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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같다

EAST-TIGER 2019. 9. 4. 09:26

아침에 일어나기가 싫은 날들이다. 

하루의 시작은 점점 뒤로 밀려나더니 정오 전후로 일어난다. 

분명 잠에서 깨는 시간은 오전 8시 전후지만, 

어제 늦게 잠에 들었다는 이유라든가,

몸과 머리가 무겁게 느껴진다는 이유로 침대 밖을 나서지 못한다. 

한국에서 석사를 하던 시절에 자주 자기 전에 그렇게 기도했다. 

"아침에 눈이 안 떠졌으면 좋겠습니다." 

어김없이 눈은 떠졌고 그 하루를 감사하게 살았지만, 

자기 전에는 어김없이 그렇게 기도했다.  

지금은 그렇게 기도하지 않지만, 

삶의 태도가 그러하다. 

가끔 나의 안부를 묻는 사람들에게 대부분 그렇게 말해둔다. 

"나는 괜찮아." 또는 "평소대로 지내." 

어떻게 말해도 "I'm fine, thank you."와 같은 의미로 그들의 귀에 들릴 것이다. 

그중에 몇몇만이 거기에 숨겨 있는 평범하지 않음을 느끼고 더 말을 건다. 

그래 봤자 그들이 그 평범치 않음을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은 별로 없다. 

지금은 나를 위한 그들의 기도와 염려들만으로도 감사하다.  

 

게으름이 두려움으로 변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해야 할 일들이 있는데 자꾸 미루게 되면, 

그 일들을 다시 할 때는 축적된 두려움들을 먼저 상대해야 한다. 

아무렇지 않게 시작하기에는 지루함과 귀찮음이,

진지하게 집중하기에는 하루의 시간이 충분치 않다는 나약함과 불쾌감이, 

점점 두려움으로 변하여 원래 해야 할 것들에 대한 익숙함과 친근감을 지운다. 

나는 몇 번 스스로와 정체불명의 것들에 분노했고, 

보기 좋게 당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들에 이를 갈았다. 

달라지는 것은 별로 없지만 나는 지금의 "나"를 의식하고 있다.

결국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이런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스스로 "너"를 버리고 "나"가 될 수 있는 사람이다. 

부모님도 할 수 없는 그런 희생을 나를 위해서?  

당연히 지금은 없다. 

 

8월 7일에 체류 연장 신청을 했고,

2년 전과 같은 담당자가 처리하여 같은 분위기로 승인되었다. 

이미 다른 도시로 이사를 갔기 때문에,

아마 이곳에서 또 체류 연장 신청을 하지 않겠지. 

독일에서 6년 반 넘게 사는 것도 새삼 신비롭다.  

외국인청은 절차의 형식이 자주 바뀌지만, 

체류하고 싶은 외국인에게 요구하는 것들은 비슷하다. 

적당한 기온에 맑은 여름날이라서 기분이 좋았다.

학교 도서관에 들러서 책들을 빌렸고 두 편의 논문을 스캔하여 메일로 보냈다. 

지금 하지 않아도 준비는 철저히 해야 한다. 

나 스스로를 위해 변명할 수 없게. 

 

같은 도시에 살게 된 Christian이 가끔 찾아온다. 

그는 내가 마시는 차와 방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듯 보인다. 

Herne에서 계약직 어학 교사로 일하는데 그곳에서 크고 작은 불만들을 가지고 있다.

급여를 제때 나오지 않는다는 것과, 

자기 기준에 불합리한 노동계약을 하려는 고용주가 있다는 것 등, 

나는 그에게 개인 사무실을 열어서 평소 하던 일들을 그곳에서 하라고 제안했다. 

난민들의 어려움을 돕는 일들은 여러 가지이고, 

관공서에서 지원할 수 있는 일들은 정해져 있다. 

어학 교사로서 강좌를 개설하거나 과외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Christian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듯 반응했지만,

아마 마음에 와 닿지는 않았을 것 같다.

가끔 그가 내게 지난 신문들을 가져다주겠다고 말했다. 

 

예전과 달리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장을 본다. 

외국인들과 난민들 그리고 저소득계층이 사는 도시라서,

그들의 식습관을 장을 보는 도중에 유추할 수 있다.  

Münster에 있을 때는 마트에서 버섯이 금방 동이 났었는데, 

이곳에서는 버섯을 여유롭게 구매할 수 있다. 

