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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tion 日記/One Sweet Day

..그리움은 언제나 비..

EAST-TIGER 2010. 8. 31. 09:55


비 오는 날을 언제부터 좋아했더라..?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주 어릴 때 비 냄새를 느꼈고

하늘의 구름과 노을을 보면서

그리움, 설레임 속에 비를 기다렸다. 


비를 맞으며 걷는 것을 좋아한다.

살포시, 때로는 세차게 내리는 빗소리가 좋다.

창문을 가린 커튼에 맺힌 커피색 색감들을 좋아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차를 마시며 같은 음악을 듣는 것을 좋아한다.

문득 잠에서 깼을 때, 듣는 빗소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율이다. 

미리 선곡된 음악을 듣는다.

그리고 책을 읽는다.

읽다가 졸리면 옆에 있는 침대에 누워 잠을 잔다.

잠에서 깨면 다시 책을 읽는다.

음악은 멈추지 않는다.


비에 젖은 생각들은 가장자리부터 그리움으로 물든다.

행복했던, 불행했던 기억들이 정처없이 방안을 유랑한다.

그러다가 암초 같은 내 머리에 부딪쳐 미소와 눈물을 부른다.

유치원 선생님을 만나 따뜻한 품에 차가운 내 몸을 안겼다.

6학년 때 선생님을 만나 지금까지 쓴 일기를 드렸다.

첫사랑을 만나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헤어진 그대들에게 "행복해" 라고 말한다.

앞서 간 친구들을 만나 안부를 전했다.

미워하고 괴롭혔던 사람들이 용서를 구했다.

멀리 있는 사람들이 나를 찾아와 술을 마셨다. 

앞으로 만날 사람들을 상상한다.

그리움과 놀고 있으면 시간은 사라지고 의식만 남는다.


빨간불에서 파란불로 바뀐 횡단보도.

걷는 사람은 없고 기억들이 걸어다닌다. 

날카로운 차들은 신호가 바뀌기도 전에 조금씩 앞으로 나온다.

텅빈 횡단보도에 신호등만이 갈피 잃은 기억들을 이끈다.

그리고 빨간불이 되자 차들은 뒤늦게 걷는 기억들을 찢는다.

살아 돌아온 기억들은 다시 먼 길을 걷는다.


하루종일 저녁이다. 


..그리움은 언제나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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