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世紀 Enlightener
마스크가 통행증이다 본문
쓸데없이 기억력이 좋아서,
남들이 기억 못 하는 것들을 혼자만 기억할 때가 있다.
마치 나에게만 소중하고 행복했던 기억들처럼,
마치 나에게만 괴롭고 불행했던 기억들처럼,
그 기억들 때문에 가끔 하루 또는 며칠을 "감기"를 앓는 듯 보냈었다.
누군가 "그랬었나요?", "기억이 안 나요."라고 내게 묻거나 말한다면,
더 이상 그 기억들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다.
그에게는 "지나간 것들"이다.
방 온도가 영상 14도 이하로 내려가서 보일러를 사용하고 있다.
영상 18도로 올라가면 상황을 봐서 보일러를 끈다.
온도가 높아질수록 정신과 몸이 게을러지고,
온도가 낮아질수록 정신과 몸이 분리된다.
"적당하다"는 말이 아무 때나 남용되어서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방 온도는 적당해야 한다.
성병 환자들이 많아졌다.
우울증과 수면 장애로 매일 약을 먹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자살하는 사람들은 원래 많았다.
폭력과 학대로 피해받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모두 외로움 또는 그 곁가지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친하니까 싸운다.
안 친해서 싸운다.
사랑해서 싸운다.
미워해서 싸운다.
기분이 좋아서 싸운다.
기분이 안 좋아서 싸운다.
오늘은 그냥 싸운다.
그럼 도대체 언제 안 싸울까?
어느 한쪽이 항상 이기는 싸움은 뭔가 이상하다.
가끔은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 되고,
이기는 것이 지는 것이 된다.
서로 싸움의 기술이 필요하다.
괜히 싸움을 할 필요는 없다.
불면증으로 이른 새벽부터 깨어있던 주일 아침.
한국에 있는 강 집사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목사님이 올해를 끝으로 목회를 그만두신데요."
전화를 걸어 사정을 들었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은 목소리였다.
유학 이후 매년 두 번 정도 목사님께 안부를 전한다.
1년 반 동안 목사님과 함께 사역을 하면서,
나의 절망 앞에서 괴로워했고 눈물을 흘렸다.
그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
전화를 끊은 후 무거워진 마음에서,
담배 연기 내뿜는 듯 긴 한숨이 나왔다.
하선이는 아버지로부터 아이폰 11을 선물로 받았다.
손으로 쥐고 들었을 때 무게감이 있었고,
큰 액정화면 때문에 내게는 부담스러웠다.
"디자인이 이쁘잖아요!"
나와 옆에 있던 에스더는 별다른 말을 안 했다.
하선이는 말보다 표정이 더 빠른 사람이다.
아주 드물게 은은한 기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볼 때,
열심히 말을 하다가도 순간 정신이 나간 듯 멈칫한다.
강 사모님이 김장을 했다며 김치를 주셨다.
언제 마지막으로 김치를 먹었던가..?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살아서,
특별히 찾지도 사지도 않았었다.
김치와 함께 김밥 두 줄도 함께 주셨는데,
김밥도 언제 마지막으로 먹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
빈 공간 많았던 가방이 김치와 김밥들로 채워졌다.
집으로 돌아가려던 차에 서 장로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시간 되시면 저희 집에서 식사하고 가시죠."
풍성한 식사 대접과 깊이 있는 대화로 몸과 마음에 생기가 돌았다.
특히 식사 후 차를 내주실 때마다 이번에는 어떤 차를 주실지 기대된다.
집에 돌아오니 오후 4시 30분이 넘었다.
아는 척하지 않고 살기에는,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렸다.
선악과를 한 개만 먹은 것이 아니라,
이미 한 박스 그 이상으로 먹었을 것이다.
내 생각들과 말, 글들이 대단하든 그렇지 않든,
살아있는 한 있는 것들 속에서 없는 것들을 보고,
없는 것들 속에서 있어야 할 것들을 볼 것이다.
참으로 다행이구나.
깊고 넓으니 담을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아버지와 정치에 대해 짧은 대화를 나눴다.
