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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강도는 같다

EAST-TIGER 2014. 1. 9. 03:18

계획을 세우고 일을 하기 좋아하지만, 

가끔은 그 계획과 어긋나게 일을 해야 할 때도 있다.

어쨌든 내게 '일'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든 아니든 

계획적으로 하려 한다. 

그러나 그런 '날'이 있다.

한가로운 일상에 난데없거나 아니면 축적된 근거들이 한번에 몰려와 

한순간에 나의 일상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어 버리는 그런 날.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아침부터 Bogestra에서 직원과 대화를 나눴고,

그 대화는 언어의 장벽에서 나오는 '불통'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자,

현재의 내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20분 넘게 도와준 것에 고맙다고 인사를 하며 뒤 돌아서고,

오후에 다시 질문할 것이 있어 찾아왔더니 어떤 여직원이 나를 보자마자, 

"당신에게 우리 동료가 이미 아침에 그것에 대해서 오랫동안 다 말했잖아요!" 말했다더라. 

차갑고 퉁명스럽게 내가 다가오는 것을 거절하는 여직원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 채, 

나는 내 차례가 아닌 것으로 이해하고 

옆에 앉아 있던 다른 직원에게 가서 질문을 했다. 

친구가 옆에 그 말을 들었기에 망정이지, 

정말 나는 그 센터에 들어갔을 때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 지 못 알아들었다. 

그리고 친구에게 위의 말을 들었을 때 분노했다. 

"나는 어쨌든 너희들의 고객이라고!"

그들에게 나는 그저 말 잘 못하는 '외국인'에 불과했다. 

속으로 무척 부끄럽고 우스웠다.

독일에서 학사도 아닌 석사, 박사로서 공부를 해야 되는데.. 정말 허접하구나.

그리고 여긴 내 조국이 아닌 타국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지난 12월부터 1월까지 많은 돈을 지출하고 잔고가 떨어져 가는 상황에서, 

ebay에서 물건을 팔아 구매자로들로부터 계좌 이체된 물건 값들이 

바로 내 통장으로 안 들어오자 괜히 불안했다.

우리나라와 달리 독일은 계좌이체를 하면 

2-3일 뒤에 돈이 통장으로 들어온다. 

내일이면 들어와 있기를 기대할 수 밖에 없다. 


이런 하루를 보내면 내 생각의 용량은 가득 차서 머리가 아파온다. 

하루의 재구성을 하다보면 나를 비롯한 사람들의 감정과 말, 행동 등을 

하나 하나 되새기다 보면 정말 나도 모르게 머나먼 영역까지 가버리는 것 같다. 

그러다가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길은 피곤하다. 

오늘은 푹 잘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고통의 질량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그 강도는 같다.

신은 인간에게 여러 가지 방식으로 삶의 의미를 배워나가게 한다. 

그래서 신은 위대하다. 

자만한 인간을 너무 쉽게 제압하여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만드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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