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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tion 日記/One Sweet Day

모두가 하나이고 여럿이다

EAST-TIGER 2019. 4. 11. 09:06

 

언제 매화꽃이 피었다가 얕은 바람에도 흩날리는지.

떨어지는 꽃잎들은 땅에 닿는 순간부터 더 이상 꽃이 아니다. 

꽃잎들이 나무에서 다 떨어지면 다음 해 다시 필 때까지,

이름 없이 나무는 또 한 해를 보낸다. 

 

봄은 사람들에게 꽃들과 나무들의 이름들을 부르게 한다. 

그 이름들조차 모르고 지냈던 날들 속에서, 

꽃이 꽃인지도 몰랐고, 

나무도 이름 없는 나무였다. 

또 그런 날들이 올 것이다. 

 

모르고 있었으면 근심도 없었겠지만, 

알고 있으니 근심과 더불어 고통도 찾아온다. 

기쁨과 즐거움은 모르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찾아온다. 

그 기쁨과 즐거움은 알게 된 순간부터 서서히 사라진다. 

알게 되었으니 근심과 고통은 언젠가 또 찾아온다.   

 

"무엇이 있다"라고 확신하거나 믿는 순간부터,

그 크기에 상관없이 기대하고 관심을 갖게 된다.

"무엇이 없다"면 무엇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한다. 

 

외우고 기억했던 것들이 더 이상 생각나지 않을 때, 

나는 어떠한 말도 없이 잊힌 그것들을 추억한다. 

글자들과 숫자들이 사라지면 남는 것은 얼굴과 풍경들 뿐. 

깊은 곳에 각인된 그것들은 죽는 날까지 남아있을 것이다. 

 

길은 걸어가야 길이 된다. 

걸어가지 않으면 길도 없다. 

내가 걸어보지 못한 길은 아직 길이 아니다. 

지금 걷고 있는 길이 나의 길이다.  

삶도 살아갈 때 삶이 된다. 

 

꽃과 잎들이 떨어지면,

그들은 또 어딘가에서 꽃과 잎이 되겠지. 

생명의 순환은 그런 것.

자연에서는 모두가 하나이고 여럿이다.  

 

누군가 나를 "남자"로 보지 않고, 

누군가 나를 "인간"으로 보지 않고, 

누군가 나를 "나"로 보지 않는다면, 

누군가는 나와 서로 구별 없이 같은 존재이다.

존재는 하나로서 동일하다. 

모든 고민과 충동은 구별함에서 시작된다. 

 

있는 듯 없는 듯,

나는 숨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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