대신에 당근이 금방 동이 난다. 

바나나와 식수는 어디서든 잘 팔리고, 

새우와 마늘이 함께 섞여있는 치즈크림은 너무 잘 팔려서 있으면 무조건 구매한다.

근처에 마트들은 많이 있지만 자전거를 이용해야 편리하다. 

 

여러 빵들을 먹었는데 어느 것 하나 거부감은 없다. 

주로 복숭아와 체리 잼, 버터 등을 먼저 빵에 바르고,

연어살과 얇게 설은 가공육을 그 위에 얹어서 먹는다. 

아침에 먹는 과일은 사과와 토마토.

예전에는 매일 먹던 요구르트를 요즘은 자주 먹는다.  

통밀과 블루베리로 된 시리얼에 견과류와 해바라기씨를 넣고 우유를 부어 함께 먹는다.

오븐이 생겨서 냉동피자를 좀 더 맛있게 먹게 되었다.

싱싱한 고구마를 구하기 힘들어서 당근과 버섯, 소시지를 잘라 별도의 토핑을 만든다. 

가끔 남은 파들을 넣기도 한다. 

주로 먹는 피자들은 시금치, 참치 피자이다. 

달걀과 감자들을 삶아서 먹고,

닭고기를 팬에 구워서 밥과 야채들을 섞어 먹는다.

닭고기가 없을 때는 삶은 감자들을 구운다.

생강과 대추를 꿀과 함께 이틀 정도 삶아 우려 나온 물을 차로 마신다.

요리를 하고 먹는 것은 1시간 이내로 끝내려 한다.

설거지 시간은 15분 정도.

가끔 학교 도서관이나 Münster에 갈 일이 있으면 학교 식당에서 식사를 한다. 

 

확실히 지키거나 실천할 수 없다면,

스스로 무엇인가 다짐하지 않겠다. 

다짐들은 단단하고 진지하게 시작하여, 

비참하고 부끄럽게 어겨진다. 

그것들이 때로는 스트레스이고 때로는 나의 한계이다.

지킬만한 것보다 내 마음을 지키고, 

실천해야 할 것들은 그래야 할 때 또는 그러고 싶을 때 하면 될 것이다.

신은 인간의 약함을 알고 맹세나 다짐하지 말 것을 부탁하셨나 보다.

 

문자로 대화하는 것보다 통화하는 것이 더 좋고, 

통화보다는 직접 만나서 대화는 것이 더 좋다. 

가끔 문자로 대화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늦게 응답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부러 늦게 하는 건지 아니면 어떤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나에게 이제 그렇게 해도 된다는 건가?

근데 "너"가 먼저 내게 말을 걸었잖아..?

대화가 더 이상 대화가 아니라 느낄 때 나 역시 소홀해진다.

물론 가볍게 또는 실없이 하는 대화들도 있다. 

나는 모든 대화에서 "함께 있음"을 좀 더 잘 느끼고 싶을 뿐이다. 

 

Nietzsche 선집을 구매했다. 

한국에 있을 때 내가 만났던 철학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Nietzsche를 언급했다. 

얼마 전 근처에 사시는 석 목사님도 그랬다. 

"신은 죽었다"는 그의 말로 종교와 신에 대한 극단적 부정부터 온건한 부정까지 의견을 피력했는데, 

Nietzsche에 대해 잘 몰랐던 나로서는 피상적인 반응만 보였다.

Nietzsche에 대해 조금 알았을 때는 그들이 인용했던 "신은 죽었다"는 의미가 좀 더 다르게 다가왔고,

Nietzsche의 의도는 종교와 신의 "죽음"보다 절대적인 것들로부터의 "자유"에 가까웠다. 

Nietzsche에 다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최근이었고,

전집보다 선집을 구입해서 읽어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저렴하게 구입했다고 생각했는데,

구입하고 나니 더 저렴한 선집이 나타났다. 

살짝 상한 기분을 "어쨌든 저렴하잖아?"라며 빠르게 설득했다.

 

7월 말에 Serie A 명문팀 Juventus가 내한 경기를 가졌고, 

Ronaldo가 출전하지 않아서 경기를 본 관중들이 환불을 요구했다. 

