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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오늘의 20대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본문
근래에 故 조영래 변호사 쓴<전태일 평전>을 읽었다.
예전부터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었고 역시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다.
책을 보고 난 후 이 책을 토대로 제작된 영화<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 보고 싶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재)전태일 재단(http://www.chuntaeil.org)에 접속했는데,
누구나 볼 수 있게 무료로 이 영화를 링크시켜 놓았다.
순간 하던 일과 하려던 일을 멈추고 기쁜 마음으로 영화를 보게 되었다.
이미 책을 읽어서 그런지 영화 내용과 배우들의 심정이 더 잘 느껴졌다.
책에 대한 서평을 하고 난 후 영화 리뷰를 하려고 했으나,
영화 리뷰를 먼저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리뷰와 후에 적을 서평을 통해,
우리 시대 20대에 대한 개인적인 소견을 말해보려 한다.
"공부를 참 하고 싶어 했어, 책읽기 좋아하고.
태일이가 잠시 고등공민학교를 잠시 댕겼었는데,
그때가 참 행복했던 때라고 했지."
때는 민청학련사건과 인혁당 사건으로 사회가 뒤숭숭한 1975년.
학생운동으로 수배 중인 영수는 전태일 평전을 집필 중에 있었다.
1948년에 대구에서 태어나 지독한 가난 속에 배움의 기회를 놓쳐버리고,
서울로 올라와 동대문 평화시장 피복공장에서 말단 시다부터 재단사가 될 때까지,
하루 14시간 이상의 노동과 휴일도 일정하지 않는 노동자의 삶을 살았던 전태일.
자신과 주변 직공들을 보면서 안타까워하던 차에 '근로기준법' 에 대해 알게 된다.
그리고 법을 준수하지 않는 평화시장 피복공장의 공장장들과
이런 실태를 묵인하는 정부를 향해 투쟁하기 시작한다.
"나는 바보입니다.
12살, 13살 난 어린 시다들이 먼지먹고 폐병들어
일전 한푼 못 받고 공장에서 쫓겨나갈때,
나는 가만히 있었습니다.
근로기준법을 보면,
우리도 당당히 인간적인 대접을 받고 살아야 한다고 쓰여져 있습니다.
우리 재단사들은 모두 다 바보입니다.
우린 그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우리도 언젠가 인간적인 대우를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칠수와 만수>,<그 섬에 가고 싶다>,<여섯개의 시선>의 박광수 감독.
그는 이 영화로 춘사대상영화제 최우수 작품상과 감독상,
청룡영화제에서는 감독상을 받았다.
1970년대의 암울했던 시대상과 전태일의 삶을 교차 편집하면서,
흑백과 칼라로 과거와 현실을 구분했고,
나중에는 흑백을 칼라로 전환하면서 강렬한 이미지를 주었다.
빠른 전개로 지루하지는 않았으나 책의 내용이 많이 요약된 것 같아 아쉽다.
최근에 신작 소식이 없는데 그의 근황이 궁금하다.
<너에게 나를 보낸다>,<꽃잎>,<초록물고기>등 한국 영화계의 거목 문성근.
수많은 영화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며 탁월한 연기를 보여준 그는,
이 영화에서 故 조영래 변호사인 김영수 역을 맡아 열연했다.
영화에서 고뇌하는 지식인의 모습이 가장 어울리는 문성근.
현실에서도 문성근은 고뇌하고 있는 듯 하다.
정치, 방송, 영화 등 종횡무진 활동하고 있는 그에게 작은 응원을 보낸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헐리우드 키드의 생애>,<짱>의 홍경인.
전태일 역을 맡은 홍경인은 개인적으로 배역과 가장 잘 어울린 배우였다.
마치 전태일이 살아 있었다면 영화에서의 홍경인처럼
말과 행동이 비슷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꾸준하면서도 성실한 배우인 홍경인을 드라마보다 스크린에서 자주 보고 싶다.
'최강 동안(童顔)' 이라는 말은 그에게 가장 잘 어울린다.
영화배우 독고영재, 명계남, 박철민이 짧게 출연하였다.
"자네들 다 애국심 갖고 있는 사람들 아니야?
허리띠 꽉 졸라매고 일할 때라고.
80년대가 되면 당신들 자가용 몰고 다 잘 살 수 있는 나라가 돼.
왜? 내 말 못 믿겠어? 자료 보여 줄까?
우리가 뭐 자네들이 무서워서 대화하자는 줄 알아?
아무리 그래도 눈썹 하나 까닥 안해.
국정감사도 끝났어!"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태어나자마자 가난이라는 현실을 무조건 받아들여야 했고,
12살 때부터 가난한 가정형편으로 인하여
국민학교를 중퇴하고 신문팔이와 잡화를 팔았던 소년 전태일.
