었다.

Gelsenkirchen의 답없는 '미친' 신호등 이야기부터

최근에 내가 쓰고 있는 푸코와 카뮈에 대한 논문까지,

대화의 주제들은 차근차근 옮겨갔다.

특별히 그는 내게 약 3주 정도 한국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인터넷과 뉴스를 통해 한국의 자살률이 높다는 정보부터

"탈북하는 사람들이 도대체 어디로 가느냐?"는 물음까지,

만날 때마다 한국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나는 그런 그에게 아는 만큼만 말했다.

헤어지는 길에 Christian은 늘 그렇듯이 나를 배웅했다.

나는 근래에 고민하는 생각들을 중 하나를 그에게 물었다.

"사람들이 무조건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그냥 일하지 않고 살 수는 없을까?"

당연한 듯 그는 "일을 해야지."라고 말했다.

나는 다시 말했다.

"사람들은 '무조건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감에 스스로 속고있는 것이 아닐까?"

Münster행 기차가 도착했다.

우리는 다시 격하게 서로를 안으며 말했다.

"잘가- 브라더!"


Paris Match의 베스트 앨범 디스크 groovy "RED"는,

차창 너머 노을 지는 하늘과 무척 잘 어울렸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몇 번이나 내 안에 신이 숨겨둔,

'무엇을 사랑하고 이해하려는 마음'의 장치를 꺼버리거나 부셔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신은 그것을 거부했고,

오히려 더 나를 그 장치에서 명령하는대로

움직이고 순순히 따르기를 바라고 원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강제적으로 '냉정'하도록 스스로 요구했다.

집에 돌아와서 잠시 창문 밖을 보니,

노란 달이 낮게 떠있다.

'Bad Moon'이었다.


또 다시 불편한 잠을 자야 했다.

월요일 저녁에 Michael를 만났다.

그의 집은 Hiltrup에 있었고 내가 사는 곳으로부터 버스로 1시간 정도 걸렸다.

기타 강사이자 프로 연주자인 그와 스탠다드 재즈곡인

"There will never be another you"를 함께 연주하려고 했는데,

나는 이미 이 곡이 익숙하고 어느 정도 즉흥 연주가 가능했지만,

Rock을 주로 연주하는 그에게 이 곡은 낯설었나 보다.

그는 자기 방에서 세 종류의 Real book들에서 악보들을 인쇄하여 가져왔고,

각 악보들을 비교해가며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코드를 편곡했다.

그냥 편하게 연주하려고 왔을 뿐인데,

열심히 편곡하고 있는 그의 모습에서 왠지 모를 미안함이 느껴졌다.

그는 편곡을 하는 동안 곡의 특정 부분에서

내가 어떤 스케일로 즉흥 연주를 하는 지 물었고,

그는 내 대답을 참고하며 계속 자기 악보에 코드를 적었다.


여러 번 편곡한 것이 괜찮은 지 연주하는 동안,

그는 방귀를 뀌었고,

담배를 피우기에 말할 때마다 입에서는 담배 냄새가 났지만,

나는 그런 모습이 전혀 불쾌하지 않았고 싫지도 않았다.

내 눈에는 내가 무심코 제안한 곡을 더 잘 연주 하기 위해

'진심'으로 '노력'하고 준비하려는 그의 모습만이 보였고,

나 역시 그런 그가 더 좋은 솔로 라인을 만들기 바라는 마음에서,

곡의 중 내 파트의 일부를 '양보'했다.

편곡하고 연주하는 동안 나는 거의 두 시간 정도 서 있었지만 전혀 힘들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가 한 곡을 제대로 연주하게 되었을 때는 서로가 무척 기뻐했다.

우리는 두 번 정도 함께 연주했다.

연주가 끝나고 그는 내게 말했다.

"미안해, 나는 아직 훌륭한 Jazz 기타리스트는 아니야."

나는 말했다.

"괜찮아, 난 아주 좋았어!"


Michael과의 만남은 무척이나 Jazz스러웠다.

나는 그의 모습에서 깨달아지는 것이 있어 문자를 적어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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