어릴 때 Juventus의 내한 경기를 TV로 보았었고 그때는 누가 와도 열광했는데,

Ronaldo만 보러 온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그때와 지금이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출전했던 Juventus 선수 명단만 보면 대부분 주전급 선수들이었고, 

K-리그 올스타 선수들과의 경기에서 나쁘지 않은 경기력을 보였다고 생각한다.

그 선수들의 플레이를 한국에서 직접 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Ronaldo 한 사람 때문에 경기에 뛴 모든 선수들이 "쩌리"가 된 것 같다.

외국의 유명 선수들에게 깍듯한 예절과 넉넉한 인성을 기대할 수는 없다. 

그들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더라도 돈이 되기에, 

그들의 유명세가 꺾이지 않는다면 늘 "주체" 또는 "갑"으로서 살아간다.

Ronaldo만 보러 온 사람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다.  

 

조국 교수는 이번 정부에서 스스로 막중한 책임과 역할을 한다고 자부하는 것 같다. 

민정수석과 법무부 장관을 연이어한다는 것이 아주 이례적인 경우는 아니지만, 

한 사람에게 거대한 의미를 부여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좋은 용병술은 아니다. 

표적이 클수록 맞추기 쉬운 법이니 누구나 돌을 던질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소득과 교육 수준에 맞게 생활은 형성된다. 

여기에는 진보나 보수, 중도 같은 정치적 이념에서 비롯된 태도가 적용되지 않는다. 

내 아이는 가능하면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고 성장해야 되고, 

가지고 있는 돈도 가능하면 지속적으로 불려서 항상 재정적인 여유가 있어야 한다.

가족 중에 누군가가 사회적으로 저명하다면, 

시키지 않아도 그의 지인들이나 지인이 되고 싶은 사람들이,

그를 위해 알아서 카펫을 깔아주거나 Runway를 만들어준다. 

남들이 보기에 서울대 교수는 당연히 평범한 직업이 아니고,

조국 역시 그동안 평범한 사람으로 살지 않았다.

야당 국회의원들이 그런 혜택들의 정도와 과정에 대해 비난을 하고 있으니 졸렬한 면이 없지 않다. 

국회의원 자녀들과 연봉 3000만 원이 채 안 되는 집의 자녀들 중,

어느 쪽이 더 진학과 취업의 어려움에 대해 고민할까?

국회의원의 가족들 대부분이 그 혜택들을 받거나,

이미 받고 있거나 앞으로 받을 예정이다.

조국 교수가 야당이 바라는 저자세로 나오기 쉽지 않고, 

검찰이 압수수색과 함께 의혹들을 수사하고 있는 것이 큰 변수이다.

윤석렬 총장은 스스로가 했던 말들을 증명하려 들 것이다.   

아무리 바르고 옳더라도 심리적 박탈감에 대한 양해와 사과는 진실해야 한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그런 혜택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들 중 일부는 자기가 바라는 대로 어떤 것을 가질 수 없거나 무엇인가 될 수 없다면,

스스로에게나 타인에게 상처를 주거나 분노의 대상을 파괴하고 싶어 한다. 

타인에게 축하와 격려보다는 시기와 질투에 익숙한 사람들.    

넓은 관용보다는 피해의식에 따른 광기와 분노를 부추기는 언론의 부채질에, 

국민정서는 심각하게 왜곡된다. 

 

Thomas Mann의 선집을 저렴하게 구입했다. 

<마의 산>이라는 소설로 한국에 알려진 독일 문학가이고,

Freude 부부의 집에 있을 때 실제로 소설을 읽을 기회가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이번에 그의 주요 작품들을 구입할 기회여서, 

햇빛이 뜨거운 여름날 Herten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1시간 가까이 걸어서 판매자를 만났다. 

이 날은 토요일이었고 Schalke 04의 홈경기가 있어서 엄청난 인파가 거리에 몰렸다.

오후 3시쯤 집을 나섰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오후 7시가 다 되었다. 

집 근처에서 Christian을 우연히 만났고 그는 내게 부탁했던 신문을 주었다.   

집에 읽을 것들과 읽어야 할 것들이 참 많지만,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책들은 지금 이 순간 만일 지도 모른다.     

 

KOEI 삼국지 시리즈는 어릴 때부터 했던 게임이다.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보다는 역사 시뮬레이션을 좋아하고, 

개개의 능력들이 수치로 규정된 인간들을 플레이어의 판단에 따라,

소유하고 있는 성과 실행될 전투에 배치하여, 

그에 따른 변화 과정과 결과들을 볼 수 있는 것이 매력이다. 

