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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tion 日記/Hello- Yesterday

그 어딘가로 나를 인도해주길 바란다

EAST-TIGER 2016. 8. 23. 10:11

8월 말. 

시간적으로 여름은 거의 끝나는 시기이지만,

내일부터 영상 25도 넘어서고 주 중반 이후부터 주말까지 30도 전후로 예보되었다. 

아마 예보가 맞다면 아침과 저녁 이후를 제외하고는 

내 방에서 제대로 생활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아마도 서늘한 건넛방에서 오전, 오후 시간을 보낼 것 같다.

시간은 요새 나의 등뒤에서 압박하고,

그 압박을 이겨내지 못한다면,

내 목을 조이고 결국 죽일 것이다.


필요한 테너 피스들을 거의 다 구입했다. 

알토와 더불어 각각 3개 정도 피스를 사용하려고 한다. 

구성은 부드럽고 따뜻한 음을 낼 수 있는 하드러버 피스,

연주해야 할 장르적 특성과는 상관없이 연주할 수 있는 피스. 

퓨전이나 팝적인 음악을 연주할 때 사용할 메탈 피스. 

경우에 따라서는 2개로 줄 수 있겠지만 절대 3개를 넘지 않을 생각이다.

ebay에서 극적으로 구입하고 시연과 녹음을 한 뒤 다시 들으면서 판단했고, 

미련없이 팔아서 거의 다 정리가 되었다.

상대적으로 한국보다는 유럽의 악기 시세가 합리적이라고 본다.


이번 주부터 대학을 제외한 공식적인 학교 여름 방학은 끝났다. 

그래서 다시 합주 연습이 시작될 것이고, 

Music Academy에서의 레슨은 2번만 하면 끝이다. 

그동안 밴드에서 알토를 연주했는데,

이제부터 테너를 연주하게 될 예정이다. 

개인적으로 매일 2시간 정도 연습을 하기에 연습 후 아쉬움이 남는다. 

머리 속에서 생각했던 음들과 프레이즈를 

손을 통해 악기로 전달하는 과정은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천천히 그러나 멈추지 않고 연습과 연주를 하겠다.


한인 교회에서 청년부 회장을 맡고 있는 시오가 귀국한다.

갑자기 SMS로 알려줘서 놀랐다.

"저 독일 온 지 2년 되었어요. 아직 입시 중이기도 하고.."

얼마 전 한국에 갔다오더니 귀국을 결심했다고 한다. 

벌써 2년이나 되었던가..?

시오를 처음보고 어느 정도 친해지기까지 걸린 시간도 딱 그만큼인 것 같다. 

음대 지원이 힘들었나보다.. 귀국을 결정할 정도라면. 

당연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이상하지 않는 일이지만, 

내가 아는 누군가에게 일어났다는 것은 별로 좋지 않은 기분을 들게 한다. 

다음 주 토요일에 귀국한다고 하니,

이번 주 주일이 마지막이다. 

나는 그녀에게 무슨 말을 하게 될까..?

통속적인 작별 인사를 해야 하는 것일까..?

일단은 만나봐야겠다. 

수미는 교환 학생 자격으로 오늘 한국으로 떠났다. 


한 뿌리만 남은 국화는 

자신의 뛰어난 생명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잘 자라고 있다.

조만간 곁가지를 정리하면서 삽목으로 다른 화분을 만들려고 한다. 

별일 없다면 올해도 국화를 볼 것 같다. 

그리고 나 역시 올해는 뭔가 끝을 봐야 한다. 

너무나 거대한 어떤 것 앞에 서면,

그리고 그 거대한 것과 결판을 져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그러나 정해진 시간이 아직 크게 와닿지 않는다면, 

나는 몸은 한없이 게을러진다. 

생각은 어느 정도 정리되고 고민하지만,

그것마저 게을러지려고 하면,

나도 모르게 위기 의식을 갖게 된다. 

국화가 필 무렵, 

나는 어느 정도 그 거대한 것과의 결판이 보였으면 한다. 


'나'로 시작하는 질문이 많아질수록, 

매일의 삶 속에서 빈 공간이 많아지거나,

특별한 삶의 목표가 희미해질수록, 

사람은 '죽음'과 가까워진다. 

좋은 생각들은 항상 누군가와 나누고 싶어진다. 

 

여름 밤의 별들은 무척 아릅답고, 

그것들을 빛삼아 나는 어둡고 희미한 밤길을 달린다.

가끔은 그 밤길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그 어딘가로 나를 인도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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