"추는 과한 것 같고 윤은 무례한 것 같다."
오랫동안 나랏일을 하셨던 아버지는 관료의 마음을 여전히 갖고 있다.
"지금 개혁하지 않으면 퇴임 후 또 죽을 것 같구나."
아버지의 평을 듣다 보면 꽤 많은 사람들의 생각들을 읽어낼 수 있다.
"자리"에 앉았다면 그 자리에 맞는 언어들과 행동들이 나와야 했다.
개혁하라고 지지했는데 하지 않으면 이제 다시는 지지할 수 없다.
코스피가 3000선 가까이 올랐다는 것은,
주식으로 대박을 노리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고,
그만큼 어딘가 "거품"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 전망이 어두운 상황에서 지수가 이렇게 오르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단타"로 주식을 하고 있다면 곧 팔아야 할 시기가 온다.
이런 이상한 상황에서 대박이 터지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엄청난 손해를 보는 경우를 자주 보았다.
주식은 재미로 해야 한다.
공부는 계속하겠지만 힘을 다 할 이유가 내게는 없다.
지금은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어려운 시기다.
과연 누가 지금 시기를 타개할 수 있을까?
비판은 대안이 있을 때 빛난다.
코로나 방역을 위해 처음부터 3단계로 시작해서,
그 단계를 천천히 낮췄더라면 지금같이 많은 확진자가 나오진 않았을 것 같다.
3단계를 할 수 없는 이유들이 분명했기에 비판만 할 수는 없다.
유럽은 진작에 3단계를 해야 하는데 너무나 자유롭다.
마스크가 통행증이다.
조 권사님이 생신을 맞이해서 축하인사를 전했다.
혜리는 쫓기듯 탈퇴하고 아무렇지 않게 재가입하며 내게 말했다.
"그냥 사람때문에에"
주일마다 보는 훈이지만 오랜만에 통화를 했다.
Chris가 내게 Schoko Nicolaus를 주었다.
올해도 "마니또"를 하게 되었다.
"무형적 사색"은 그 이름처럼 무(無)하지만 형(形)하다.
맨유는 솔샤르 감독을 경질해야 한다.
선수 솔샤르를 좋아하지만 맨유 감독을 하기에는 역량이 부족하다.
다가오는 맨체스터 더비전에서 패한다면 경질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원인과 책임은 무리뉴를 경질하고 포그바를 택한 우드워드 부회장에게 있다.
맨유는 브랜드 가치로 먹고사는 것이 아니라,
트로피로 먹고살아야 한다.
누군가 "나"와 같으면 함께 있을 때 "우리"라는 느낌이 안 든다.
편하고 비슷해서 점점 "너'인 것을 잊게 된다.
그게 좋았던 적도 있었으나 이제는 아니다.
편하고 비슷해서 다를 게 없다.
"나"와 같지 않으니까 "너"인 것이다.
"너"는 "나"에게 거울이 아니라 마주 보는 사람이어야 한다.
대등하지 않으면 서로 믿고 맡길 수 없다.
서로의 그릇에 서로를 담아내야 한다.
그런 "나"와 "너"니까 "우리"가 될 수 있다.
서로를 얻음으로써 더 얻을 것이 없기에,
"나"와 "너"가 서로 최고의 혼수(婚需)다.
긴 침묵 중에 간간이 터져 나오는 웃음이
평상시 내가 낼 수 있는 어떤 "소리"다.
지금은 글로 생각과 마음을 풀어낸다.
가끔 농촌이나 어촌 어딘가에 집을 마련해,
일한 만큼의 돈을 받고 삼시 세 끼를 먹으며 살아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혼자 살아보니 살려고 하면 살아진다.
둘이 된다면 그럴 수 없을 것이다.
그때부터는 무슨 재주라도 부려야 된다.
그럴듯한 말들과 목소리로 다가오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들 때문에 자신 스스로도 책임질 수 없는 사람들이다.
지난 몇 년간 그 문제들로 나 역시 힘겨웠다.
신은 나를 필요 이상으로 깊고 단단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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