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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슬픈 일들이 많은 것인가..?

EAST-TIGER 2014. 11. 1. 00:27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따뜻한 이불에서 나오기 싫은 것일까? 

아니면 근래에 꾸는 이상한 꿈들이 나를 침대에서 내려오는 것을 붙잡는 것일까?

어쩌다 아침에 일찍 잠이 깨면 사방이 어둡고 시계를 보면 6시 무렵이다.

나는 그때 눈을 다시 감고 다시 눈을 뜨면 어두웠던 방에 약간의 빛이 감돌고 있다. 

그 시간은 늘 8시가 넘어선다. 

그리고 귀찮은 아침 식사를 하고 나면 몸 구석구석 전원이 들어오고, 

머리 속 어딘가부터 두통이 밀려온다. 

세상은 회색빛이다. 


개강 후 Tobias와 Michael과 차례대로 점심 식사를 했다. 

Tobias와는 매주 수요일마다 사회학에 관련된 스터디를 하기로 했고,

Michael은 이번 학기부터 석사 논문을 쓴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월요일마다 한국인들과 인문학 스터디를 하려 한다. 

재독 동포 사이트에 광고를 올렸지만 역시 이곳 뮌스터는 한국인들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다행히도 남자 한 명과 언제 올 지 모르는 여자 한 명과 시작했다. 

"다들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 것일까?"

독일인들이나 한국인들, 그리고 그 누구에게도, 

묻고 싶은 알고 싶은 듣고 싶다. 


이번 학기에는 4개의 수업과 지난 학기와 같은 정치 철학 스터디를 등록했다. 

개강하고 2주가 지났지만 아직 큰 흥미가 밀려오진 않는다. 

이것은 아마도 내게 문제가 있는 것이다. 

도서관에 앉아 있어도 내 마음은 도서관에 있지 않다. 

왜 자꾸 내 몸은 집으로 향하고 싶어하는 것일까? 

내 마음은 조각나 여기저기로 흩어진 것 같다. 


한국에서 벌어진 일들은 아무 생각 없이 듣다가 나도 모르게 화를 낸다. 

독일에서 벌어진 일들은 그냥 듣다가 나도 모르게 놀라고 흥미롭다. 

세계에서 벌어진 일들은 주의 깊게 듣다가 '피식' 웃는다. 

TV가 침실로 들어 온 이후부터 아침에 Morgen Magazine을 잘 보지 않는다.

나는 지금 라디오와 팟 캐스트, 신문이 전달해주는 정보들로 

내 방 밖의 세상을 알아간다. 


서태지가 9집 앨범을 발표했고 

서태지가 출연한 예능과 방송들을 다 보고 들었다.

그리고 방금 막<유희열의 스케치북>의 출연 분까지 보았다. 

분명 따로 살다가 가족과 함께 살고 

결혼 후 자기만의 가족이 생긴 그에게, 

심경과 음악의 변화는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는 5-7집 같은 사운드에 머리털을 휘날리며 노래하는 그를 원했다. 

그 음반들은 강렬한 록 사운드 만큼이나 메시지가 기괴하고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8집을 기점으로 서태지는 앞으로도 지금 같은 음악들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인터뷰하는 것을 보니 이전보다 TV에 자주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역시 가족의 힘이 사람을 변화 시키는 것일까?

서태지 시대가 끝난 것은 그의 말대로 90년대 일 수도 있다. 

시대를 이끌기 보다는 따라가고 맞춰 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최소한 그의 앨범을 기대하며 기다린다. 


신해철의 사망 소식은 악몽 같은 2014년 대한민국에 정점인 것 같다. 

그가 술과 담배를 심하게 하는 것도 알고 있고, 

필요 이상으로 무리하게 일하는 것도 알고 있다. 

그는 젊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렇게 살았다. 

자신이 허락하는 내에서만 움직이고 활동했기 때문에, 

그를 보고 "자존심이 세다"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예능, 드라마, 토론 등 그의 재능은 꽤 넓었지만, 

음악에서 신해철은 어떻게 보면 그 누구보다 시대를 앞선 뮤지션이었다. 

신해철의 음악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싶으면, 

N.EX.T 2집<The Return of N.EX.T Part 1: The Being>와 

솔로 3집<Crom's Techno Works>을 들어봐야 한다. 

두 앨범은 신해철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음악으로 자신을 표현 가능한지 보여준다.

아직도 기억이 난다. 

<신해철의 음악도시>에서 들었던 그의 두꺼운 목소리, 

과외 선생님과<Money>를 들으며 짧게 토론도 했었다. 

고등학교 방송실에서 만났던 그의 추종자들.. 

너무 어이없는 죽음에 그가 정말 그렇게 죽었는지 의심스럽다. 

내게 신해철은 철학을 공부한 사람이 어떻게 음악을 하는 지 보여준 '첫 사람'이다.

그의 음악들은 나중에 결혼을 한다면 내 자녀들도 들을 것이다.


서태지를 위해 보았던<유희열의 스케치북>에는 에피톤 프로젝트의 차세정이 출연했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자주 들었던 그의 음악들은 

하나같이 이별과 사랑에 관련된 노래들 뿐이었다. 

처음으로 방송에서 그를 보았는데 여전히 그런 노래를 하고 있다. 

긴장해서 떨리는 목소리, 수줍고 섬세한 말투와 억양은 꽤나 귀여웠다. 

아마 뒤이어 서태지 출연하지 않았다면, 

이번 회의 메인은 에피톤 프로젝트가 되었을 텐데.. 


벌써 10월의 마지막이다. 

일기를 2주에 걸쳐서 작성했고 그 사이에 쓰고 싶었던 글이나 불현듯 떠올랐던 생각들이, 

전체 또는 부분적으로 사라지고 상실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눈이 상당히 피로하다. 


왜 이렇게 슬픈 일들이 많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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