한 번 천하 통일하면 그때부터 게임의 재미는 계속 반감된다. 

개인적으로는 <삼국지 10>의 시스템을 좋아하지만,

시리즈 전체적으로 CPU 인공지능이 워낙 좋지 않기 때문에 재미는 별로 없다. 

예전에 <삼국지 9>을 하다가 정말 말 그대로 "시뮬레이션"적인 요소들이 많아서 조금 하다가 그만두었다.

최근에 다시 구하게 되어서 하는데 벌써 2주 넘게 집중적으로 하는 중이다. 

중독성이 높은 게임이고 이제야 진짜 시뮬레이션을 하는 기분이 무엇인지 알게 되어서 더욱 빠져든다. 

<삼국지 9>의 CPU 인공지능은 내가 해 본 시리즈 중 가장 높다.

게임을 하다가 오래전에 읽었던 병법서들의 내용이 생각날 정도로 CPU의 합리적인 반응들에 놀랐다. 

예를 들면 위임한 CPU와 적 CPU가 마주 보며 있는 항구들에서 서로의 함대들을 발진하여 싸우다가, 

별동대가 투입되어 진영 바꾸기를 하는 경우가 있었고, 

형세 파악을 한 후 권고나 연대를 해서 세력을 통합하기도 하며, 

급속히 세력이 팽창하는 군벌에 맞서 반대 연합을 자주 결성한다.

자신의 병력과 상대 병력 간의 질과 차이를 고려하여 원군들이 투입되고,  

전투를 마치고 퇴각하는 병력들이 그대로 퇴각하는 것이 아닌,

경우에 따라 또 다른 전장의 지원 병력으로 투입되기도 한다. 

충성도가 낮은 인물들은 여지없이 빼내간다! 

CPU와 CPU 간의 전투들을 보는 재미도 있다. 

게임의 모든 것이 수치와 그에 따른 확률에 근거하여 프로그램화되어 있기 때문에 FM을 하는 기분이 들고,

여러 가지 면에서 지금까지 해 본 삼국지 시리즈 중 컴퓨터의 인공지능이 가장 뛰어나다.    

개인적으로 <삼국지 10>에 <삼국지 9>의 전투 방식을 이식한다면,

대작이 나왔을 것 같은데.. 곧 <삼국지 14>가 나올 예정이지만 KOEI는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런 이유로 삼국지 시리즈는 시스템에 적응한 플레이어가 스스로 핸디캡을 설정하지 않는 이상,

시간이 지날수록 재미가 없다.  

아마 유일하게 <삼국지 9>가 그 재미를 꽤 오랫동안 유지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벌써 한 달 가까이 심각하게 또 즐겁게 하고 있다. 

워낙 중독성이 엄청 높은 게임이라 "아니다" 싶으면 과감하게 삭제할 생각이다. 

 

이것저것 하면서 알차게 하루를 보내고 있을 때,

문득 고개를 돌려 창문 밖을 보니 조용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대로 서서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어느 아침에 찬 기운이 느껴져 눈을 떴을 때, 

빗소리가 들렸고 아침 식사를 그 소리를 들으며 했다. 

정원이 바로 창문 옆이라 그런 날에는 풀내음이 짙다. 

밤에는 숲 위로 별이 나타나고, 

밤이 점점 길어지고 있으니 곧 창가에서 별과 달을 자주 보게 될 것이다.  

혼자 보는 것이 당연하지만, 

혼자 보기에는 아까운 풍경들이다.  

같이 본다고 해도 서로 공감할 수 없다면,

그것 또한 의미 없겠지. 

 

Christian이 이사를 해서 토요일에 도와주었다. 

바로 옆집으로 이사하는 것이라 큰 짐들만 함께 옮겼다. 

방 세 개에 부엌과 욕실이 있는 집이라 혼자 살기에 넉넉하다. 

원래는 나와 함께 살 집이었지만, 

나는 지금 사는 집을 계약했고 한 달 뒤에서야 그는 이 집을 계약했다. 

짐을 옮기면서 그의 나이와 체력을 실감한다. 

내가 그를 처음 만났을 때가 지금 내 나이보다 2-3살 위였는데, 

이제 그는 이제 40대 중반이다.

가능하면 짐들 중에서 힘이 많이 필요한 부분을 내가 먼저 붙잡고 옮겼다. 

