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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달"의 의미는 없다 본문
지난 주 부활절 성회를 갔다 온 뒤로,
독일어를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는 동기부여가
내게 강하게 일어나 계속 유지되고 있다.
분명 이전과는 다른 동기부여라서 그런지,
나는 지금 그 동기부여로 인해 무척 뜨겁다.
화요일에 중간 시험 보았는데,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정말 정신 없이 시험에 임했다.
어쩌면 본능적으로 시험을 봤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상하게도 눈에 빨리 독일어가
들어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손은 문제를 풀고 있었고,
뭔가를 계속해서 쓰고 있었다.
요새 독일어를 공부하면,
이상하게도 밑 빠진 독에
물을 붓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공부를 해도 늘고 있다는 생각이 잘 안 든다.
한국에 있었다면 잠시 쉬었을텐데,
지금은 그럴 수 없다.
잠시라도 긴장을 풀게 되면,
다음 과정으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이
점점 줄어든다.
결국 나는 지금 이 상황에서
계속 물을 부어 밑이 빠진 독에
물이 계속 넘치게 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것 외에는 다른 해결책이 없다.
부활절 성회 이후로,
처음으로 가고 싶은 도시가 생겼고,
거기서 유학 생활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굉장히 조심스럽고,
고민을 하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새로운 기도의 동역자가 생겼고,
나에게 엄청난 관심과 애정을 품고 있으며,
내가 그 도시로 와주길
소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얼마나 은혜이고 감사한 일인가?
나는 신의 은혜와 감사를 느끼는 순간,
모든 일을 멈추고 기도할 수 밖에 없었다.
금요일 오후에 Donald, Goodwin씨의 집에서
그의 아내와 함께 저녁 식사를 먹었고,
거의 4시간 가량 대화를 나눴다.
그는 나와 같은 독일 교회를 다니고,
Frau Sarawara와 함께
교회 운영위원으로 헌신하고 있다.
그의 직업이 번역가인 것은 알고 있었는데,
대화 도중 보훔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했다는 사실에,
나는 무척 놀랐다.
사실 그를 만나기 전에 미리 메일을 보내서
지난 부활절 성회에서 느꼈던
교포 2세들을 위한 사역 비전을 말했고,
그가 기꺼이 돕겠다고 해서 만나게 된 자리였는데,
더 많은 도움을 구하게 생겼다.
게다가 그와 그녀의 아내가 베풀어 준
따뜻한 배려와 깊은 관심에,
나는 대화 도중 계속 감격하고
감동할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은 내게 한국에 대해서 많은 질문을 했다.
아마도 우리는 지속적으로 만날 것 같다.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이 분들은 한국 신학생들이라면 그나마(?)
한번쯤은 들어 봤을 독일 신학자들인,
Jürgen, Moltmann과 Pannenberg, Wolfhart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스마트폰으로
그들의 사진을 보여줬는데도,
처음 보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철학을 공부했고
번역가로서 또한 교회 운영위원으로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그가
그들을 모른다고 하니,
오히려 내가 약간 당황했다.
벌써 독일에 온 지 4달째에 접어들었고,
더이상 "달"의 의미는 없다.
이제는 "년"에 의미가 있다.
계절은 바뀌고 있고,
나 역시 뭔가 변화를 맞고 있다.
어렵게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은
너무나 단순하기 때문이다.
이름 모를 중보자들과,
가끔 나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무척이나 감사한다.
Rathaus앞에서 튤립을 구입했다.
그리고 생강을 사다가 설탕과 꿀에 절여서,
생강차를 마시고 있다.
차를 마시면서 꽃과 화초들을 볼 때면,
너무나 단순한 진리에서부터,
복잡하고 정리되지 않은
생각의 영역까지 오고 간다.
그 곳에는 신의 섭리가 있으며,
나의 고민들이 있고,
알 수 없는 은혜와 감사가 있다.
그리고 이 글을 보는 내가 잘 아는,
그리고 잘 모르는 "당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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