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世紀 Enlightener
계절이 바뀌는 시간 본문
계절이 바뀌는 비가 내린다.
봄의 설레임이 영원할 수 없듯이,
흩날리는 벚꽃잎들은 땅에 가까워질수록 매정한 사람들에게 밟히운다.
개나리와 진달래는 이미 푸른 빛으로 바뀌었다.
올해는 봄의 설레임이 어느 해보다 짧은 것 같다.
빗소리를 들으며 음악을 듣는다.
누군가와 함께 듣고 싶어 음악방송방을 만든다.
방만 만들 뿐 들어올 수 없다.
채팅에는 전혀 자신이 없기에,
오직 내가 듣는 음악만 들을 수 있는 이기적인 방이다.
'누군가'가 듣는다.
'누군가'는 내가 모르는 '누군가'이다.
비 오는 날이면 익숙하다는 듯이 내가 듣는 음악을 같이 들어준다.
"고맙다"는 말도 "누구냐?"는 말도 할 수 없다.
다만 나와 같이 같은 시간에 같은 음악을 듣고 있을 뿐이다.
'누군가'는 내가 이런 말을 하고 싶다는 것을 모를 것이다.
혹시 '누군가'도 내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을까?
계속 음악을 듣는다.
계절이 바뀌듯이 사람도 바뀐다.
해가 뜨고 지고 달이 뜨고 지는 반복적인 하루일지라도,
그 하루에는 수많은 변화들 속에 삶과 죽음이 교차한다.
살아 있는 자는 내일의 해와 달을 볼 수 있고,
죽은 자는 내일의 해와 달을 볼 수 없다.
반복되는 일상이 아닌 변화되는 일상이다.
감각이 둔해서 천천히 느끼거나,
전혀 느끼지 못할 뿐이다.
20대 끝자락의 한 분기가 지나갔다.
내가 왜 아직 여기에 있는 지 잘 모르겠다.
나는 있으니까 있고 아직 죽지 않았기에 살아 있다.
그리고 우리는 아직 만나지 않았기에,
지금 '나' 인 것이고,
'우리'가 되기까지 서로 살아 있어야 한다.
부정할 수 없는 것은,
믿음은 고통 속에서 더욱 분명해지고,
은혜는 고통이 지나간 후에야 알 수 있다.
사람은 열정의 양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고통의 양으로 살아간다.
고통의 양이 채워지면,
새로운 계절은 찾아 온다.
여름은 봄의 고통이 완성될 때 찾아 온다.
계절이 바뀌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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