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世紀 Enlightener
이 계절 만큼은.. 본문
독일에서 두 번째 크리스마스를 맞이했다.
작년에는 베를린에서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보냈는데,
올해는 내 방과 교회에서 보냈다.
사실 한국에서도 거의 그렇게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집에 있다 나가더라도 다시 집으로 돌아왔고,
교회는 빠지지 않고 갔었다.
그러나 올해는 무척 단조롭고 단편적으로 느껴졌다.
Frau Freude가 얼마 전 "크리스마스 트리를 갖고 싶으세요?" 물었고,
나는 그냥 "있으면 좋겠죠" 그냥 흘리듯 대답했다.
그렇게 지나간 대화가 될 줄 알았는데,
23일 아침에 Herr Freude가 아침부터 나를 부르더니
정원에서 기르던 작은 소나무 같은 나무를 베어,
내게 크리스마스 트리로 쓰라고 했고,
전혀 장식하는 것에 감이 없던 나는,
오후에 Freude 부부가 자신들의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할 때,
나 역시 함께 내 트리에 장식을 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크리스마스 트리를 갖게 되었다.
24일은 집 앞에 있는 독일 교회에서 예배를 드렸고,
25일은 Essen에 있는 한인 교회에서 예배를 드렸다.
Bochum과는 달리 이곳 Roxel은 정말 교회를 '잘' 다니는 독일인들이 많다.
유난히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 어쩔 수 없이 서서 예배를 드렸다.
25일은 날씨가 변덕스러웠다.
비가 왔고 맑아졌고 다시 비가 왔으며 무지개가 나타났다.
그리고 다시 비가 왔고 그리고 개었다.
벌써 1년 넘게 한인 교회를 다니고 있지만,
막상 이 교회에서 나는 아무 것도 하는 것이 없지만,
갈 때마다 이유 없는 설레임이 있다.
특별히 사람들과 대화를 많이 나누지 않고,
예배를 마친 후 기차 시간 때문에 일찍 나오지만,
그리고 매주 갈 수는 없지만.
나는 사람들이 별로 없는 교회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소수의 사람들이 서로를 의지하고 가까워지는 것.
그것이 어떻게 보면 예전부터 지금까지
내 인간관계의 한 형태일 것이다.
근래에는 K-Pop Star를 본다.
아무래도 음악 프로그램들을 가끔 보면서
요즘은 어떤 음악 스타일과 느낌들을 가지고 있는 지,
참가자와 심사위원들의 평을 보고 듣는다.
박진영은 이성적이고 특유의 상업적 마인드가 짙게 느껴지고,
양현석은 예전에 비해 음악적인 견문이 많이 넓어졌다.
무엇보다 순수하게 음악을 듣고 평가하는 것이 아무래도 솔직하다.
유희열은 그 스스로 바닥부터 지금의 자리에 올라온 사람이라,
여러 장르의 다양한 시도들을 겪어서 알고 보고서 아는 느낌이다.
여러 참가자들 중에 '홍찬미'라는 참가자가 마음에 든다.
좋아하는 목소리이지만 인디 음악에서는
이미 비슷한 분위기의 목소리들을 들었다.
하지만 다른 참가자들과는 달리 꾸밈 없는 자기 표현과 연주가 좋다.
자작곡 '나쁜 아이' 역시 어디서 들어 본 듯한 멜로디 느낌이 들지만,
이런 목소리와 분위기를 가진 사람들의 특징은,
'가사'에서 자신들의 진짜 생각과 느낌들을 드러낸다.
프로그램 특성상 오래 남아 있지 않겠지만,
나중에라도 음악을 하고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진다.
'이진아'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평가는 대체적으로 동의한다.
재즈 코드 진행에 현란함과 단순함을 곡에 따라 바꾸고,
무엇보다 곡마다 느낌을 알려주는 핵심적인 음들을 건드리는 것은 맞다.
목소리는 '라이너스 담요'의 연진을 생각나게 하는데(물론 연진이 훨씬 좋다!),
특별히 매력을 느끼진 못한다.
남자 참가자로서는 정승환이 인상적이다.
이 학생은 목소리는 거의 프로다.
이 맘 때면 생각나는 사람들이 있다.
서지원, 김광석, 김현식 등등..
내게 아픔과 잊지 못할 기억들을 주고 떠나간 사람들..
나는 겨울을 좋아하지 않는다.
겨울은 세상의 모든 따뜻함을
나를 제외한 사람들에게만 허락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겨울은 누군가 내 옆에 있어도 혼자인 것 같다.
그런 나를 위해 누군가는 '이불'이 되어줘야 한다,
따뜻한 '차'와 '노래'가 되어줘야 한다.
이 계절 만큼은..
다시 '음악'에 대한 고민을 한다.
음악을 공부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한다.
물론 지금은 '철학'을 공부하고 있지만,
언젠가 반드시 기회를 만들어 '음악'을 최소 2년 정도 공부할 생각이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나는 음악에서 지나간 '나'와 앞으로 만날 '나'를 만나고 싶다.
다시 한 해가 가고 있고,
낮은 강력한 밤의 기운에 맞서려 한다.
오직 나는 혼자 시간의 감각 없이 살려고 한다.
아니면 꼭 그렇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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