뒤늦게 고등공민학교(정확한 학력은 국민학교 4학년 중퇴)에 입학했지만,
다시 가난 때문에 중퇴하여 17살에 동대문 평화시장 시다로 취직 청년 전태일.
그리고 평화시장을 비롯한 주변 피복공장에서 일하는 직공들의
부당한 노동현실을 알리고자 노동청 방문과 신문기자들을 만났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22살에 근로기준법을 품에 안고 분신자살한 열사 전태일.
영화를 보다가 나는 몇 번이나 울분을 참지 못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고 싶어서 사회에 외쳤는데,
돌아오는 것은 냉대와 압박, 거짓된 위로였다.
그래서 자신의 온 몸을 불태우며 죽음으로써 부당함을 알린 그의 모습에
나는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눈물을 흘렸다.
22살의 청년은 이 시대 억압 받는 사람들을 위해 싸웠고,
불꽃처럼 온 몸을 불태우며 그들을 위해 죽었다.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 말하면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1960~70년대의 박정희 독재정권은 경제성장을 위해 자본주의를 표방하며
대기업 우대와 불법적 노동착취를 인정하는 무리한 경제정책을 실행했다.
게다가 유신체제를 통해 독재정권을 유지하면서
대한민국을 야경국가로 만들어버렸다.
이러한 부조리한 현실 속에 당대의 지식인들은 고뇌했고,
대학가 주변은 연일 시위로 최루탄과 고함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억울하게 잡혀 고문을 당하거나 죽임을 당했다.
그 당시 20대는 두 부류가 있었다.
부조리한 현실을 인정하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는 부류와
부조리한 현실을 반대하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투쟁한 부류.
어느 부류를 탓할 수 없다.
다만 그들 스스로가 가장 좋은 선택을 했을 뿐이다.
하지만 후 부류는 전 부류와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싸웠다.
국민학교도 제대로 졸업하지 못한 사람은 분신자살을 했고,
대학교를 다니던 엘리트 학생들은 경찰과 깡패들 손에 구타를 당했다.
그리고 수많은 이름 모를 청년들이 사회 각지에서 부조리한 현실에 저항했다.
그들의 저항과 투쟁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고,
그 저항과 투쟁의 주축은 20대들이었다.
그렇다면 오늘의 20대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나는 20대의 가장 큰 강점은 무한한 가능성과 넘치는 에너지라고 생각한다.
작은 씨앗이 풍파를 이겨내고 세월이 지나면 나무가 될 수 있듯이
무엇이든 자신이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존재.
그리고 강한 체력과 정신으로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불의에 항거하며
세상 곳곳을 누비며 자유롭게 살아가려는 넘치는 에너지를 가진 존재.
하지만 지금의 20대는 너무나 나약하고 단순해졌다.
창의적인 발언과 행동보다는 대중 속에 묻혀져 익명을 가장하며 숨어있다.
몇몇 대학생들은 등록금 투쟁과 촛불시위에 뛰어들어
살아있는 학생정치문화를 형성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대학교 내에 학생정치문화는 죽어가고 있다.
그리고 다들 개인의 이익과 취업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
역시 우리 사회도 두 부류의 20대가 존재한다.
그러나 암울했던 시대와는 달리
오늘날 20대의 관심은 사회보다는 개인 이익이 더욱 우선이다.
마찬가지로 어느 부류를 탓할 수 없다.
그러나 나는 나를 비롯한 지금의 20대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어릴 때부터 세워둔 목표를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하는 열정.
사회 내 불의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교과서에는 없는 자신만의 방법과 길을 찾아 모험할 수 있는 자유스러움.
사회적 약자를 위해 봉사하며 개인보다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
도전하는 모든 일에 결과와 끝을 보기 전에는 결코 멈추지 않는 굳은 의지.
어떠한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이겨내는 해맑은 웃음.
나는 이런 20대를 보고 싶고 친구로 삼고 싶다.
나 역시 이런 20대가 되기 위해 노력했으며 좋은 추억으로 남았다.
그리고 20대 후반인 지금은,
다가오는 30대와 그 이후를 계획하며 새로운 일들을 해보려고 한다.
물론 만만치 않겠지만 20대에 했던 나의 도전들은 지금의 원동력이 되어
나를 자극하며 격려하고 있다.
20대에 할 수 있는 것들..
20대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것들..
이 글을 보는 당신이 20대라면,
마음과 생각에서 머무르는 것보다 '행동하는 양심' 이 필요하다.
자신의 온 몸을 불태우며
자유와 정의를 외칠 수 있는 나와 그대들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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