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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렇게 산다

EAST-TIGER 2020. 12. 2. 05:01

호의 없이 지나가는 2020년도 한 달 남았다. 

1월 달에 있었던 불길한 소식이 전 세계의 일 년 전체를 망쳐놨고, 

내년이나 그 이후까지 피해와 후유증에 시달릴 것 같다. 

위대하고 어리석은 인간의 삶은 계속된다. 

위대하기 때문에 위기는 계속될 수 없고, 

어리석기 때문에 또 다른 위기를 야기한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만,

절대 멈추지 않는 인간의 삶.

 

하루가 24시간이라고 배웠지만,

"지금 여기 있다"가 내 시간 개념이다.

감각은 중요한 척도이고 현실성을 가능하게 한다. 

감각이 현실에만 머문다면 경험으로 그 역할이 끝난다.

경험에서 관념으로 나아가고 어느 순간 둘이 일치가 된다면, 

완전한 지식과 초월을 접할 수 있다. 

시간 안에서 시간 밖으로 나가려는 의지는, 

특히 예술에서 드러난다. 

예술은 시간 안에서 시간 밖을 지향한다. 

 

왜 이렇게 아는 척하냐고 묻는다. 

왜 그렇게 복잡하냐고 묻는다. 

왜 뭔 말을 하면 다 아니라고 말하냐고 묻는다. 

어쩔 수 없다. 

그대에게 "지금" 난 그런 사람일 뿐이다. 

해명하고 싶지 않다. 

 

이번 <쇼미더머니> 시즌9는 스윙스가 흥행의 한 축을 맡았고, 

머쉬베놈X미란이, 릴보이X원슈타인이 다른 한 축이다. 

오랜만에 수준 높은 무대들이 나온다.  

가오가이가 꽤 높이 올라갈 것 같다.

김진표를 계속 볼 수 있어 좋다.  

 

미디어 자영업의 시대이다. 

Youtube나 아프리카 TV 등 인터넷 방송 플랫폼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릿세를 내고 장사를 하고 있다. 

팔 수 있는 것들은 거의 다 내다 팔고 있다.

마냥 돈을 구걸하는 사람들도 있다.   

자본과 비즈니스가 있는 곳에 유흥이 빠질 수 없다.

재밌니? 즐겁니? 유익하니? 시원하니? 그럼,

"구독"과 "좋아요" 그리고 "알람 설정"까지!

 

시작도 안 했는데 너무 힘을 빼는 경우가 있다. 

괜히 마음 쏟고 신경 쓰다가 시작 없는 끝을 맞이한다.

시작과 끝은 분명할수록 좋다. 

충분히 할 만큼 했다.   

 

서울과 수도권에 거주할 집이 부족해서,

호텔방들을 개조하여 임대를 하겠다고 한다.  

집값이 이렇게나 올랐으니 세금도 함께 오를 수밖에 없다. 

오른 것은 내려올 줄 모른다고 하던데, 

살 수도 없고 팔 수 없는 물건들이 어떤 가치를 가질까? 

건물주, 임대업자가 최고의 직업이 된 이유이다.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는 먹고 입고 사는 것에 따라 계급이 나눠진다.

지금은 내전이나 혁명이 일어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선사시대가 살기는 불편해도 마음은 편했을 것 같다. 

정말 멋진 신세계야.. 

 

바쁘게 일하시는 어머니지만, 

집안일도 성실하게 하신다. 

어머니와 김장을 함께 하고 있다는 아버지의 말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부부는 그렇게 사나 보다. 

 

문재인 정권의 최대 "빌런"이 된 윤 총장은 오늘 직무에 복귀했다. 

추 장관도 어느 정도 예상한 결과였을 것이다. 

보기 안 좋은 일에 첫 사례가 되는 것을,

누구도 원하지 않는다. 

개혁이 힘든 이유다.  

밖에서 보는 현재 대한민국은,

정치를 제외하면 재미있는 것이 없다.

 

함부로 몸을 굴리면 몸뿐만 아니라 마음이 받는 상처도 크다. 

"왜 그랬을까?" 하며 자책하면서도, 

우울하고 불안한 마음에 또 몸을 굴린다. 

내면의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나?

