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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단해야 한다 본문
성탄절은 짧고 따뜻하게 지나갔고,
이틀 뒤면 새해가 된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속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한 해 한 해가 빠르게 저물었다는 느낌이 든다.
해마다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기억들이 또렷하다.
2021년도 빠르게 저물 것 같다.
나는 결단해야 한다.
중고등부 성탄절 감사 예배는 교회 식당에서 드렸다.
눈이 올 줄 알았는데 따뜻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서로에게 줄 선물들이 한 식탁에 놓였고,
평소보다 거리를 두고 학생들과 교사들이 앉았다.
마이크 없이 말씀을 전했다.
넓은 빈 공간에 목소리가 자리를 찾듯이 뻗어 나간다.
예배 후 "사랑의 배달부"가 되어 선물들을 나눠줬다.
선물 받을 사람이 없는 경우 보내는 사람에게 반송.
작년과 달리 올해는 나도 선물들을 받았다.
"여기 보세요."
하선이가 직접 만든 쿠키에 내 이름의 이니셜들이 새겨져 있었다.
31장의 카드들 중 29장이 전달되었고 2장은 새해에 전달될 것이다.
카드를 받은 최 권사님으로부터 "Ferrero Rocher"를 한 통 받았고,
카드를 받은 정 안수집사님의 아내 김 집사님으로부터 선물을 받았다.
마트를 경영하시는 성 권사님이 부서 국장급 직분자들을 위해,
식료품들을 선물로 주셨고 특히 교역자들에게는 쌀 한 포대씩 주셨다.
받은 선물들을 한 번에 집으로 다 들고 갈 수 없어서 나눠서 가져가려 했으나,
곁에 있던 서 장로님이 자신의 차로 집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하셔서,
어려움 없이 받은 모든 선물들을 집으로 가져왔다.
오후의 햇살이 창문을 통해 방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천 집사님을 통해 도 집사님의 어려운 상황을 듣게 되었다.
딸과 함께 남다른 패션 감각으로 옷 잘 입으시는 분이셔서,
듣다 보니 스스로 안일했다는 생각을 했다.
서 장로님 말로는 비슷하거나 더 어려운 가정들이 있다고 한다.
계속 듣다 보니 내 신경세포들이 예민하게 반응한다.
신은 내게 오래전부터 "자비"를 가르치셨다.
그것이 없었다면 정말 나 밖에 몰랐겠지.
천 집사님, 서 장로님과 함께 도 집사님을 도울 예정이다.
내가 정치인이 되든,
내가 학자가 되든,
내가 음악가가 되든,
내가 일용직 노동자가 되든,
내가 작가가 되든,
내가 한 여자의 남편이 되든,
내가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든,
내 가족과 친구들,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하루 식사를 편하게 할 수 있는 것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내 삶의 대의는 2003년 겨울,
서울역에서 노숙자들을 위해 식사를 마련했던 그 시절에 정해졌다.
내가 지금 여기에 있고 공부하고 있는 이유다.
다시 나타나지 않았으면 좋은 기억으로 남았을 텐데,
왜 갑자기 나타나 복수니 뭐니 떠들어 대는 것일까?
정말 가여운 사람이다.
10년 전에도 쓸데없는 말들로 나를 힘들게 하더니,
10년 후에도 쓸데없는 말들로 귀찮게 한다.
이제는 친구도 아니고 아는 사람도 아니게 되었다.
누군가 오랜만에 나타나면 반가워야 하는데,
왜 다들 망상에 빠져 미쳐있는 것이냐!?
오래전에 주연이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헤어졌는데 술 마시고 전화하거나 문자 하면 그냥 차단해요."
한국에 민주 정부가 들어서면 언론, 사법, 경제 권력들의 실상이 드러난다.
보수 정부가 들어서면 저 권력들은 이상하게 친 정권적 성향을 가진다.
그 꼴을 못 봐서 시민들이 촛불을 든다.
싫든 좋든 지금은 민주, 진보 세력을 지지할 수밖에 없다.
이명박, 박근혜 같은 대통령들을 또 만나고 싶지 않다.
성탄절에 지인들에게 가벼운 안부 인사를 전했다.
오랜만에 승태 형과 안부를 주고받았다.
성 권사님께 전화를 걸어 감사를 표했다.
이 목사님과 오랜만에 통화를 했다.
석 목사님과 오랜만에 통화를 했다.
불면증을 겪는 나에게,
수연이는 온라인 요가를 해보라고 권했다.
"무형적 사색"에서 오랜만에 소통이 있었다.
은퇴를 앞두신 김 목사님으로부터 메일로 답신이 왔다.
우편으로 카드를 받은 Donald가 내게 메일을 보냈다.
2017년에 석사 학위를 받고 4년 만에 한국을 방문했다.
2018년은 극심한 우울증과 무기력으로 죽은 듯 살았다.
2019년은 갑작스러운 이사와 삶의 변화로 혼란스러웠다.
2020년부터 박사 학위 논문을 열심히 쓰며 앞으로의 삶을 고민한다.
이곳에 참 오래 머물렀다.
이제 새로운 터전을 찾을 때가 다가왔다.
여전히 "너"를 찾고 기다린다.
차가운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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