아직 힘과 체력이 남아있지만 나 역시 늙은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누군가를 아직 도울 수 있고 나를 지킬 수 있는 것에 만족한다. 

 

아침에 일어나 성경을 읽고, 

식사를 한 후에는 라틴어와 한자, 영어, 독일어 문장들을 해석한다. 

취미로 공부하는 것들이기에 심각하지 않지만 진지하게 하고 있다. 

하고 나면 약간 머리가 데워진 것이 느껴진다. 

습관처럼 이렇게 하루의 시작을 하고 싶지만, 

습관이 되기에는 게으름과 자기 합리화가 큰 장애물이다. 

어떤 다짐도 하지 않고 하고 싶을 때 한다. 

 

어느 이른 저녁에 우울한 단비는 오랜만에 내게 연락을 했고, 

자신의 우울과 권태감을 말하며 나는 밤이 그녀는 아침이 되도록 대화했다. 

어느 늦은 오후에 진영이는 불쑥 내게 연락을 했고, 

내가 별로 하고 싶지 않은 말들을 하도록 불필요한 말들을 던져댔다.

Roma 여행을 계획 학고 방문하기 전에 석원이 형과 영상통화를 했고,

강 집사님과 오랜만에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이 목사님은 한국을 방문하여 만날 수 없었다. 

미현이는 분명 지금 나보다 더 긍정적이고 밝은 생각들을 하고 있다. 

Freude 부부를 만나는 하루 전에 그의 딸 Rendel로부터 전화가 왔고, 

만남은 이틀 뒤로 미뤄졌으며 이번에는 받지 못한 보증금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행복한 사람들은 나를 기억하거나 찾지 않는다. 

지금 불행한 사람들이 나를 기억하거나 찾는다.

나는 그들에게 무엇으로 남겨져 있는 것일까?  

나를 이해하려는 사람들보다, 

내가 이해해야 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

여전히 불변하다. 

 

한 달 정도 휴가를 보낸 후 빅밴드 "Sparkplugs"의 합주 연습은 다시 시작되었다. 

Rainer의 차로 함께 Dietmar의 집으로 가고 합주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차 안에서 듣는 Jazz 음악들은 적당히 합주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하고, 

합주 이후의 해야 할 개인 연습에 대한 생각들을 들게 한다. 

지금보다 더 잘하고 싶으니까 연습은 끝이 없고, 

끝이 없기에 권태와 게으름이 자주 찾아온다.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돼?"

이 질문에 대한 매일의 답이 내 연습의 강도를 조절한다.

밴드 멤버들은 친절하고 밝으며,

Dietmar와 그의 아내 Maria는 내가 확실히 밴드의 일원이 되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사 후 예상대로 기차를 타고 Münster로 가는 일이 귀찮아졌다.  

특히 방학 때는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거나,

한 달 생활비를 인출하고 입금하는 일로 가게 되는데, 

집을 나서서 다시 돌아오면 대략 3-4시간이 걸린다. 

그 시간이 아깝다기보다 그냥 귀찮다.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귀찮은 일들을 하지 않으면,

나를 귀찮아하는 것들과 사람들이 생긴다.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하지 않거나 결혼 후 아기를 낳지 않는다.

순간의 감정들과 기분에 사로잡혀 행동하고,

"아기" 같이 개나 고양이를 기른다.   

어떤 연인의 결혼과 어떤 부부의 이혼은 연애 기사면에 지속적으로 볼 수 있다. 

개와 고양이는 온기를 가진 살아 있는 장난감이다. 

인간은 온기와 냉기가 뒤섞인 살아 있는 흉기이다. 

사람이 사람을 두려워하는 이유이고, 

개와 고양이가 제멋대로 버려지고 다시 주워지는 이유이다.  

 

한 달 가까이 일기를 쓰지 못한 것은, 

하루가 특별하지 않아서였고, 

내가 특별하지 않아서였다.  

8월은 내게 개인의 삶을 더욱 돌아보게 했다.

내가 어느 자리와 상황에 있든지 상관없이, 

나를 지키고 아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늘 감사한다. 

이와 반대로 내가 어느 자리와 상황에 있는 것이, 

나에게 관심을 갖는 이유가 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런 그들에게도 감사한다.

거의 모든 사람은 사랑과 관심이 없으면 살 수가 없다. 

"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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