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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노운 우먼] 여자란 무엇인가? 본문
<시네마 천국>의 쥬세페 토르나토레(Giuseppe Tornatore) 감독과
영화음악계의 거장 엔니오 모리꼬네(Ennio Morricone)의 합작영화.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은 다(多)작 감독이 아니지만
그의 영화에는 인간의 감정을 뒤흔드는 감동이 있다.
엔니오 모리꼬네는 장엄한 오케스트라를 바탕으로,
세계 영화사에 길이 남을 영화음악들을 작곡했다.
영화 카피를 보면 두 거장이 오랜만에 합작한 것 같으나,
이전 영화들부터 같이 작업을 해왔으니 새삼 특별한 것은 없다.
영화를 본 후 간단한 소감을 말하자면,
두 거장의 작품이지만 시나리오가 치밀하진 않다.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지 않지만,
후반부에 갈수록 빠르게 이야기가 전개되어 각 이야기들의 마무리가 깔끔하지 않다.
영화음악면에서도 초반부는 호러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음산하다.
이 영화에서 얻은 수확이 있다면,
주연을 맡은 러시아 출신의 여배우 크세니야 라포포트(Kseniya Rappoport)다.
사실 이 영화를 보면서 두 거장의 연출보다,
이 배우를 알게 된 것이 내게는 큰 수확이었다.
"수많은 악몽 중에 진짜 꿈이 있을 수 있을까?"
젊은 날, 매춘으로 인하여 지우고 싶을 정도로 비참한 과거를 가진 여자 이레나.
포주는 입양을 통해 부를 얻고자 이레나에게 12년 동안 9번의 아기를 낳게 하고,
그녀가 사랑했던 남자마저 살해한다.
마지막으로 낳은 딸은 사랑하는 연인의 아이로,
우연한 계기에 아이의 이름과 입양된 곳을 알게 된 이레나는,
포주로부터 도망쳐서 딸이 입양된 이탈리아로 가고,
도망친 그녀를 잡기 위해 포주도 이탈리아로 간다.
"앞으로 임신은 불가능 하겠어."
딸의 이름은 아다처 테아로,
부유한 보석 세공사의 딸로 입양되었다.
이레나는 아다처 부부의 가정부로 들어가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마침내 가정부로 테아와 조우한다.
자신이 어머니라는 사실을 숨긴 채 테아와 지내야 하는 이레나는,
안타까운 현실에 괴로워하지만 테아의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어느덧 이레나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테아와 친해지지만,
테아의 어머니 발레리아에게 의심을 받게 된다.
그리고 자신을 잡으러 온 포주까지 나타나 이레나를 위협한다.
"혼자서 일어나봐. 어서!"
"나빴어!"
"혼자 일어나!"
이 영화를 보다가 어릴적 읽었던 모파상의 소설 '여자의 일생' 이 떠올랐다.
내용은 다르지만 자연주의 작가인 모파상은 '여자의 일생' 에서,
추상적인 상상보다 사실적인 감정과 배경묘사로 불행한 여자의 삶을 이야기 한다.
이 영화 또한 이레나의 삶을 통해,
불행한 여자의 삶을 비슷하게 보여주지만 결말은 소설보다 영화가 조금 해피하다.
나는 모파상의 소설 '여자의 일생' 을 읽으면서
"왜 모파상은 이런 불운한 여자의 삶을 '여자의 일생' 이라고 했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그 질문을 이 영화를 보면서 똑같이 던졌다.
"왜 감독은 이 영화 제목을 '언노운 우먼(The Unknown Woman)' 이라고 지었을까?"
소설과 영화 둘다, 제목과는 반대의 내용을 담고 있다.
소설에서 잔느의 일생은 정말 불행하고
영화에서 이레나는 철저하게 과거의 자신을 숨기려고 하지만,
영화 말미에 자신의 정체는 모두에게 알려진다.
행복하고 즐겁게 살고 싶었던 두 여자는 외부의 요인들로 인하여 불행해진다.
하지만 이레나는 잔느의 비해 삶에 대해 적극적이다.
영화를 보면 그녀의 예상과 다른 반전이 숨겨져 있었지만,
그 반전은 평생 불행했던 그녀에게 행복으로 다가왔다.
"걷고 또 걸어도 항상 그 자리에만 있는 것 같은 느낌이예요.
나가는 곳이 있어도 찾을 수 없는 것처럼."
여자란 무엇인가?
밥짓고, 빨래하고, 평생 남편과 자식들을 뒷바라지 하는 것이 여자의 삶일까?
아무리 여자의 인권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오늘날의 여자들은 늘 불행한 삶의 한 가운데에 있다.
특히, 성의 상품화의 정점에 있는 여자는,
남자가 보기에도 스스로가 인권과 사회적 위치를 무너뜨리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므로 여자는 단순히 남자를 뒷바라지 하고
사회에서도 제한된 역할만 하는 존재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절대 아니다.
남자는 세상을 만들어 가지만,
여자는 그런 남자를 낳고 남자가 만들어 놓은 세상을 수고없이 얻는다.
그러므로 여자는 천하를 뒤흔들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나는 가끔 우리 어머니를 보면서 놀라움과 고마움을 느낀다.
평생 아버지와 자녀들의 삶을 위해 자신의 삶을 포기하신 것처럼 보이지만,
그런 어머니가 있었기에 지금의 가정이 있을 수 있었다.
어머니를 제외한 가족들은 어머니의 헌신을 당연한듯 생각하고 무감각하지만,
어머니의 빈 자리는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가정의 진정한 가장은 어머니이라고 생각한다.
한번 상상해보라.
여자가 없는 세상을..
어머니가 없는 가정을..
그것은 사회와 가족 전체에게 무척이나 불행한 일이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여자가 어머니가 된다는 가정하에 본다면,
여자는 위대한 존재이다.
<시네마 천국>,<몰리나>의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 영화들에는 다양한 여자의 삶이 표현되어 있다.
<천사의 악마>의 피에르프란체스코 파비노(Pierfrancesco Favino)는
이 영화에서 과묵한 테아의 양아버지 역을 맡았다.
엔니오 모리꼬네는 때론 음산하고, 때론 감미로운 음악으로 영화의 분위기를 형성했지만,
그렇게 마음에 들진 않았다.
이런 소재의 영화는 꽤 많다.
<체인질링>,<친절한 금자씨>,<몬스터>,<씨받이>등 불행한 여자의 삶을 그린 영화는 많지만,
볼 때마다 한번쯤은 생각하게 만드는 여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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