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世紀 Enlightener

갑오(甲午)년 새해 앞에 서다 본문

Section 日記/One Sweet Day

갑오(甲午)년 새해 앞에 서다

EAST-TIGER 2014. 1. 2. 23:01

2013년 1월 1일 오후 6시가 넘어서 나는 독일에 도착했다.

그리고 2014년 새해를 독일에서 맞이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창밖에 비가 오고 있고

회색 빛 가득한 작은 방에 나 혼자 있다. 

다행스럽게도 독일에서 1년을 넘겼다. 

무슨 일이든 시작이 어려운 것은 

불안하고 낯설기 때문에 그렇다.

불안과 낯설음은 평안과 익숙함을 찾지만, 

신의 보살핌과 떠나 올 때 결심한 의지들로 한 해를 보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새해는 의미가 있다. 


갑오(甲午)년 새해 앞에 서다. 

120년 전 우리나라에는 동학농민운동, 갑오경장(甲午更張)이 있었다. 

농민부터 지식인들까지 전부 뭐 좀 '해볼라고' 들고 일어났지만,

큰 소득없이 청일전쟁이 일어나고 이 전쟁의 승자에게 

나라가 먹힐 것이라는 자명한 사실에 절망하게 된다.

어디를 가나 나뒹구는 이름 모를 시체들.

차가운 철로 만들어 진 살상무기들.

몰락하는 나라를 구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했던 힘과 지혜.

그로 인한 분노와 체념. 

그때를 살았던 사람들의 마음 속에 

'희망'이라는 단어가 있었을까? 

오늘의 상황과 비슷한 면이 있어 물어본다.


2014년은 지나간, 그리고 지나갈 여러 해 중에 하나일 뿐이다. 

"살아있다"는 사실만으로 살아야 하고 살아가야 한다. 

주목 받지 않는 삶을 아쉬워 할 필요도 없다. 

그냥 걷고 뛰고 기어가면 

언젠가 그 '곳'에 도착할 것이라 믿는다.


떠나기 전 눈 오던 독일 대사관 길을 

어머니와 함께 내려오며 보았고

지금까지 늘 가슴 속에 새겨둔 그 말을 

다시 되새긴다.


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今日我行迹 

遂作後人程


작년과 같이 올해도 이국 땅에서 

새해 떡국을 먹게 되어 감사했다.

어디에 있든 먹이시고 입히시고 

쉬게 하시고 일하게 하시는 구나.

신의 축복과 은혜가 있기를..

'Section 日記 > One Sweet D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New Way & Old Way  (0) 2014.01.23
나만의 '신호'이자 '메시지'  (0) 2014.01.16
Merry Christmas-  (0) 2013.12.25
그 "문"에 집중한다.  (0) 2013.11.27
"편견 없는 장막"에서..  (0) 2013.11.2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