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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거래] 인간과 사회는 항상 불안하다 본문
계속되는 밤샘작업과 무리한 일정으로 힘들었던 날들 때문에,
온몸에 힘이 빠져 침대 밖으로 나오고 싶지 않았던 지난 금요일.
마침 아무런 약속과 일정도 없어서 푹 쉬고 싶었다.
그러다가 걸려온 전화에 어쩔 수 없이 일어나야 했다.
근래에 누구랑 같이 볼 시간과 사람이 없어서
혼자 조조나 심야로 영화를 봤었는데,
오랜만에 같이 볼 시간과 사람이 생겼다.
영등포CGV 1관 오후 5시 10분에 류승완 감독의 신작<부당거래>를 보았다.
1관은 THX관으로 강력한 사운드와 넓은 스크린이 압권이다.
오후시간인데도 관객들은 꽤 많았고,
나는 팝콘과 나초를 먹으며 점심을 대신했다.
"호의가 계속 되면 그게 권리인 줄 알아요."
광역수사대 에이스 최철기 반장은 경찰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뛰어난 능력과 높은 범인 검거율에도 진급에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
그러던 중 상부의 은밀한 지시로 승진을 보장하는 사건을 맡게 된다.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조사가 시작되었지만,
사건의 속전속결을 원하는 상부는 최철기에게 은근히 압박을 가하고,
의도를 알아차린 최철기는 부정한 방법을 사용한다.
다행히 성공하여 사건이 일찍 종결될 것 같았지만,
예상치도 못했던 검찰과 기업, 조직폭력세력이 개입하게 되자,
시간이 갈수록 사건 속의 사건들이 벌어져 복잡한 상황이 만들어진다.
결국 서로가 살아남기 위해,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으로 진흙탕 싸움을 하게 된다.
"니네같이 법 안 지키고 사는 놈들이 더 잘 먹고 잘 살아."
"아 당연하죠. 우리는 목숨 걸고 하는데.."
<아라한 장풍대작전>,<주먹이 운다>,<짝패>등등..
우리나라 액션영화의 젊은 거장 류승완 감독.
나는 류승완 감독의 영화를 볼 때마다 화려하고 리얼한 액션에 눈이 즐겁다.
그의 절친한 친구인 정두홍 무술감독이 늘 함께하기에 더욱 그렇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일반적으로 액션영화들이 그렇지만,
스토리가 단순하고 관객들에게 전달하려는 내용도 인상적이지 못하다는 점이다.
류승완 감독도 이런 점에서 예외가 아니었으나,
이번 영화에서는 확실히 달라진 면을 보였다.
스토리도 괜찮았고 전달하려는 내용도 인상적이었다.
자기 계발과 고뇌한 흔적도 느껴질 정도였으니.. 그의 노력이 정말 대단하다.
영화를 보고 난 후 그의 차기작이 기대되었다.
형이 감독한 대부분 영화들에 출연한 의리의 동생 류승범.
다른 영화들에 출연하는 그를 보았지만,
류승완 감독의 영화에서 그의 캐릭터와 연기가 가장 돋보인다.
이제는 약간 식상한 캐릭터와 연기지만,
극 분위기를 잘 이해하여 자연스러움을 연출하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언젠가 국내외 메이저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다양한 영화에서 늘 새로운 색깔을 보여주는 황정민.
이번 영화는 그의 전작<사생결단>과 비슷한 형사 역이었지만,
그때 맡았던 배역과 달리 어둡고 과묵한 형사역이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임권택 감독의<취화선>의 장승업처럼
불멸의 예술인 역을 맡아 연기하면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생결단>에서 첫 호흡을 맞췃던 류승범과는 앞으로도 멋진 콤비가 될 것 같다.
김혜수의 남자 유해진은 그가 가장 잘 하는 배역을 능숙하게 소화했다.
류승범과 같이 캐릭터와 연기가 식상해질 때도 되었지만,
유해진의 강점은 누구도 따라 올 수 없는 조연급 연기의 질이다.
어떤 조연을 맡아도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니 그의 출연작은 항상 많을 수밖에..
천호진은 거의 특별출연 같은 느낌이 들었고,
'왕재' 안길강은 대사 한마디 없이 눈빛연기로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
<똥파리>의 정만식은 살신성인으로 열연했다.
어색했지만 이준익 감독이 특별출연했다.
"잘하고 있다고 믿는 것이 중요하지!"
영화는 사회 크게 세 가지 계층을 설정한다.
기득권자로 대변되는 검사.
돈과 빽은 없지만 능력 있는 형사.
목숨걸고 불법과 폭력을 행사하는 조직폭력배.
저마다 그들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문제를 풀어나간다.
그러다가 결국은 돈 많고 힘 쎈 사람이 승리한다.
돈 없고 힘 없는 사람은 가장 비참한 최후를 당하고,
가깝게 여기던 친구와 부하들에게 당하는 배신은 뼈아프다.
믿을 사람이 별로 없고 마음을 줄 수 있는 사람도 별로 없다.
그래서 공통적인 것은 항상 불안하다.
내 뜻대로 되는 것이 없고 언제 어떻게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말이다.
문제는 그 불안감 때문에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파괴한다는 것이다.
인간과 사회는 항상 불안하다.
불안은 범죄와 불법을 낳는다.
"정말 열심히들 산다."
사람들은 정말 열심히 산다.
자신들이 원하는 목표와 꿈을 위해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열심히 산다.
하지만 모두가 원하는 목표와 꿈을 이루는 것이 아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듯이 확실히 이룰 때까지는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사람들은 더욱 악랄하게 자신들의 목표와 꿈을 이루려고 한다.
불법과 폭력 심지어 친구와 동료, 가족까지 필요에 따라 희생시킨다.
정의롭지 못한 사회에서 정의롭지 못한 일이 벌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더구나 정의를 지켜줘야 할 사람들이 불법과 폭력을 사용한다면,
신호등 없는 도로처럼 무법천지가 될 것은 분명한 일이다.
어찌하다 이런 사회가 되었는지를 탓할 수 없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우린 모두 공범이고 일정한 책임을 나눠 가지고 있다.
문제를 여러 가지 방식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은 있어도,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답을 찾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자기 찾은 답을 앞세우며 상호 비판하는 것은
서로가 찾은 답에 공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화와 타협은 이때를 위해 필요한 도구이지만,
그 도구를 사용하기 이전에
비리로 얼룩진 불법과 유혈낭자한 폭력이 먼저 벌어진다.
그리고 모든 것이 끝이 나서야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을 한탄하며 후회한다.
아니면 비열한 웃음을 짓던가.
어디서부터 문제인지, 무엇이 답인지는 물어볼 것도 없다.
바로 우리 자신이다.
정의가 무엇인지 알고 불의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면
이미 끝난 이야기 아닌가?
더 좋은 대한민국을, 세상을 다음 후손들에게 물려주고 싶다면,
불법과 폭력의 주,조연이 되지 말고 정의와 평화의 편에 서라.
당신이 돈이 없고 힘도 없다면
믿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실천과 의지 뿐이다.
아니면 당신이 믿는 신과 신념이
최악의 순간에 행운처럼 다가오기를 바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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