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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tion 日記/Hello- Yesterday

슬프지는 않다

EAST-TIGER 2018. 3. 5. 04:53

영국 서쪽에서 온 추위와 겨울 돌풍이 일주일 가까이 있었다. 

밴드 연습과 장 보는 것을 제외하면 

주로 집에 있었고 저녁부터 블라인드를 내려서 특별히 춥다고는 느끼지 못했다.

Herr Freude의 재치기 소리가 간간이 들렸고,

난로의 열기는 침대 머리맡에서 늘 느껴졌다. 

그 열기는 바깥 옷걸이 근처에도 전달되서, 

외출하려고 옷을 입을 때마다 온기가 남아 있다. 

주말이 되니 온도는 빠르게 올라 영상 8도에 이르렀다. 


플라톤의 <티마이오스>를 다 읽었다.

읽는 동안 고대 그리스인들의 세계와 영혼 그리고 몸에 대한 해석들이 인상적이었다. 

주로 중간 부분까지가 중요한 내용이었고 뒷 부분은 남길 말이 별로 없었다. 

무한한 것과 유한한 것이 어떻게 구분되고,

수와 기하학에 의한 질서가 만물의 이치이다. 

지금이야 더 많은 정보들과 증명들이 이 책의 내용을 우습게 여길 수 있지만, 

그 정보들과 증명들도 "티마이오스"는 충분히 자기식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이후는 <파르메니데스>를 읽을 예정이다. 


금방 3월이 되었다. 

해는 점점 길어져 오후 6시가 되어야 노을이 진다. 

몸과 마음도 이전보다는 부지런하고 나의 눈은 많은 시간 무엇을 보고 있다. 

가끔 나는 나의 눈에 미안함을 느낀다. 

나는 봄으로써 가장 많이 이해하고 습득하기에, 

눈은 잠자는 시간 외에는 무조건 일한다. 

이것은 눈에게 엄청난 노동이다. 

그 다음으로 나는 무엇인가를 듣는다. 

들음으로써 나는 마음과 성격을 이해한다. 

듣는 것은 무엇보다 감성적이고 즐겁다.


애니메이션 <은하영웅전설>을 지금이라도 볼 수 있는 것이 다행스럽다. 

1988년부터 제작되어 1999년 말에 제작이 끝났고, 

OVA와 극장판까지 400명이 넘는 성우들이 등장한다. 

1기는 라인하르트의 분신이자 친구인 키르히아이스의 죽음으로 끝나고, 

2기를 보고 있는 지금은 자유행성동맹의 몰락과 은하제국의 새로운 분기가 한창이다. 

특히 자유행성동맹은 민주주의 국가이지만, 

부패한 정치인들과 정치 군인들이 협력하여 시민들의 저항을 철저히 봉쇄한다. 

게다가 극우집단까지 등장하여 정치인의 사주를 받아 사찰과 폭행을 자행한다. 

정치사 어딘가에서 많이 본 듯한 그리고 실제로 본 사례들이 등장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논평들을 등장 인물들이 하기에 꽤 유익하다. 

"어설픈 민주주의는 국가주의의 한 종류가 될 수 있다." 

이것이 지금까지 보면서 느낀 생각이다.    


여러 뮤지션들의 연주 스타일을 카피하다보니, 

각 뮤지션의 특징들이 잘 느껴진다. 

Dexter Gordon은 원곡 테마에 충실하되 가끔 원곡의 키를 바꾸어서 연주한다.  

그의 솔로는 정석적이고 음들이 뚜렷하게 들리는 편이다. 

그리고 모든 파트의 솔로 연주가 끝나고 다시 테마로 돌아올 때,

추가 솔로 연주 없이 바로 테마를 연주하고 곡을 끝낸다.

이와 반대되는 뮤지션은 Sonny Stitt이다. 

Lester Young은 부드러운 연주를 하면서 음들을 많이 쓰기보다는, 

이미 사용한 음들으 약간 변형해서 반복적으로 쓴다.

그러나 음들이 흐릿하고 연주가 화려하진 않다.

여기서 연주가 화려해지면 Joshua Redman이 된다.  

근래에 내가 관심있게 듣고 카피하는 뮤지션은 Ralph Moore이다. 

뚜렷한 음들과 스윙감이 확실히 느껴지는 연주는, 

기계적인 느낌들도 들지만 청량한 느낌도 든다. 

그래서 멜로디 라인이 깔끔하고 몇몇 부분들은 재미있다.

전체적으로 그의 연주는 John Coltrane의 난해함이 어느 정도 순화된 듯 하다. 

이런 공부는 늘 즐겁다. 


정월 대보름이던 저녁에 장을 보러 가면서 하늘을 보니, 

커다란 달이 짙은 파란 하늘에 낮게 떠있었다. 

손에 카메라가 없었던 것이 아쉬웠다. 

오랜만에 본 커다란 달이었다. 

그 달은 높이 올라 차가운 빛을 비추었다. 

그리고 그 밤은 창백하게 추웠다   


쓰고 싶은 글들은 많으나 생각의 발전이 더디다. 

그래서 책이나 영화를 보고 생각을 더 깊이있게 하려는 것 같다. 

근래에는 내가 고민하는 "관념론"의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어야, 

스스로의 생각도 더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라틴어 공부도 다시 하고 있다.   

    

나도 모르게 순간의 장면마다 기억 나는 이름들을 부른다. 

그리고 그 순간의 장면들 속에 나를 기억한다.

이제는 나 혼자만 기억하는 것일 수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모질게 과거의 일들을 잊으려고 노력하지만,      

나는 기억들을 억지로 지우지 않고 그들의 "수명"에 맡긴다. 

수명이 다한 기억들은 완전히 또는 부분적으로 사라진다. 

그래서 인간은 유한하고 가련한 존재이다.

슬프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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