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世紀 Enlightener
자연이 내가 되었으면.. 본문
머리가 아픈 날들이었다.
편안함보다는 압박감이,
쉼보다는 긴장감이,
이해와 배려보다는 오해와 반박들이 삶에 가득했다.
나는 지금도 드러나지 않게 괴로워한다.
이럴 때 감정표출은 별로 도움이 안 된다.
여러 음악들을 들으며 스스로 해야 할 일들을 한다.
일시적인 피곤함일까?
어느 날 아침 눈을 뜨니 베개와 셔츠가 땀으로 완전히 젖어있었다.
또 어느 날 아침식사를 하다가 콧물인 줄 알고 손으로 훔쳤더니 피가 묻었다.
휴지로 대강 지혈을 했고 식사 후 화장실에서 얼굴을 씻었다.
또 어느 날 밤 힘겨운 대화와 논문을 쓰는 것에 지쳐 화장실에서 세수를 할 때,
코피가 쏟아졌고 나는 지혈을 하며 세면대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을 보았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있었고 어지러움증이 느껴져 노트북을 끄고 잠을 청했다.
유난히 방의 어둠이 짙게 느껴졌고,
나는 그대로 어디론가 사라져도 괜찮다고 느꼈다.
석사 논문을 쓸 때처럼 박사 논문을 쓸 때도 여러 가지 일들이 내게 생겼다.
6월이 되기 전에 이사를 해야 하지만 아직 이사할 집을 찾지 못했다.
벌써 여러 집들을 보러 다녔지만 마음에 드는 집은 없었고,
이번 주 내로 한번 더 집을 보고 고민한 후 어쨌든 결정할 생각이다.
나는 어느새 Freude 부부에게 스트레스가 된 것 같다.
이전부터 그들은 나를 위한 집을 알아봐 준다고 했지만,
나는 그들의 말에 큰 기대를 가질 수 없었다.
5월 초 어느 아침에 Herr Freude는 평소에 자주 언급했던 이웃집 지하방에
내가 머물 수 있게 되었다며 함께 방을 보러 가자고 불렀으나,
단 2달만 머물 수 있다는 말에 그 자리에서 거절했다.
Herr Freude는 화를 냈고 나 역시 그의 기분을 이해하기에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분명 그는 평소와 다르게 나를 대했고 압박했다.
"6월 1일이 되면 무조건 방을 비우셔야 합니다."
그가 나의 의사를 전하려고 이웃집으로 갔을 때,
나는 Frau Freude와 대화를 나눴다.
그녀는 나와 Herr Freude의 생각들을 각각 이해했고,
2달 동안만 머물 방에 이사를 하는 것이 별로 효율적이 않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질문은 현재의 상황을 간단히 정리했다.
"도대체 어디로 이사를 갈 생각이죠?"
나는 단지 6월 전까지 방을 찾겠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집으로 다시 돌아온 Herr Freude는 내게 말했다.
"마지막 새는 날아갔습니다."
나는 평소처럼 그들과 웃으며 인사하고 방으로 돌아왔다.
"이별"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새겨진 사람들의 말과 행동들은 티가 난다.
논문에 관한 생각들이 구체화되지 않아서 문장들은 더디가 쓰인다.
석사 논문을 쓸 때 경험했던 것처럼 책상 밖에서 고민할 때 여러 문장들이 머리에 떠오른다.
달리기를 하거나 집 밖에 있을 때 나의 생각들은 점점 구체화되고 문장들로 세분화된다.
생각들과 문장들은 주로 오전에 가장 신선하고 밤이 될수록 평범해지거나 졸렬하다.
밤에 몸과 마음에 피로감이 느껴지면 바로 잠을 청한다.
나는 오늘에서야 습작처럼 서론을 썼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또 어떻게 수정되거나 새로 쓰일지는 모른다.
다락방에 두었던 여러 박스들을 방으로 다 내렸다.
대부분 부모님이 보내주신 소포 박스였고 구입했던 전자기기 포장박스였다.
박스들을 방으로 옮길 때 귀에서 토이 6집에 있는 <뜨거운 안녕>이 들렸다.
땀이 날 정도로 약간의 노동이었고 다 옮기니 방에 가득했다.
박스들마다 기억들이 서려있었고 어떤 유물 같은 느낌도 들었다.
박스에 짐이 들어가는 순간부터 내 귀에서 더 크게 그 노래가 들리겠지..
세상의 모든 것들은 수명이 있다.
친구가 쓰다 준 iPhone 5도 서서히 그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오래전부터 간헐적으로 "커튼 현상"이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볼 수 있고,
용량이 부족하다고 파일 정리를 하면 그다음 날 다시 용량이 부족하다는 메시지가 뜬다.
몇 번의 자가 수리로 큰 문제없이 사용했지만 조금씩 그의 "나이 듦"을 느낀다.
이 스마트한 기계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이 드는 것은 어디로부터 나온 것일까?
세상의 모든 것들 각각에는 어떤 영혼이 있는 것은 아닐지..
