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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상상은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굉장함' 이다 본문
일주일의 피로가 밀려오는 토요일 오후 5시 40분에
신도림 CGV 5관에서<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보았다.
팀 버튼(Tim Burton) 감독과 조니 뎁(Johnny Depp)의 판타지물은
슬슬 식상한 면도 있을테지만 두 사람의 조합만큼 매력적인 조합도 없다.
팀 버튼의 기발한 상상력과 비주얼은 언제나 기대가 되고,
조니 뎁의 연기는 보고 있는 자체부터 유쾌하고 흥미롭다.
주말이고 전체 관람가라서 그런지 가족 단위 관객들이 많았다.
커다란 통에 담긴 팝콘과 레몬 에이드를 마시며 영화를 보았다.
"난 매일 아침 6가지의 불가능한 일들을 생각해."
어릴 적 꿈에서만 이상한 나라를 볼 수 있었던 앨리스는 19살이 되었고,
우연히 한 연회장에서 꿈에서 보았던 조끼 입은 토끼를 보게 된다.
호기심에 뒤를 쫓던 앨리스는 토끼굴 속으로 빠지고 이상한 나라로 오게 된다.
이상한 나라에 도착한 엘리스는 자신이 예전에 이 곳에 왔었다는 사람들의 말과
앨리스가 붉은 여왕의 압제로부터의 구원해 줄 것이라는 그들의 믿음에 당황스러워 한다.
"왕대구빡 죽어라!"
<비틀쥬스>,<배트맨>,<찰리와 초콜릿 공장><스위니 토드>등등..,
어릴 적부터 팀 버튼 감독의 영화를 많이 접한 나는,
그의 영화에서 늘 새로운 재미와 영상을 발견한다.
같은 부류인 테리 길리암(Terry Gilliam)과는 다른,
팀 버튼만의 비주얼과 스토리가 마음에 든다.
이번 영화에서도 무척이나 흥미롭게 봤고 재미있었다.
아쉬운 점은 후반부로 갈수록 스토리가 빠르게 정리되고,
각 플롯들의 개연성이 부족한 면이 있었다.
<캐리비안의 해적>, <퍼블릭 에너미>의 조니 뎁은
모자장수역으로 개성 있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영화 마지막에 보여준 그의 춤은 재미있었다.
팀 버튼 감독의 부인이자 조니 뎁과 함께 팀 버튼 영화에 자주 출연하는
헬레나 본햄 카터(Helena Bonham Carter) 역시 멋진 연기를 보여주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그녀의 캐릭터가 가장 돋보였고 잘 어울렸다.
<프린세스 다이어리>,<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앤 해서웨이(Anne Hathaway)는
비중있는 연기보다 그녀가 잘할 수 있는 연기를 보여주었고 좀 식상했다.
"그래 넌 확실히 돌은 것 같아. 하지만 그거 알아? 멋진 사람들 모두 돌았어."
영화는 원작 루이스 캐롤(Lewis Carroll)의 문학<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팀 버튼이 각색하여 제작되었다.
어릴 적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 교내 도서관에서 두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는데 그때는 단순히 재미에 집중했었다.
그런데 영화를 보니 루이스 캐롤의 두 책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19세기 중엽에 발표된 이 두 책은 그 당시 교육과 사회에 대한 풍자적인 면도 있지만,
아이들의 풍부한 상상력을 글로서 표현하여 책으로 만들었다는 것이 무척이나 흥미롭다.
판타지 소설들이 난무하고 판타지 요소가 가미된 온라인 게임들이 많은 지금 시대와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그의 두 책은 인간의 상상력은 정말 놀랍다는 것과
판타지 문화의 시초와 같은 역할을 감당하면서 오늘의<아바타>를 만들어냈다.
"넌 굉장함을 잃었어."
인간이 가지는 현실 밖의 상상력은 위대하고 놀랍지만
지금 시대를 사는 인간의 상상력은 제한되어 있다고 본다.
예컨대 디지털 시장의 컨텐츠는 갈수록 첨단화 되고 삶의 편의를 제공하고 있지만,
컨텐츠를 만드는 곳만 상상력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그 컨텐츠를 이용하는 수요자들은 컨텐츠와 함께 현실을 살아간다.
즉, 상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 상상은 더 이상 상상이 아니고 현실이 되고,
또 다른 상상들은 계속해서 인간의 머리 속에 일어나야 한다.
그러나 상상보다 현실을 집중한 나머지 상상은 극히 제한된 사람들만의 것이 되었다.
당장 눈 앞의 일들이 급한 사람들에게 상상은 신기루에 불과하다.
상상은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굉장함' 이다.
그 '굉장함' 은 누구나 가지고 있고, 때로는 살아가는 힘이 되어 준다.
꿈, 희망사항, 비전 등등.. 보이지 않는 것들을 현실로 만드는 작업은 위대하고,
상상이 멈추지 않는 한 그 작업은 끝이 없다.
그러나 내가 아닌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상상 속에서 살아간다면,
자신이 가진 상상의 힘은 약해지고 '굉장함' 도 사라질 것이다.
그런 '굉장함' 을 잃는 것이 두려워 피터팬은 어른이 되길 거부했던 것일까..?
상상보다는 당장 현실의 문제를 해결해야 되는 지금의 세상이 이상한 나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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