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世紀 Enlightener
성장을 늦추지 않는다 본문
어느 때보다 여유로웠던 주일 저녁.
두 남자는 영등포에서 만났다.
말없이 눈을 마주치지 않고 걸었다.
내가 앞섰고 주로 그는 내 뒤를 따라왔다.
외모적으로 변한 것은 오히려 나다.
그는 변한 것이 없었다.
담배 연기만 제외하면 내가 아는 영등포 비밀 카페에 갔다.
내가 먼저 떨리는 목소리로 탄식같은 말을 내뱉었다.
내 말이 끝나자 그도 내뱉었다.
대화량만 보면 당연히 내가 많았다.
눈 앞에 내 커피잔에는 적혀있는 'Chocolat' 글자를 만지작 거렸다.
2시간 정도 대화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각자의 길로 헤어졌다.
"아직도 술 하냐?"
"가끔 술이 도움이 되기도 하지."
집에 돌아오는 버스길은 너무 피곤했다.
책을 읽다가 졸려서 DMB를 보았는데 켜놓은 상태에서 졸았다.
나에게로 다가오는 승객들에게 무방비 상태로 그 모습을 노출했다.
전혀 부끄럽지 않았고 상관 없었다.
간신히 집 앞에 내렸다.
난 잠시 자아도취에 빠졌다.
나 스스로 나처럼 멋진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다.
무슨 생각으로, 무슨 마음으로, 무슨 의지로..
나는 내 삶에서 지켜오던 '불변의 법칙' 하나를 어겨야 했고,
앞으로는 '불변의 법칙'이 아닌,
단지 '특별한 일상'이 될 수도 있다는 위험한 시도를 한 것일까?
어쩔 수 없다.
이건 내가 한 것이 아닌 신이 한 것이다.
신은 내가 성장할 때를 분명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성장을 늦추지 않는다.
때로는 아프게,
때로는 당황스럽게,
때로는 기쁘게,
때로는 뜻밖에,
신은 그렇게 나를 성장시켰고,
나의 숙제들을 단번에 해결했다.
신은 위대하다.
자아도취에 나르시즘 환자처럼 혼자 떠들다가,
진정을 위해 목욕을 하고 나서 내 방에 앉아,
<나는 가수다>를 보았다.
최고의 뮤지션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가사, 표정, 몸짓 하나까지 집중해서 보았다.
드디어 진정이 된다.
"쉬운 길은 없어서 돌고 돌아가는 길
그 추억 다 피해 이제 도착한 듯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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