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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발제, 후회, 그리움.. 본문
약 일주일 가까이 준비했던 설교학 논문 발제를 끝냈다.
조별발제였지만, 같은 조원들은 내게 자료를 제공했고(아쉽게도 출처가 없어서 잘 인용하지도 못했다),
나는 주어진 자료와 개인적인 자료를 이용하여 A4 10장이 넘는 글을 써야 했다.
자료를 읽고 해석하여 나만의 언어로 글을 쓴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만약 그게 쉬웠다면 사람들은 저마다 글 쓰기에 주저함이 없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말과 생각을 쉽게하지만, 글로 표현하는 것을 무엇보다 어려워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고, 내 머리카락을 쥐어뜯어 버리고 싶은 충동도 들었다.
그러나 이게 앞으로 내 삶일지도 모르고,
고통 속에서 기쁨은 찾아온다.
논문을 위해 4일정도 무리하게 밤을 새었고,
나의 취침시간은 늘 여명이 차오르는 빈약한 아침이었다.
발제 당일인 오늘도 오전 7시에 잠들었다가 오전 11시 30분쯤 일어났고 정오쯤 집을 나섰다.
오후 1시에 수업이고 발제는 1시 20분쯤부터 시작되었다.
나는 내가 쓴 글을 그대로 읽었다.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평소에는 나는 발제물을 그대로 읽지 않는다.
될 수 있으면 지루하지 않게 요약하거나 핵심적인 부분만 설명하지만,
오늘은 내가 쓴 글을 그대로 읽었다.
할 말은 논문에 다 적었기에 그것이 최선이었고,
요약으로 원문을 줄이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내게 있어서 논문 발제는 지(知)적 전쟁이다.
발제자가 죽든, 청중이 죽든 양 자 간에 보이지 않는 치열한 전쟁이다.
나는 내 논리로 청중들을 설득해야하고 청중들은 내 논리의 오류를 찾거나 그것에 관한 질문을 한다.
어떻게 보면 나는 이런 분위기와 상황을 즐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글을 쓰는 것은 고통이지만, 글을 쓰고 그것에 대한 반응과 서로 간의 토론은 치열하지만 즐겁다.
약 40분이 지나서야 내 발제는 끝났다.
2010년 1학기 첫 발제였고, 첫 소논문이었다.
질의응답 시간에 다른 조원들을 살피지 않고, 나 혼자 답변을 했던 것이 지금의 후회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다.
조원들은 어디까지나 내게 자료만을 제공했고,
발제 당일날 완성된 논문이라 면밀히 읽어보지 못했다.
어떻게 보면, 조원들은 내게 모든 것을 위임하고 얼른 이 사태가 자신들의 생각 너머에 있기를 원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것에 동의했으니 그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했다.(비록 혼자라도)
다행히 교수님의 호평과 청중들의 동의로 논문 발제는 마무리 됐다.
같은 조원이었던 정원, 진아 누나와 그외 조원들, 몇몇 아는 분들의 위로와 격려에 고마움을 느꼈다.
조원들은 다음 화요일에 점심을 약속했다.
발제 후 논문을 남 교수님께 논문에 대한 소개를 덧붙여서 메일로 보냈다. (그냥 그러고 싶었다)
뒤이어 진행된 신학영어 수업에는 내게 있어서 아쉬운 일들이 벌어졌다.
그리고 나는 목요일 아침마다 대학원 목요 예배를 도왔던 일을 그만두었다.
가끔은 처음부터 아예 하지 말았어야 할 일을, 뒤늦게 후회하며 그만두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무척이나 망설였던 결단이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는 이게 최선일지도 모른다.(어디까지나 내 생각이다)
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모든 것이 내 잘못이고 난 그 책임을 진 것이다.
다만 다른 사람들이 나로 인해 피해받지 않는 것을 바랄 뿐이다.
신학영어 수업을 마치고 지운이와 저녁식사를 가던 중 목덜미에 차가운 물방울이 떨어져 놀랐다.
마침 도서관 앞을 지나고 있었는데, 누군가 내게 침을 뱉은 줄 알았다.
지운이 말로는 눈이 왔다고 했는데, 나는 내 목덜미에 떨어진 물방울이 눈이길 바랬다.
대학원 교정에 벚꽃과 진달래, 철쭉이 피었다.
지난 주에 이발을 했는데, 이번주 들어서 내 머리스타일이 마음에 든다.(이건 극히 드문 일이다)
거울을 자주 보는 것은 아니지만, 볼 때마다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아쉽다.
이럴 때는 누군가를 만나야 하는데 만성적인 피로감과 게으름으로 만날 수가 없다.
절대로 그들에 대한 애정이나 우정이 식은 것도 아닌데, 만날 수가 없다.
부디 그들이 오해하지 말길 바란다.
나는 정말 그대들이 보고 싶다.
나의 떨린 마음과 병든 영혼을 마음껏 안아주고 웃어줄 그대들..
도대체 난<체 게바라 평전>의 비평은 언제 쓸까...?
이와중에 1Q84 1권을 거의 다 읽어가고 있다.
밤 바람은 너무 추웠고,
오직 그리운 마음만이 나를 따뜻하게 했다.
신혼여행 중인 진복이와 소라가 부럽다.
나는 정말 정신적, 육체적 안정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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