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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마음이 담담하다 본문
분주한 금요일 하루였다.
전날 아버지 퇴임식과 논문 최종 지도 때문에 대학원에 갔고,
첫 가족 사진 촬영과 SLUR 송년회가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오전 9시 30분부터 집을 나섰다.
학동에 있는 훔볼트 독일문화 평생교육원에 가서 짧은 상담 후 등록을 했다.
이제 내년 1월 2일부터 다시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할 것 같다.
직접 강의실에는 들어가진 않았지만,
상당히 깨끗한 건물이었고 간결한 분위기였다.
오전 11시에 학동에서 출발하여 바로 대학원으로 갔다.
가는 도중 우연히 동기 서유민을 만나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Th.M 입시 의혹에 대하여 대화를 나눴다.
핵심적인 대화만 나눴고 안양역에서 서유민은 내렸다.
차준희 교수님을 만나러 왔지만 바로 볼 수는 없었다.
오후 12시 20분에 도착했지만 교수님을 만난 것은 1시 30분이었다.
논문 인준서에 싸인을 받고 구로역으로 출발했다.
구로역 근처에서 강소라 교수님을 만난 것은 오후 2시 20분이었다.
민망하게 계단 아래에서 기다리고 계셨고,
우리는 가까운 커피샵에 앉았다.
먼저 논문 인준서에 싸인을 받았고 이로써 논문 인준은 끝났다.
그리고 난 후 우리는 약 1시간 넘게 대화를 나눴다.
대다수 원우들에게서 비호감이라는 평판만 듣고 있었던 교수님인데,
직접 만나서 대화 해보니 학자다운 면모가 느껴졌다.
그래서 마음 편하게 최근에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들과,
평소에 느끼던 학문에 대한 생각들을 공유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교수님과 나와의 대화는 서로에 대한 배려가 확실했다.
짧았지만 무척이나 유쾌한 대화였다.
왜 이제서야 만났는지 아쉬울만큼..
평소보다 늦게 교회에 도착했다.
2011년 마지막 금요 기도회는 회개의 시간이었다.
오늘 하루동안 내 마음을 억눌렀던 것은,
2011년에 내게 일어났던 모든 일들 중,
가장 죄스럽고 부끄러운 일들에 대한 반성이었다.
잊고 있었던 일들도 떠올랐고,
알고 있었던 일들은 더욱 선명하게 생각났다.
모든 것을 용서 받고 싶었다.
모든 것을 인정하고 했다.
그래서 나는 계속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눈물을 흘릴수록 나는 서서히 아름다워졌다.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연습실에 들렀다.
밤 10시가 넘은 시간이었지만 사람들은 있었다.
그 날 이후 5일 만에 다시 찾은 연습실은 평소대로였다.
그리고 5일 전에 있었던 흔적들은 깨끗이 지워졌다.
누군가에게 말을 해도 믿지 않을 정도로 그 날의 흔적들은 찾을 수 없다.
단지 나와 그가 있을 때만 지워진 흔적들은 다시 의미를 찾을 것이다.
그때까지는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고,
신의 계획이나 참을 수 없는 용기가 나와 그에게 찾아오지 않는 이상,
앞으로 다시는 같은 장소에서 나와 그에게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없을 것이다.
사람들이 나가자 연습실에는 나 혼자만 있었다
나는 그 날을 떠올리며 연주했던 곡들을 연주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앉았고 자리 주변을 둘러 보았다.
갑자기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마음들이다.
나는 이것에 익숙하다.
생각하면 할수록 12월은 꿈같은 한 달이었다.
마치 단편 영화처럼..
몇 시간 뒤면 2012년이 된다.
몇 시간 뒤면 무엇이 달라지는 것일까?
숫자만 달라지는 것일까?
아니면 나도 달라지는 것일까?
365일에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
아직은 마음이 담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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