방을 구하고 있다는 소식들이 밴드와 오케스트라 멤버들에게 전해졌다.
오케스트라에서는 Frank와 Rita 그리고 Brigitte가 도움을 주었고,
밴드에서는 Michael과 Thomas가 도움을 주었다.
여러 멤버들도 만나면 방을 구했는지 물어보고 있다.
문득 처음 Bochum에서 이곳에 왔던 때가 기억이 났다.
비가 오락가락했던 날에 한인 교회 집사님 두 분과 함께 이사를 했고,
이사를 마치고 식사를 한 후 집에 돌아와 짐을 정리하고 찍은 사진들.
어학과정과 석사과정 그리고 박사과정을 모두 다른 장소에서 하게 되는 것일까?
어디로 가든 어디에 있든 지금보다 더 좋은 기분과 풍경 속에서,
공부와 음악 그리고 사랑을 하고 싶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라쇼몽>이 생각나는 시대이다.
자극적인 말들은 더 자극적인 말들로 덧붙여지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구분 없이 모두가 "옳음"을 증명하려 한다.
법이 그 모든 것을 따지기에는 인간은 너무 복잡하고 영악하다.
증거는 다른 증거들로,
증언은 다른 증언들로,
"눈에 좋음"과 "듣기 좋음"이 "옳음"의 의미를 퇴색시킨다.
모두들 자기의 말을 들어주고 행동들을 이해받기 원한다.
다음 세대에 희망을 걸기에는 보이고 들려지는 것들이 너무 많다.
미치더라도 너무 미치지 않기를 스스로 다짐한다.
마음 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상대가 없다는 사실은,
외로움보다는 괴로움에 가깝다.
누군가에게 내가 한 말들과 행동들이
그로부터 언제나 평가받고 판단될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할 수 있지만,
나는 지금 어느 오디션 프로에서 나의 재능을 가늠하려는 것이 아니다.
나는 나의 삶을 사는 것이지 누구에게 보이고 평가받는 삶은 아니다.
사람과의 관계는 상처들 속에서 성장하고 이해와 사랑 속에서 단단해진다.
연꽃이 구정물에서 핀다고 구정물이 연꽃의 일부가 아닐 수 없다.
"나"는 "너"를 통해 나 자신을 확인하지만,
"너"를 통해 보게 되는 "나"가 진정한 "나"는 아니다.
거울이나 카메라 렌즈 속의 "나"를 완전한 "나"라고 할 수 없듯이.
나는 언제.. "말"과 "행동"에서 쉼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을 만날 것인가..?
나와 그는 서로에게 언제나 쉼이어야 한다.
심지어 그 다툼과 미움조차도..
"눈을 감고 온기를 느껴, 스며들기 좋은 오늘."
빅밴드 "No Surrender"는 "JazzFabrik"으로 바꿨고,
어제 연습 전에 처음으로 함께 단체 사진을 찍었다.
오케스트라 "Ventissimo"는 콘서트 이후 새로운 곡들을 연습하고 있다.
지휘자 Taulant가 선택한 곡들은 클래식이 아닌 재즈이다.
그는 George Gershwin Medley와 고전 재즈곡들이 부분적으로 모여진 곡을 선택했다.
밴드 "Jazz it up blue!"는 새로운 곡들을 연습하려 하지만 멤버들의 생각들에는 차이가 있다.
Rock 밴드를 하는 사람으로부터 함께 밴드 활동을 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이사와 개인적 부담으로 인하여 지금은 어느 밴드에도 집중할 수 없다.
내가 기억하는 어린이 날들은 대부분 어머니와 동생과 함께 했었다.
아버지는 근무로 인하여 함께 할 수 없었고 저녁때쯤에야 나타나셨다.
만화 캐릭터가 달린 전자 손목시계,
63 빌딩에서 가서 보았던 IMAX 영화와 전망대,
서울대공원에서 보았던 동물들과 식물들,
줄 서기도 나름 즐거웠던 놀이공원에서의 하루.
아버지와는 내가 더 이상 어린이가 아니게 되었을 때,
어린이 날을 함께 보낼 수 있었다.
어버이날에 부모님께 감사인사를 드렸고,
스승의 날인 오늘은 은사님들께 감사인사를 드렸다.
5월은 감사해야 할 것들도 많고 기억해야 할 것들도 많다.
1년에 한 번은 이런 한 달이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인간만이 계속 기억하고 감사하며 그것을 표현할 수 있다.
새들은 새벽 5시면 어딘가에 함께 모여 운다.
독일에 와서 이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밤새 다들 안녕했는지 오늘은 어떻게 살지 고민하는 그들.
나는 이불 밑에서 그 소리를 들으며 신비로움을 느낀다.
낮고 짙은 구름들과 그 옆으로 보이는 파란 하늘,
시원하게 부는 바람들이 나뭇가지들을 움직인다.
밤은 고요하고 별이 바람에 스친다.
내가 자연되고 자연이 내가 되었으면..
밤이 아닌 낮에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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