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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 간절한 소망의 힘 그 하나로 다 이룰 수 있어! 본문
심야로 0시 35분에 구로CGV 2관에서<업>을 보았다.
<국가대표>를 혼자 봐서 그런지 이번 영화는 정섭이형을 불러서 같이 봤다.
<업>은 DreamWorks의 애니메이션 영화들 때문에 한동안 패권을 내주던 디즈니사가,
우여곡절 끝에 픽사를 사고 다시 패권을 잡으려는 야심작이다.
<캐리비안 해적>시리즈로 엄청난 수입을 벌어들은 디즈니사가,
본래 주력이었던 애니메이션 영화에 더욱 투자의 박차를 가한 것은 개인적으로는 환영할 일이다.
이번 애니메이션에서 디즈니사는 세계 애니메이션 역사의 또 한번의 획을 그었다.
"떠나자! 모험의 세계로!"
어릴적 모험가 찰스 먼츠를 보면서 모험가를 꿈꾸었던 칼 프레드릭슨과 엘리는,
언젠가 남아메리카에 있는 거대한 폭포에 옆에 집을 짓고 살 것을 맹세한다.
어른이 되자 결혼하게 된 그들은 행복한 나날을 보내지만,
바쁜 일상생활에 어릴적 맹세는 잊혀진다.
게다가 엘리는 노환(老患)으로 칼보다 먼저 죽게 되고,
칼은 외로이 엘리와의 추억이 깃든 집에서 살아간다.
"이것도 경로봉사에 해당 되는 건가요?"
어느 날 불의의 사고와 어린이 야생탐험반 대원 러셀의 방문으로,
칼은 그동안 꿈꿔왔던 모험을 감행한다.
칼은 지붕 위에 엄청나게 많은 풍선을 매달아 집 전체를 하늘 위로 날아오르게 만들고,
엘리와 약속했던 남아메리카에 있는 거대한 폭포로 모험을 시작한다.
그러나 혼자만의 모험이 될 줄 알았던 칼은
러셀의 뜬금없는 등장에 난처해지고 여행 도중 폭풍우 마저 만난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남아메리카의 거대한 폭포 앞에서 도달한 칼.
엘리와의 약속을 지켰다고 생각한 칼었지만,
그의 앞에는 또 다른 모험이 펼쳐지고 있었다.
"너무 행복해요. 이젠 새로운 모험의 세계로! -엘리-"
영화를 보는 내내 '이게 애니메이션인가?' 할 정도로
실제 같은 질감과 퀄리티에 탄성을 질렀다.
지붕 위로 엄청나게 많은 풍선들이 펼쳐질 때는
나도 모르게 "으아~" 라고 말할 정도로 장관이었고,
탄탄한 시나리오와 멋진 배경음악은 뚜렷한 감동을 선사했다.
무엇보다 내가 어릴 적에 꿈꾸고 순수하게 맹세했던 일들이 떠올라,
잠시나마 회상에 잠겨 나름 행복했다.
어릴 때는 진짜 '오즈의 마법사' 나 '피터팬' 같은
동화 속 세상이 어딘가 있을 거라 믿었는데,
왜 지금은 그것이 유치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세상이라고 믿게 된 것일까?
영화를 보고 한동안 우울했다.
"가슴에 십자가 그어요."
지금은 가수활동을 하지 않지만 프로젝트 그룹 화이트의 'W.H.I.T.E' 라는 노래가 있다.
잊혀진 노래지만 지금 들어도 어색하지 않은 가사와 선율을 가지고 있는데
갑자기 그 노래 가사가 떠올랐다.
"알고 싶지 않은 건 모두 다 저 넓은 하늘 높이 마음엔 행복한 순간마이 가득
Oh! Ideal taste of enjoyment! 저 구름 위로 동화의 나라 닫힌 성문을 열면,
간절한 소망의 힘 그 하나로 다 이룰 수 있어."
지금은 내가 사는 세상에는 산타 클로스도 없고 피터팬과 오즈의 마법사는 없지만,
저 하늘 너머 어딘가에는 동화 속의 세상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디즈니사와 DreamWorks는 그런 세상이 있다고 믿기에,
계속해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서 잊어버린 우리들의 꿈을 되살려 줄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 정섭이형과 이런 저런 동심의 이야기를 나누었고,
인기척이 드문 새벽거리를 걸으며 모험의 세계로 떠나고 싶은 즐거운 상상도 해보았다.
아쉽게도 우리 집은 아파트라서 풍선을 달 수 없지만,
언젠가는 사랑하는 사람과 모험의 세계로 떠날 것이다.
주인공 칼처럼 오랜 세월이 흐른 뒤가 아니길 바랄 뿐..
픽사의 연출력과 애니메이션 작업은 가히 애니메이션계의 본좌라고 말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한 편의 실사 영화보다 이런 애니메이션이
뚜렷한 주제와 이야기가 있고, 좀 더 많은 감성을 남긴다.
우리말 더빙판과 3D판도 있다고 하는데 그냥 한글자막판을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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