아는 척을 해서라도 그들의 손목을 붙잡고 싶다.

붙잡기에는 그들이 내게서 빠르게 멀어진다.

그들에게 내 몸짓과 말들은 "미친 소리"일 뿐이다.  

결국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남아야 한다. 

 

희망을 말하기 위해서 절망을 먼저 말해야 한다. 

글을 쓴다면 절망을 쓸 것이고, 

말을 한다면 절망을 말할 것이다. 

잠시 쉬었더니 자리를 잃었고, 

너무 아팠더니 더 이상 일어설 힘이 없거나, 

아파도 아픈 소리를 내지 않게 되었다. 

함께 고민할 사람들은 점점 적어진다. 

아하.. 오랫동안 혼자였다. 

 

메신저 대화상대목록들을 정리했다.  

더 이상 서로 대화하지 않아서, 

몇 번을 내려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밀려난 대화창들이 있다. 

대화할 때는 그 나름대로 유익했기에 대화창들을 지울 수는 없다.  

대신 목록에서 그 이름들을 지웠다. 

정말 더 이상 대화하고 싶지 않아서 지운 사람들도 있지만, 

지금은 대화하고 싶지 않아서 지운 사람들도 있다.

차단까지 할 이유는 없다.

단지 메신저는 필요 이상으로 성실해서 누군가의 정보와 변화를 그때그때 제공한다.  

"1"을 없애지 않으면 계속 붉게 떠있는 알림을 원하지 않는다. 

사람과 가까워지고 멀어지는 기술들을 거의 누구나 가지고 있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기술들로 멀어졌고 치워졌다.  

뭔가 먹먹한데 이상하지 않다. 

 

하선이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아버지로부터 아이폰 11을 받는다고 한다. 

공기계 값이 대략 600유로이고 에어 팟, 케이스, 보호필름 등등 부속품만 400유로 정도 된다. 

그 돈이면 신형 아이폰 12를 구매할 수도 있는 돈이었지만 하선이의 대답은 단호했다. 

"아이폰을 사서 에어 팟을 끼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요!" 

나는 여전히 아이폰5에 유선 이어폰을 사용한다. 

 

성 권사님께 오랜만에 안부를 전했다. 

영환이 형과 짧게 대화를 했다. 

담임 목사님과 오랜만에 짧게 교제했다. 

문득 "그믐" 또는 "너울"이 생각났다.

 

11월 30일은 Frau Freude의 생일이다. 

오랜만에 전화를 걸어 Freude 부부와 대화를 했다. 

Herr Freude는 건강한 목소리였지만, 

Frau Freude는 거의 숨이 넘어가는 목소리였다. 

서로 그동안의 근황을 말했고 나는 생일 축하인사를 전했다. 

"당신을 저녁식사에 초대하고 싶은데.. 언제 Roxel에 올 건가요?" 

힘겨운 목소리지만 Frau Freude에게서 변함없는 따뜻함을 느낀다. 

내년 언제쯤 서로 살아있음에 축하하며 기쁨을 나누고 싶다. 

가혹하구나, 

삶이여..  

 

눈이 오는 듯 농도 높은 연보랏빛으로 세상이 물들여졌다. 

이른 아침 같은 낮이더니 그대로 밤이 된다.

세기말 같은 풍경이다.  

옆집과 위층에서 사람들이 사는 소리가 들리고, 

아파트 출입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가 들리니, 

사람들이 아직 살고 있다. 

모두가 잠든 시간에 열심을 내어 글을 쓰고, 

모두가 일어나는 시간에 잠시 눈을 감는다. 

자살할 생각은 전혀 없다. 

자살 충동은 매일 찾아온다. 

운동을 하며 몸을 단단하고 생기 있게 만든다. 

뉴스를 들으며 고민하고 탄식하며 가볍게 웃는다.

음식은 간단하지만 영양가 있게 먹는다. 

내가 이렇게 산다.

 

Rilke의 시 "Herbst"처럼, 

나뭇잎들이 다 떨어졌고 우리도 일부 떨어졌다. 

누군가 그 떨어지는 것들을 부드럽게 두 손 가득 받아낸다면, 

매 순간 사라지는 것들은 안식을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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