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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은 삶을 사는 이유

EAST-TIGER 2020. 8. 13. 11:12

한국은 긴 장마로 비 피해를 겪는다고 한다. 

독일은 일주일 정도 35도가 넘는 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어제 저녁에 잠시 소낙비가 내렸지만 이내 그쳤고, 

짙은 노란색 달이 떠올라 밤하늘에 천천히 반원을 그렸다. 

어제 새벽에 보았던 달과 다른 궤적이었다. 

잠이 오지 않았던 늦은 새벽에 본 달과 달빛. 

나는 그 달을 피하고 싶어서 창문에서 몸을 돌렸지만 그 빛은 피할 수 없었다.   

언제 달빛에 내 몸을 드러냈는지 궁금해졌다. 

그럴 때마다 이상하게 부끄러운 감정이 찾아온다. 

달이 창문 틀을 넘어섰을 때 잠이 몰려왔다. 

늘 그랬듯이 새벽 4시쯤이었다.

 

논문을 쓰면서 지나간 라디오 프로그램들을 듣는다. 

나는 마지막 "국민학교" 세대로서 친구들과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을 들었고, 

신해철, 유희열, 이소라의 <음악도시>, 정은임의 <FM 영화음악>, 박소연의 <FM 데이트>,

유희열의 <All that Music>, <라디오 천국>을 차근차근 들었다.

그 영향으로 개인 인터넷 라디오 방송을 했었고 지금도 운영하고 있는 음악방에서 아주 가끔 한다. 

학창 시절의 기분으로 논문을 쓰고 있다. 

분명 석사 때와 다른 분위기이다. 

 

어릴 때는 그냥 들었던 음악들과 라디오 DJ들과 Guest들의 말들이, 

시간이 갈수록 의미를 찾고 깊게 다가온다. 

예전보다 음악을 더 할 수 없게 된 지금 상황에서, 

여러 뮤지션들의 음악들을 들으며 다시 음악을 하게 될 때를 계획한다. 

누구나 음악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어버린 지금, 

언제라도 개인 이름으로 된 앨범을 내겠다는 것은 꿈이 아닐 것 같은 계획이다.  

The Alan Parsons Project, Quincy Jones, Toy, Mondo Grosso는 좋은 롤모델들이다. 

계획은 실현될 때 가치가 있다. 

 

중고등부 현장 예배는 매주 적절한 참석 인원들과 함께 드려지고 있다. 

지난주에 있었던 교역자 회의와 이번 주에 있었던 당회의 결정으로,

다음 주일부터는 초등부도 현장 예배를 준비하게 될 것 같다.

필요에 따라 마스크를 쓰는 것이 허례와 같은 예절이 되었지만,  

조금이라도 안전하게 지켜준다면 지금은 뭐든 가능할 것이다. 

어쨌든 하루하루 끊임없이 확진자들이 나타나는 시대에, 

나와 내가 있는 곳은 고립된 섬처럼 안전하다. 

 

효성이가 확실히 결혼을 하는 것 같다. 

오랜만에 연락을 하더니 모바일 청첩장까지 보내왔으니.. 진짜다! 

아마 군목 이후로 오랜 숙원이 성취되는 순간일 것이다. 

효성이를 위해 기도한다. 

 

춘화 누나도 결혼 소식을 내게 전했다. 

같은 동네에 살아서 한국을 방문했을 때 주말 밤마다 만나서 차를 마셨었다. 

혼자 살 것 같았던 누나였는데.. 놀라운 일은 아니다. 

유학하는 동안 누나에게 여러 가지로 도움들을 받았다. 

효성이와 마찬가지로 누나의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한낮의 열기를 조용히 품었다가 밤에 뿜어내는 듯한 방.

자기 전에는 창문을 열어 새벽 공기를 받아들인다. 

덕분에 밤하늘을 보며 잠들고 아침 햇살에 눈을 뜬다. 

불쾌한 불면증을 겪고 있다.  

잠이 오지 않는 새벽은 고통스럽다. 

오지 않는 잠을 기다리고 싶지 않으니,

스스로 잠들지 않는 날들이 계속될 것이다. 

 

바야흐로 결혼과 연애의 계절인가 보다. 

나이에 상관없이 내 주변에서 결혼과 연애 소식들이 들려온다. 

연애를 하지 않으니 결혼에 대한 관심이 멀어진 날들이지만, 

남들의 결혼과 연애, 이별들을 들으며 그때그때 드는 생각들로 시간을 보낸다. 

나이가 들수록 "눈"이 높아지는 것은 분명하다. 

어느 한쪽이 독점적으로 한쪽을 선택하여 결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의 "눈"에 들어야 한다. 

나는 그 "눈"에 대해 이렇게 해석한다. 

"내가 아니면 누구도 사랑해 줄 수 없는 사람"

그런 사람과 만나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해야 한다.

서로 함께 있는 것에 만족하고 행복할 수 있다면, 

그 외 조건들은 "옵션"에 불과하다.

 

대화의 부재 속에 살고 있다. 

특별히 마음을 터놓고 대화할 사람이 없다. 

감정을 숨기고 적당히 둘러대는 것이 대화의 기술이 되어버렸다. 

이 Blog에 쓰는 글들이 내 감정이자 진심이다. 

나를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정확히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지금의 나를 이야기한다. 

 

최근에 <꽃보다 청춘>의 페루 편을 보았다. 

설정된 상황이겠지만 윤상, 유희열, 이적이 계획 없이 함께 떠나는 페루 여행. 

나영석 PD의 연출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저 세 사람의 여정이 재밌고 인상적이었다.

나는 이번 생에 페루의 마추픽추 아니면 페루 땅을 한 번이라도 밟고 죽을 수 있을까?

지금 또는 언제라도 나와 함께 계획 없이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친구들이 있을까?

주말에 푹 쉬는 것이 꿈이 되어버린 이상한 시대에서,

나는 여전히 남들이 보기에 막연해진 꿈을 여전히 꾼다.  

 

공부, 음악, 사랑. 

나를 대표하는 단어들이다. 

살아있는 한 어느 것도 포기할 수 없는 단어들이다. 

쉽지 않은 삶을 사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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