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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오(甲午)년 새해 앞에 서다 본문
2013년 1월 1일 오후 6시가 넘어서 나는 독일에 도착했다.
그리고 2014년 새해를 독일에서 맞이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창밖에 비가 오고 있고
회색 빛 가득한 작은 방에 나 혼자 있다.
다행스럽게도 독일에서 1년을 넘겼다.
무슨 일이든 시작이 어려운 것은
불안하고 낯설기 때문에 그렇다.
불안과 낯설음은 평안과 익숙함을 찾지만,
신의 보살핌과 떠나 올 때 결심한 의지들로 한 해를 보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새해는 의미가 있다.
갑오(甲午)년 새해 앞에 서다.
120년 전 우리나라에는 동학농민운동, 갑오경장(甲午更張)이 있었다.
농민부터 지식인들까지 전부 뭐 좀 '해볼라고' 들고 일어났지만,
큰 소득없이 청일전쟁이 일어나고 이 전쟁의 승자에게
나라가 먹힐 것이라는 자명한 사실에 절망하게 된다.
어디를 가나 나뒹구는 이름 모를 시체들.
차가운 철로 만들어 진 살상무기들.
몰락하는 나라를 구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했던 힘과 지혜.
그로 인한 분노와 체념.
그때를 살았던 사람들의 마음 속에
'희망'이라는 단어가 있었을까?
오늘의 상황과 비슷한 면이 있어 물어본다.
2014년은 지나간, 그리고 지나갈 여러 해 중에 하나일 뿐이다.
"살아있다"는 사실만으로 살아야 하고 살아가야 한다.
주목 받지 않는 삶을 아쉬워 할 필요도 없다.
그냥 걷고 뛰고 기어가면
언젠가 그 '곳'에 도착할 것이라 믿는다.
떠나기 전 눈 오던 독일 대사관 길을
어머니와 함께 내려오며 보았고
지금까지 늘 가슴 속에 새겨둔 그 말을
다시 되새긴다.
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今日我行迹
遂作後人程
작년과 같이 올해도 이국 땅에서
새해 떡국을 먹게 되어 감사했다.
어디에 있든 먹이시고 입히시고
쉬게 하시고 일하게 하시는 구나.
신의 축복과 은혜가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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